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가족 여러 명인데 동물등록할 땐 왜 한 명만?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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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동물도 가족이 여럿일 수 있어요 -현행 동물등록시스템에 관하여 : 김소리 변호사(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 모임)

반려동물을 혼자 양육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의 가족이 함께 양육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강아지의 경우 혼자 있게 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지 않아 혼자보다는 여럿이 돌아가면서 돌봄이 가능하도록 다수의 가족들이 함께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다.

필자 또한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강아지를 키울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지라 강아지를 혼자 두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고, 또 강아지가 나이 들어 병들고 아플 때 과연 혼자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까운 지인이 본인도 강아지를 좋아한다며, 본인도 혼자서는 자신이 없는데 같이 키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강아지를 함께 키우기로 했고, 서로 일정을 맞춰서 최대한 강아지 곁에 있어 주고 필요한 사료비나 병원비 등도 함께 부담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다. 중성화수술을 하면서 ‘동물등록’을 위한 내장칩 시술도 함께 했다. 함께 양육하는 만큼 동물등록 역시 당연히 우리 두 명 공동명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실제 동물등록에 관한 동물보호법 제12조 제1항은 동물의 소유자는 동물등록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법 제47조 제2항은 등록해야 할 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소유자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명이 공동으로 동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위 법에 따라 소유자 2명 모두 동물등록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그런데 필자가 두 명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신청했더니 실제 등록 업무를 처리하는 지자체에서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이 안 된다며 반려처분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구체적 이유에 관하여는 현재 동물등록시스템에서 소유자 1인만을 기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법적 근거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저 기술적 이유로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법률상으로는 소유자의 경우 등록의무가 부과되고, 별도로 국가가 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서는 규정한 바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공동명의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 필자는 이러한 모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입장에 대해 공식질의를 한 바 있는데 농림부의 답변은 ‘향후 다수의 소유자가 공동명의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오로지 1명만 등록이 되게끔 해놓은 현행 동물등록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동물등록의 주체가 중요한 이유는 동물등록자가 해당 동물에 대한 각종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동물등록제도 도입 취지에 관하여 ‘등록대상동물의 보호와 유기방지, 유기 또는 유실된 동물 발견 시 소유자 확인 및 소유자의 책임의식 고취’ 등을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동물등록의 주체선정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가족인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에게는 생명권과 직결되는 가장 중차대한 사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의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다.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는 등록대상동물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경우 소유자의 연락처 등 인식표를 동물에게 부착해야 할 의무, 외출 시 목줄 등 안전조치 의무, 배설물 수거 의무 등을 부담하며(동물보호법 제13조), 이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고(같은 법 제47조 제3항), 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같은 법 제46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조항 제2항 제1의3).

더 중요한 것은 권리일 텐데,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등록되어 있는 소유자는 다음과 같은 일정한 권리를 갖게 된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이 잃어버린 동물에 대해 보호조치를 하는 경우 소유자등이 보호조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공고해야 하고(제17조), 소유자등은 그 동물에 관하여 반환요구를 할 수 있으며(같은 법 제18조),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의 보호비용 청구의 대상이 된다(같은 법 제19조 제1항). 반려동물의 가족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권리들을 얻기 위해서 동물등록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동물을 공동소유하고 있음에도 공동소유자중 1인만을 등록하게 한다면, 그 1인은 의무를 과중하게 부담하거나 의무를 불가피하게 해태할 위험을 안게 되며, 등록되지 못한 다른 소유자의 경우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즉, 앞서 언급했듯 등록된 동물을 분실한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고를 함으로써 국가기관의 도움으로 동물을 용이하게 되찾을 수 있는데 등록되지 않은 소유자는 이러한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농림부는 위와 같은 소유자로서의 권리·의무는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소유자에게 부여되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스스로 밝힌 동물등록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모순되는 주장인데(그렇다고 한다면 동물등록을 하라고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위 주장을 받아들여 소관 행정청이 등록시스템에 등록된 소유자 외에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자에 대해 매번 실질적인 소유권 심사를 해서 각종 의무와 권리를 인정해준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등록되지 않은 소유자는 그만큼 불편하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가족(소유자)이 여럿임에도 한 명만을 등록하도록 하는 현행 동물등록시스템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시스템이며, 이로 인해 반려동물과 그 가족은 모두 부당하게 자신의 권리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 정부가 핑계로 삼는 ‘시스템’은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행태는, 몸에 맞게 침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맞게 몸을 개조하려는 태도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정부는 하루빨리 반려동물의 가족들이 모두 반려동물에 대해 동등하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현재의 동물등록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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