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금지법 시행됐지만..기존 농가 유예 끝나도 불법 사육 남을까

기존 사육곰 농가 올 연말까지 유예..보호 대책은 느리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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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금)부터 사육곰 사육이 금지됐다. 기존 농가는 올해 연말까지 유예가 적용된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를 위한 법률(야생생물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2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사육곰이 농장에 남아 있으면 불법이 되는 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남은 사육곰 280여마리 대부분이 농장에 있는 상태로 내년을 맞이할 전망이다. 정부가 마련할 보호시설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한 데다 이들의 수용 규모도 130마리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나머지 150마리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사육곰의 복지 상태를 평가하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사진 : 2024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

개정 야생생물법에 따라 24일부터는 누구든지 사육곰을 사육할 수 없다. 기존 사육곰을 관람 또는 학술 연구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한 경우에도 서식지 외 보전기관, 사육곰 보호시설, 생물자원 보전시설 및 동물원 등 정해진 시설에서만 사육할 수 있다.

기존에 일부 사육곰 농가가 곰의 용도를 관람용으로 변경하여 번식하는 등의 수법을 활용했는데, 이 같은 행위를 차단하고 사육곰 일부를 동물원 등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사육곰 농가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사육금지 조치가 유예된다. 종식 전까지 사육곰 탈출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고 사고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질병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의사에 맡겨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가·지자체가 사육곰 보호시설을 운영하려는 경우에는 국립공원공단이나 국립생태원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천과 구례에 들어설 공공 보호시설은 각각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할 예정이다.

국가·지자체가 아닌 민간에서 보호시설을 운영하려는 경우에는 시설·인력기준을 갖춰 환경부에 등록해야 한다. 야생생물법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설치기준에 적합하도록 하면서, 수의사로 3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1명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 민간에서 곰들을 보호하고 있는 단체로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있다. 화천의 임시보호시설에서 사육곰 13마리를 돌보고 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수의사는 “저희도 등록할 예정이다. 개정 기준을 만족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곰들이 제대로 보호될 수 있도록 기준이 더 까다로워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1일 농장에 사육곰이 남아 있다면 불법이다. 그전에 보호시설로 옮기든, 웅담채취용으로 도축되든 결론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연말까지 일단락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구례와 서천에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있지만, 둘 모두 아직 곰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연말 전에 보호시설 공사가 끝난다고 해도 바로 곰을 채워 넣기도 어렵다. 최태규 수의사는 “운영인력이나 질병 문제를 고려하면 한 번에 몇 마리 정도씩만 검역을 거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곰을 (보호시설로) 옮기는데도 시일이 꽤 걸리지만, 가장 큰 문제는 농가로부터 곰을 받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농가에 적절한 보상을 주고 곰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지난해 발간한 ‘2024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및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정부예산으로 사육곰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가는 마리당 1,500~2,000만원선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결국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고, 곰을 사는 문제는 시민단체의 손에 남겨졌다. 사육곰을 실제로 종식하려면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10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야 하는 셈이다.

이 마저도 구례·서천의 공공 보호시설에 갈 수 있는 곰 130여마리에 대한 얘기다. 나머지 곰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다. 내년이 되어 농장에 ‘불법적으로’ 남아 있는 사육곰이 있다고 해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사육곰을 압류한다 한들 둘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 내년에도 상당수의 사육곰들은 농장에 남아 있고, 음성적으로 취급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는다.

최태규 수의사는 “구례도 서천도 가지 못한 곰들을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라며 “정부가 시설을 지원해준다면 저희 같은 민간 보호시설도 사육곰 보호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사육곰 금지법 시행됐지만..기존 농가 유예 끝나도 불법 사육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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