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자가진료 제한,하반기부터 본격 추진

대한수의사회 `수의사 한 목소리 내는 것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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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수의계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자가진료’다. 대한수의사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자가진료 제한’을 추진한다.

현행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의 금지)에는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에 의해 ‘자가진료’는 무면허 진료행위에서 ‘예외’가 된다. 대통령령으로 ▲수의사 자격을 가진 교수의 지시·감독 아래 진행되는 수의학 전공 실습 ▲수의사 자격을 가진 지도교수 지도·감독 아래 진행되는 봉사활동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 등을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의 범위’로 넣어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주사, 투약 등이 모두 합법이며 심지어 수술까지 하더라도 (동물보호법의 저촉을 받을 수 있지만) 수의사법상 문제되지는 않는다.

자가진료의 부작용은 반려동물 임상, 산업동물 임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반려동물 임상 분야에서는 보호자의 백신 자가 접종 및 심장사상충 자가 예방이 크게 늘고 있다. 약국이나 가축약품도매상에서 백신과 약품을 구입해 직접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접종·투약하는 경우가 많다. 애견샵에서의 백신 접종도 문제다. 분양 전 1~2차 접종이 완료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이 분양되기 전까지는 애견샵 주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자가진료를 실시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 급성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동물병원에서는 응급대처가 가능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응급대처가 불가능해 반려동물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자가진료도 일종의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동물 임상 분야에서 자가진료는 더욱 심각하다.

실제 많은 가축 사육 농장이 웬만한 동물병원보다 더 많은 약품을 구비하고 있다. 수의사법 시행령에 자가진료가 포함된 1994년 이후로 20년 이상 자가진료를 해 온 농장 입장에서는 수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진단 없이 비전문가인 농장주의 판단에 따라 약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항생제 오남용이 크게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의사 처방제’가 도입됐지만 처방대상약품 확대·약사예외조항 제거 등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따라서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자가진료 제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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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

대한수의사회(회장 김옥경)는 26일(금) 개최된 ‘2015 대한수의사회 임원워크숍’에서 ‘자가진료 제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분야의 자가진료 제한은 올해 하반기부터 바로 추진된다.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 시 자가진료의 대상을 ‘축산법에 따라 허가 또는 등록한 축산농가’로 한정짓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이전에도 축산농가 동물만 자가진료 대상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되기 전이라 ‘축산농가’의 대상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됐기 때문에 ‘축산농가’의 대상을 구분 짓는 것이 가능해졌다.

농식품부는 2013년 2월 23일 대규모 가축사육업에 대해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한 뒤, 지난해 2월 ‘전업규모’ 대상 농가까지 허가대상을 확대했으며, 올해 2월 ‘준전업규모’까지 허가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사육시설면적 기준으로 소 300㎡, 돼지 500㎡, 닭 950㎡, 오리 800㎡를 초과하는 농가는 모두 축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내년 2월부터는 소규모 농가까지도 축산업 허가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한 정부 입장에서도 축산농가 관리와 정확한 실정 파악을 위해 축산업 허가제를 잘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에, 축산업 허가를 받은 축산농가에서만 자가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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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물 분야에서는 농가 입장에서 자가진료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축질병공제제도 도입을 통해 농가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고,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을 확대하여 주요 약품의 구입에도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의 가축보험제도를 벤치마킹하여 가축질병공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일본의 가축보험은 소, 말, 돼지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하면 정부가 50%를 보조하고, 실제 사육하는 가축이 치료를 받았을 경우 공제조합에서 진료비를 납부하는 형태다.

적은 돈으로 가입이 가능하고, 가축이 폐사된 경우에도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농가에 도움이 되고, 그런 전제가 있기 때문에 수의사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수의사를 통한 올바른 진단·치료가 늘어나면서 잘못된 치료로 인한 약품 오남용 및 경제적 손실이 줄어들고, 가축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자가진료 제한 계획에 대해 “축종별 추진 방안에 따라 축산관련단체 및 동물보호단체 등과 연계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회 및 정부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사안인 만큼 대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전략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며 “수의사 개개인이 자가진료에 대한 의견 및 불만사항을 별도로 노출하고 대응하기보다 중앙회로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은 “1994년 수의사법 개정으로 모법에서 수의사 외의 진료 허용조건을 대통령으로 위임한 것이 문제가 되어 도서벽지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자가진료가 대통령령으로 전면 허용됐다. 20년이 지난 자가진료를 철폐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반발도 심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방안을 검토해 실질적인 자가진료 제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 자가진료 제한,하반기부터 본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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