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물용 항생제 내성균 파장…`자가진료` 우리나라는 더 심각해

등록 : 2014.02.04 11:21:52   수정 : 2014.02.04 11:21:5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우리나라, 미국보다 항생제 사용량 많고 내성률도 더 높아

축산농가 자가진료 통해 항생제 마음대로 사용..10년간 개선 없어

수의사처방제 아직 역부족, 약국예외조항 없애고 주요 항생제 포함시켜야

가축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항생제내성균 문제를 지적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내부문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내 가축 사료첨가용 페니실린·테트라싸이클린 항생제를 연구한 이 문건에 따르면 30종 중 18종에서 항생제내성균이 발생돼 사람에게 전달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도 높은 사육환경에서 건강을 유지시키기 위해 저용량의 항생제를 장기간 사용함으로써 내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커진 것. 이렇게 발생된 내성균은 환경이나 축산물을 통해 사람에 전염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한 해 2백만명이 항생제내성균에 감염되고 이 중 2만3천여명이 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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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축 테트라싸이클린 내성률은 2012년 기준 소(47.2), 돼지(75.5), 닭(78.5)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 및 내성문제는 더 심각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돼지·닭고기 1톤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항생제는 2011년 기준 0.39kg. 2003년 0.72kg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개선된 수치지만 당시의 미국 항생제 사용량(0.24kg)보다도 높은 수치다.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0.04kg), 스웨덴(0.03kg)에 비해서는 10배 이상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테트라싸이클린, 암피실린 등 주요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도 더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축산농가들이 자가진료를 통해 대부분의 항생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쉽게 말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쓰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자가진료를 통한 항생제사용량은 그대로였고, 수의사 처방에 의해 사용되는 항생제는 오히려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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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배합사료제조용 항생제 감축 정책에 힘입어 사료용 항생제는 크게 줄었지만, 자가진료로 인한 항생제 사용량은 그대로, 수의사 처방에 의한 사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됐지만, 아직 대상이 전체 동물용의약품 중 15%에 불과해 항생제 사용량 감축 효과를 보기에는 부족하다. 게다가 주요 가축용 항생제인 페니실린, 설파제 등은 단 한 성분도 포함되지 못했을 만큼 실효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약국예외조항 때문에 수의사처방대상에 포함된 항생제도 경구용 제제라면 동물약국에서 수의사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가축 항생제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자가진료를 원하는 축산업계의 반발이 심하겠지만 2017년까지 페니실린, 설파제 등 주요 항생제를 수의사처방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처방대상 약품의 범위도 2017년까지 예정된 전체 판매액 대비 20%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