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조제 없이 상담만 하는 병원인데, 무영등이 왜 필요해요?”

다양해지는 동물병원 형태...시설기준 보완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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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학전문동물병원, 행동학전문동물병원, 재활치료동물병원 등 특정 과목만 다루는 특화동물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동물병원 시설기준’이 일괄적으로 적용되어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수의사법, 동물병원 형태에 상관없이 처치실·조제실 갖춰야 해

공무원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도 문제

현행 수의사법 시행규칙 ‘동물병원의 세부 시설기준’에 따르면, 수의사가 동물병원을 개설할 때는 진료실, 처치실, 조제실 및 동물병원의 청결유지와 위생관리에 필요한 수도시설·장비를 갖춰야 한다.

동물병원이 병원 구조를 표시한 평면도·장비 및 시설의 명세서와 함께 동물병원개설신고서를 시군구청에 제출하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시설기준을 갖췄는지 확인한다. 이때 법에 따른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동물병원 개설이 불가능하다. 상담만 하는 동물병원이라 하더라도 처치실, 조제실 등을 갖추지 않으면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것이다.

영양학전문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영양학 상담만 하고, 제품 판매, 약 조제를 하지 않지만 (동물병원을 개설할 때) 조제실을 갖춰야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일반적인 동물병원은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이므로 관련 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상담만 하는 자신의 경우에는 조제실이 불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특정 과목만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지고, 특화진료동물병원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똑같은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점점 다양해지는 동물병원의 형태를 고려해 시설기준을 세분화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수의사법은 ‘축산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에 대한 출장진료만을 하는 동물병원(일명 출장진료전문병원)’을 개설할 때만 시설기준 예외를 허용한다. 단, 출장진료만 할 것이라는 서약을 해야만 한다.

출장진료전문병원 확인서

공무원마다 달라지는 잣대도 문제다.

행동학전문동물병원을 운영하는 B 원장은 “같은 시설을 갖췄는데, 어떤 공무원은 개설 허가를 내주고, 어떤 공무원은 그렇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술을 안 하는 동물병원이니까 무영조명등이 없어도 된다’고 판단하는 공무원이 있는 반면, 다른 공무원은 ‘무영조명등이 꼭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의료법, 병원 종류별로 다른 시설기준 적용

수의사법과 달리, 의료법은 다양한 병원 형태를 고려한 시설기준을 갖추고 있다.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조산원에 각각 다른 시설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예외규정도 뒀다.

수술실은 ‘외과계 진료과목이 있고,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하는 경우에만’ 갖추고, 조제실은 ‘조제실을 두는 경우에만’ 갖추고, 회복실은 ‘수술실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만’ 갖추는 식이다.

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기준 일부(의료법 시행규칙)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점점 다양해지는 동물병원의 형태를 고려해 시설기준의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담만 하겠다며 시설기준 예외 적용을 받은 수의사가 실제로는 수술, 처치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화동물병원 원장을 위한 규제 완화가 악의를 가진 일부 수의사들에 의해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 수의사는 “이동동물병원을 개설해 개·고양이 출장 예방접종만 하겠다고 (농장동물에만 적용되는) 출장진료동물병원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부작용에 대해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조제 없이 상담만 하는 병원인데, 무영등이 왜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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