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조기 색출·부분살처분으로도 막을 수 있다?

돼지수의사회 수의포럼서 새 아이디어 거론..中서 성공사례

등록 : 2022.03.28 05:57:14   수정 : 2022.03.25 12:33:5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8대방역시설 의무화를 비롯한 농장 방역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농장에서의 ASF 발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큰 투자를 벌이는 셈인데, 아예 다른 시각도 제기된다.

설령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더라도 빨리 찾아내 도려내기만 하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지 않고도 비감염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세종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2022 한국돼지수의사회 수의포럼에서 주한수 미네소타주립대 명예교수와 한병우 대녕농장 대표가 각각 이 같은 취지의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주한수 교수 발표자료)

걸리면 죽지만 전파 느린 ASF

농장에서 발생해도 부분살처분으로 청정 복귀 가능

中서 발생농장 모돈 잔존율 99% 기록도

ASF는 국내에서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농장에 감염되면 발생농장은 물론 주변 농장까지 전두수 살처분 된다.

반면 2018년부터 ASF가 대규모로 발생했던 중국은 다르다. 주한수 교수는 “중국의 대기업 농장은 ASF 자체검사를 통해 양성돈만 매몰하는 ‘TEST & REMOVAL’ 방식을 4년 전부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별로 전두수도 아닌 부분살처분을 실시하는 셈이다.

주 교수는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의사그룹이 중국 내에서 운영하는 농장도 ‘TEST & REMOVAL’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전략은 ASF 바이러스의 특성에 기인한다. ASF 바이러스는 감염 시 폐사율은 높지만 전파속도는 느리다. 주로 접촉에 의해 전파되다 보니, 같은 돈사 내에서도 돈방 별로 확산이 제한된다.

ASF로 인한 폐사를 빠르게 포착해낼 수만 있다면 피해규모가 커지기 전에 확산을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TEST & REMOVAL은 식불, 고열, 폐사 등 의심증상이 포착되면 전담팀이 투입되는 방식이다.

양성축이 발견되면 이를 중심으로 검사대상을 선정하여 감염축을 잡아낸다. 골라낸 감염축은 살처분·매몰한다. 더 이상 감염축이 발견되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 후, 전두수 검사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면 일단락된다.

주 교수가 소개한 2019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중국 신희그룹이 총 모돈수 17만두에 달하는 모돈농장 4개소에 TEST & REMOVAL 전략을 도입한 결과 각각 56%, 89%, 98%, 99%의 모돈 잔존율을 기록했다.

잘만 수행한다면 돼지를 거의 잃지 않고도 ASF 감염을 극복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한병우 대표 발표자료)

ASF 감염돈방 사흘만 비워도..간접전파 우려

부분살처분 이후 돼지를 계속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감염축이 발생했던 돈방을 며칠만 비워두면, 새로 입식된 돼지로의 간접 전파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병우 대표가 이날 소개한 덴마크공대 국립수의연구소의 연구결과(2018)에 따르면, ASF 감염돼지가 있었던 돈방에 오염된 사료와 깔집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돼지를 입식할 경우, 재입식까지 1일 간격만 두었을 때는 새로운 돼지들에서 감염이 일어났지만 3·5·7일 후에 입식한 돼지는 감염되지 않았다(Olesen et al. Short time window for transmissibility of African swine fever virus from a contaminated environment. Transbound Emerg Dis. 2018 Aug;65(4):1024-1032)

오염된 환경으로 인한 ASF 바이러스의 간접 전파는 비교적 짧게만 가능한 셈이다.

 

초기 폐사는 티가 안 나..위험지역 수동감시 필요

부분살처분 전략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전략의 대전제인 조기 색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ASF에 감염된 돼지는 식불,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다 폐사한다. 심각하긴 하지만 특이하진 않다. 농장에서 돼지가 죽는 일은 흔하다. 특히 농장에 ASF가 유입된 초기 감염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병우 대표는 “ASF는 특히 발생 초기 단계에서 돈군내에서 느리게 전파된다. 폐사율이 평균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때까지 수주가 경과할 수 있다”면서 “폐사체 또는 아픈 돼지를 검사하는 ‘강화된 수동감시’가 대규모 양돈장에서 ASF를 조기 색출하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ASF 양성 멧돼지가 주변에서 확인된 위험지역의 양돈농가를 강화된 수동감시 대상으로 정하고 ASF 발생을 조기에 색출하자는 것이다.

조기에 감염 개체를 찾아낼 수 있다면 한 농장 내에서도 돈사 단위, 혹은 돈방 단위로까지 살처분 두수를 줄일 수 있다는 효과도 제시했다.

이처럼 ASF 위험지역에 수동감시를 강화하고 발생 시 부분살처분으로 돼지 잔존을 높이는 전략은 현재 방역당국의 접근법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전략대로라면 사육돼지의 폐사 원인으로 ASF를 우선 의심할 필요가 없는 안전지역(멧돼지 ASF가 발생하지 않은)에는 굳이 과도한 방역규제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TEST & REMOVAL 전략 도입 준비에 필요한 가상훈련 시나리오까지 제시한 주 교수는 “(중국보다) 사육두수가 적은 한국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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