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개 1만8천마리 중성화하겠다는데‥수의사회는 `참여 불가`

수의사회 인상 요구에도 40만원 책정...심장사상충 검사 등 고려해 인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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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마당개(실외사육견) 중성화수술·동물등록을 지원에 나선다. 마당개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자는 것인데, 수의사회가 참여 불가 입장을 밝혔던 형태로 발표돼 논란이 예고된다.

통상적으로 중대형견 중성화수술 비용에 못 미치는 단가로 책정된 데다, 심장사상충 검사 등 안전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실·유기견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마당개는 동물병원으로 와서 중성화를 받기가 어려운 반면, ‘마당개’라고 볼 수 없는 반려견이 혜택을 편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유실·유기견 4마리 중 3마리가 비품종견

비품종 유실·유기견 절반 이상이 1년령 미만

무분별한 번식이 유기견, 들개화로

마당 등 실외에 목줄로 묶어 놓거나, 울타리 안에 풀어 놓고 기르는 마당개는 농촌 지역 유실·유기동물, 들개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묶어서 기르는 암컷 마당개가 주변을 돌아다니는 수컷과 번식을 반복하며 강아지들을 출산하는데, 이들이 갈 곳을 찾기 어렵다. 결국 유기동물보호소로 오거나 야산으로 떠나 들개화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동물자유연대 2021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유실·유기견의 78%가 비품종견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지역에서 발생한 비품종 유실·유기견의 절반 이상(54.5%)이 1년령 미만의 어린 강아지들이었다. 품종 유실·유기견에서 1년령 미만 강아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8.1%에 불과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야생으로 가서 들개가 되면 사람과 가축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해발 300~600m)에 약 2천마리의 들개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상위 포식자가 된 들개가 가축과 다른 야생동물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유기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마당개 중성화사업을 공식화했다.

전국 단위 사업을 매년 확대해 2026년까지 사업대상으로 추정되는 37만 5천마리 중 31만9천마리(85%)를 중성화한다는 목표다.

농식품부는 올해 18,750마리 중성화를 목표로 예산을 투입한다. 암컷 마당개 중성화수술비와 동물등록비를 포함한 마리당 단가는 40만원으로 책정됐다.

국비 20%, 지방비 70%, 자부담 10%로 구성했지만 자부담은 지방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대상자(마당개 보호자)가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에 중성화수술 지원을 신청하고,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마당개를 동물병원에서 수술하면, 지자체가 수술 실적을 확인해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수의사회의 수술비 인상 요구에도 지원비는 40만원(암컷)으로 정해졌다.

정작 중성화 담당할 수의사회는 ‘참여 불가’

안전성 고려해 검사 필요..사업비용에 반영돼야

마당개 중성화 사업은 각 지자체별로 참여 동물병원이나 지역 수의사회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대한수의사회는 참여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수의학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책정한 단가는 40만원이다(암컷 기준). 수술비 외에도 내장형 동물등록과 마당개 이동을 위한 제반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통상 동물병원에서 진행되는 중대형견의 중성화수술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광견병 백신 관납접종, 길고양이 TNR에 이어 또 수의사의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형태의 정책이 반복되는 셈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실외에서 생활하는 마당개의 경우 마취 위험성을 고려해 심장사상충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령견 등 개체 상황에 따라 보다 철저한 사전검사나 수술 후 입원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마당개의 안전을 위해서 이를 위한 비용을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수는 지난달 이 같은 점을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에 건의했지만 구체적인 보완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1월 25일 전국 지부수의사회에 참여 불가입장을 공문으로 발송하고, 2월 이사회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지난 8일 중앙회 이사회에서 “수의학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수의사회도 “사전검사비 10만원을 포함해 지원단가를 최소 5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당에 사는 반려견과 ‘마당개’는 다른데..혜택 편취 우려도

수의사 봉사단체인 국경없는수의사회(대표 김재영)는 지난해 6월 양주에서 마당개 중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양주시와 협력해 마당개 중성화가 필요한 마을을 봉사단이 방문, 24마리에 대한 중성화를 일제히 실시했다. 당시 한정애 환경부장관도 봉사현장을 방문했다.

김재영 원장은 “유기견, 들개 문제를 줄이기 위한 마당개 중성화사업은 좋은 아이디어”라면서도 사업 형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관리되지 않는 번식으로 유기견·들개 문제를 일으키는 마당개는 통상 목줄에 묶여 지내며, 사회화가 부족한 개체들이다. 이들은 멀리 떨어진 동물병원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서부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마당에 두고 밥만 주는 정도인 주인들도 이들을 데려다 중성화를 받게 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김재영 원장은 “애초에 동물병원에 잘 와서 중성화를 받을 수 있는 개들을 (이 사업이 도입된 이유인) ‘마당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실외에서 기를 뿐 사실상 반려견인 품종견까지 사업 혜택을 보려 하면서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길고양이 TNR을 악용해 반려묘를 마치 포획된 길고양이인 것처럼 꾸며 혜택을 편취하는 사례가 마당개 사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안전 문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김재영 원장은 “양주에서 마당개 중성화 프로젝트를 했을 때도 심장사상충 양성 개체가 적지 않았다”면서 “동물병원이 익숙치 않은 마당개들은 회복이 더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 사고 위험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당개 1만8천마리 중성화하겠다는데‥수의사회는 `참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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