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가축전염병 피해, 수의방역조직 확대·개편 필요해

OECD 회원국 중 방역조직 지위∙규모 꼴찌 수준..농식품부, ‘방역정책국’ 설치 검토

등록 : 2014.06.09 00:01:19   수정 : 2014.06.09 09:31:4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반복되는 대형 가축전염병 사태에 국가 수의방역조직 개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나 구제역 등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천문학적인 규모를 기록하자 ‘현행 방역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그 동안 방역조직체계 확대·개편의 필요성은 가축전염병 발생 때마다 여러번 논의됐지만 이내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안팎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마련된 분위기다.

현재 정부의 가축방역을 총괄하는 부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이다.

하지만 축산정책국이 방역뿐 아니라 축산 산업 육성 기능도 함께 담당하다 보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형국이다. 평시에는 방역보다 산업 육성에 치우치게 되고, 악성 전염병이 발생하면 산업 육성 기능은 마비된 채 질병 대응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국가 방역정책은 ‘방역만 담당하는’ 독립적인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발생을 예방을 위한 평상시 예찰∙점검과 축산물 안전, 동물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된 ‘국장급’ 정책단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농업부 동식물검역청(USDA-APHIS) ▲덴마크의 수의식품청(DVFA) ▲캐나다 농업농식품부 식품검사청 ▲호주 농업부 수의관 ▲영국 환경식품농촌부 수의관 ▲이탈리아 보건부 수의공중보건국 ▲스웨덴 농업부 동물복지위생국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 동물위생복지국 ▲네덜란드 경제농업혁신부 수의관 등 대부분이 ‘국장급’ 혹은 ‘청장급’ 조직에서 방역∙검역 등을 전담하고 있다.

140608 방역정책국1

34개 OECD 회원국 중 ‘과’ 단위로 방역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곳에 불과한 상황. 일본의 경우 ‘과’이긴 해도 직원이 40여명에 달해, 우리나라 ‘국’ 단위에 해당하는 규모를 갖췄다.
CVO = Chief Veterinary Officer

우리나라에서도 ‘방역정책국(가칭) 또는 방역심의관’ 형태의 독립적인 수의방역조직을 마련하는 개선방안이 검토 중이다. 현재 ‘과’ 조직(방역총괄과∙방역관리과)에 과도하게 집중된 방역정책 업무를 국장급 조직이 전담하도록 함으로써 독립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안이다.

이번 조직개편 방안은, 현재 ‘농식품부 방역체계 개선안’에 반영될 지 여부를 내부 협의 중에 있다. 농식품부 안은 H5N8형 AI 종식 예상 시점인 6월말, 7월초 경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방역정책국 설치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조직 개편에는 방역관계자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실현가능성을 절반 이하로 평가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개선안에 포함되더라도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비(非)수의계에서의 공감대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계, 축산관련 생산자 단체 등 관계자들 사이에서 수의방역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조직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방역정책국 등으로 방역조직을 분리하면, 그 만큼 축산 산업 육성을 위한 조직도 동시에 강화되는 것”이라며 “또한 방역체계를 개편해 질병관리가 개선되면 결과적으로 그 열매는 축산농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