[칼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인체용 항암제로?/신성식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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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기생충학 교실

신성식 교수

​동물용 구충제인 파나쿠어 (Panacur®, 한국엠에스디동물약품주식회사)가 사람에서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암환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파나쿠어의 성분인 펜벤다졸(fenbendazole)은 매우 많은 종류의 벤지미다졸(benzimidazoles) 유도체들 중의 하나로서 개, 고양이 말과 같은 동물의 구충제로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며, 광범위한 선충류 기생충 감염에 특히 효과가 있다.

펜벤다졸은 강력한 세포증식 억제 효과가 있으며, 세포의 분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내 미세관(microtubule)의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하여 암세포와 같이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의 분열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세포 내 미세관의 활성을 억제하는 펜벤다졸의 기능은 펜벤다졸 고유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펜벤다졸 구조 중에 들어 있는 벤젠과 이미다졸로 이루어진 벤지미다졸의 특성이다.

모든 세포 내 구성 성분 중에 존재하는 미세관은 1)세포의 분열, 2)세포의 운동, 3)세포 내 물질의 이동, 4)세포의 형태 유지 등과 같은 네 가지 핵심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벤지미다졸은 알파 튜뷸린과 베타 튜뷸린의 두 가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 미세관의 구조 중 알파 튜뷸린의 기능이 발현되는 것을 억제한다.

벤지미다졸이 선충류를 포함한 기생충 구충제로 개발된 이유는 포유류에 비해 선충류 세포 내 튜뷸린의 활성을 25배에서 400배 더 강하게 억제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포유류 세포에 악영향을 끼치는 용량보다 훨씬 낮은 용량으로 선충류 기생충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동물 또는 인체용 구충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벤지미다졸 유도체들 중에는 인체용 구충제로 시판되고 있는 알벤다졸(albendazole)과 동물용 구충제로 사용되는 메벤다졸(mebendazole), 플루벤다졸(flubendazole), 옥시벤다졸(oxybendazole), 다이아벤다졸(thiabendazole), 펜벤다졸, 피반텔(febantel) 등이 있고, 이 중 알벤다졸은 인체용 뿐만 아니라 동물용 구충제로도 널리 사용된다.

이 성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튜뷸린 활성을 억제하는 효과는 비슷하다.

이 중 바이엘동물약품에서 판매하는 드론탈플러스의 성분 중의 하나인 피반텔은 생체 내에서 펜벤다졸과 옥스펜다졸(oxfendazole)로 분해되어 구충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벤지미다졸은 사람과 동물을 포함한 포유류 세포내 튜뷸린에 대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활성을 억제한다.

그러므로 과량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고, 역으로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의 분열은 정상 세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의 용량과 투약 횟수를 사용한다면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벤지미다졸은 생체 내에서 다양한 세포들의 증식을 억제하는 특성 때문에 구충제뿐만 아니라 궤양치료제(대표적인 성분: omeprazole), 항바이러스제(enviradine), 고혈압치료제(candesartan), 항앨러지제(astemizole), 항암제(bendamustine), 소염제(benoxaprofen analog)등으로도 개발되고 있거나 시판되고 있다.

벤지미다졸의 세포증식을 억제하는 특성은 특히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를 억제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어서 많은 벤지미다졸 유도체들이 항암제로 연구되고 있고, bendamustine과 같은 약제들은 이미 항암제로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따라서 벤지미다졸의 세포 내 튜뷸린에 대한 특성은 암세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을 유의해야 한다.

생체 내에 증식하는 모든 세포들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작용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벤지미다졸 유도체들은 과량을 장기적으로 투약할 경우 잠재적으로 기형과 암을 유발할 수 있어서 기형유발성(teratogenic) 및 발암성(tumorigenic) 특성이 있고, 이는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이나 인체 및 동물용 구충제인 알벤다졸도 포함된다.

과량으로 투약할 경우 정상 세포가 분열할 때 끼어 들어 정상적인 세포의 분열을 방해하거나 저지하여 세포를 죽이거나 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들 인체용 구충제 알벤다졸은 임산부, 수유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2살 이하의 어린이들, 즉 생체의 모든 장기와 기관의 세포들이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태아나 어린이들에게는 투약하지 않는다.

반면 펜벤다졸이 주 성분인 개와 고양이 구충제 파나쿠어 타블렛은 목적 동물에서 매우 안전해서 모든 연령층과 임신견에 사용해도 유산, 태아의 기형 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해당 제약회사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 아마도 목적 동물에 표준 사용량을 지침대로 투약하였을 경우에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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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종양들은 그 특성 상 빠르게 증식하고 원래의 발생부위에서 신체 내의 다양한 장기들로 전이하여 증식하기 때문에 펜벤다졸과 같은 항튜뷸린 제제들을 항암제로 개발하는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일부는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펜벤다졸이 주 성분인 파나쿠어는 인체용 구충제나 항암제로 허가가 나 있지 않으며, 인체용 구충제의 목적으로 개발되지 않아 인체에서의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알려져 있지 않다.

수의사는 동물용으로 개와 고양이를 포함하여 여러 가축의 구충용으로 처방할 수 있지만 아직은 동물에서도 암 치료용으로 허가가 나 있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암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어떤 종류의 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이므로 그러한 목적으로 처방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개와 고양이 구충제로서의 펜벤다졸과 인체용 구충제로 시판되고 있는 알벤다졸을 포함한 벤지미다졸 유도체들의 인체 또는 동물용 항암제로서의 사용은 말기 암환자에게 다른 어떤 요법들도 효과가 없어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환자와 보호자의 판단에 따라 사용할 일이다.

<위 칼럼은 저자의 허락을 받고 원글이 게재된 블로그(바로가기)에서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편집자주>

[칼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인체용 항암제로?/신성식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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