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거래상 브루셀라 예찰 강화한다지만..”예찰 불가능한 미등록 거래상 다수”
매월 소 12만두 이동하는데 등록된 소 거래상은 600여개소 불과
방역당국은 올해 브루셀라 예찰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전국에 일괄 적용하던 일제검사를 없애는 대신 감염부재를 증명하는 통계예찰과 고위험군에 대한 목적예찰로 전환했다.
고위험군에는 가축거래상도 포함된다. 최근 행정예고한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방역실시요령’ 개정안은 가축거래상이 사육하는 소의 검사대상을 기존 ‘12개월령 이상’에서 ‘6개월령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가축거래상을 파악하는 것 자체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는 소를 운반하지만 가축거래상으로 등록하지 않는 불법 업자들이 많은데, 유령처럼 존재하는 이들이 방역관리에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축거래상 전파위험 고려해 예찰한다지만..
매월 소 12만마리를 가축거래상 527개가 나른다?
‘미등록 운송업자 많아’ 예찰 시작부터 구멍 불가피..양성화 추진 필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방역실시요령’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은 가축거래상 예찰을 강화한다. 검사 대상 연령을 12개월령 이상에서 6개월령 이상으로 하향했다.
브루셀라 양성축이 과거 12개월 이내에 다른 농장으로부터 이동했던 개체일 경우에는 해당 공급처 농장에 대한 역추적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한다.
12개월령 이상 한·육우 암소를 연1회 일괄적으로 예찰하던 일제검사를 없애면서 농가의 검사 부담을 줄이는 대신, 발생·전파 위험이 높은 가축거래상이나 발생농장에 소를 공급한 농장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가축거래상이 보유한 송아지는 12개월령 미만이라 하더라도 어미소와 이미 분리되어 있는만큼 거래·출하 시 별도의 브루셀라 검사가 요구됐던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은 이를 방역실시요령에 명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검사는 사라졌지만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가축거래상에 대한 연4회 검사는 목적예찰 형태로 남았다.
이에 대해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총무이사인 남기준 원장은 “위험도에 기반해 방역의 효율화를 기하려는 당국의 아이디어는 환영한다”면서도 “가축거래상이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해도, 현재로선 제대로 예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찰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등록된’ 가축거래상이 실제 운송업자들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축산법에 따라 소를 구매하거나 거래를 위탁 받아 제3자에게 알선·판매·양도하는 업자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고 가축거래를 업으로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는 국내에서 이동하는 소의 숫자와 소 가축거래상의 숫자 차이에서 엿볼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돼 등급판정을 받은 소는 110만여두에 달한다. 달마다 9만여두가 출하되는 셈이다. 농협경제지주의 가축시장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 한 달여간 가축시장으로 거래된 소는 3만1천여두로 집계됐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매월 최소 12만두의 소가 이동하는 셈인데, 공식적으로 등록된 가축거래상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공데이터로 공개하는 가축거래상인 현황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으로 소를 거래하는 가축거래상은 527개소에 그친다. 최근으로 봐도 640여개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 거래상이 매월 소 200여마리를 운송해야 하는 셈이 된다. 일부 농장이 직접 운송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비현실적인 수치다. 실제로는 등록하지 않은 운송업자가 소의 이동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기준 원장은 “서류상으로는 등록된 가축거래상이 아니라 농장이 직접 출하·거래를 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미등록 업자들의 운송차량은 축산차량GPS도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미등록 업자는 ‘방역상 중점관리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유령처럼 존재한다”며 가축거래상에 대한 예찰 강화와 함께 미등록 업자에 대한 양성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등록제를 두고서도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것처럼, 지자체를 통해 집중적인 계도기간을 두고 실질적인 운송업자들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원장은 “가축거래상에 대한 예찰 강화를 계기로 정보 현행화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력제 기반으로 방역행정이 추진되는만큼 철저한 현행화가 선행되어야 효율적인 방역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