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건사 생기면 인건비 늘어난다? 업무범위 등 세부규정 입법예고

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예고..5월말까지 의견수렴

등록 : 2021.04.21 17:17:46   수정 : 2021.04.21 17:43:30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건사 업무범위와 양성기준 등 세부 사항을 구체화한 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진행했던 초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동물보건사의 업무범위를 자료수집, 관찰, 기초검진, 보정, 투약, 마취 및 수술 보조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규제영향분석서에서 동물보건사 제도화에 따른 비용으로 임금상승을 제시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미국의 수의테크니션이 최저임금 대비 높은 시급을 받는만큼 국내 동물보건사의 인건비도 늘어날 것이란 계산인데, 국내에서 논의 중인 동물보건사와 달리 침습적인 업무를 포함하는 테크니션 자격(Registered Veterinary Technician, RVT)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단순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조인력 임금 상승은 인건비 비중이 큰 동물병원에서 진료비 상승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건사 업무범위 구체화..수의사회 ‘투약, 마취 및 수술보조’에 문제 지적

이날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동물보건사의 양성기관 인증평가 기준과 업무범위, 자격시험 및 자격증 관리 등 동물보건사 제도화에 따른 세부 사항을 규정했다.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수행할 수 있는 동물보건사의 업무는 크게 ‘동물의 간호’와 ‘진료 보조업무’로 구분된다.

동물의 간호는 동물 소유자·관리자에 대한 자료수집, 동물의 관찰, 기초 건강검진으로 구체화된다. 진료 보조 행위로는 보정, 투약, 마취 및 수술보조를 명시했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보건사가 ▲반려동물에 한해 ▲동물병원 공간 내에서 ▲비침습적인 보조업무를 담당한다는 3대 원칙을 전제하고 있다.

이중 문제 소지가 있는 표현은 ‘투약’과 ‘마취 및 수술보조’가 지목된다. 투약 경로에는 경구제 복용이나 외용제 도포 외에도 침습적인 주사행위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회는 침습을 제외한 복약·도포는 허용하더라도, 침습행위가 포함될 수 있는 ‘투약’ 표현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취보조 업무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이다. 사람에서는 간호사 중에서도 별도 교육과정을 이수한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보조업무를 따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수의사라고 동물병원 없이 진료해선 안 된다’

개정안이 동물보건사 전공 학생의 실습교육을 위한 지도교수의 진료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점도 문제다.

전공 학생이 진료보조업무를 실습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진료행위가 있어야 하니, 수의사인 교수가 진료를 볼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정내용이 명시된 수의사법 시행령 12조는 양축농가의 자가진료 등 ‘수의사가 아닌 사람’의 진료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이다.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예외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수의사 면허자인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교수가 동물병원에 소속되지 않고도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구멍이 될 수 있다.

현행 수의사법은 단지 수의사라고 해서 동물진료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는다. 동물병원을 개설하거나 개설된 병원에 등록된 진료수의사일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수의사회도 개정안의 예외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의사법(제17조)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수의사회는 “동물보건사의 진료보조업무 실습은 동물병원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간호조무사도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위탁해 실습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 없이 진료행위를 하려는 것도,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이 면허 대여 형식으로 불법 동물병원을 개설하려는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학과가 없는 대학의 동물병원 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동물보건사 자격증 따면 시급 2.5배 오른다?

미국도 RVT 아닌 일반 인력은 최저임금 수준

개정안과 함께 고지된 수의사법 시행규칙 규제영향분석서에서는 자격시험 응시 특례 관련한 비용 분석이 눈에 띈다.

오는 8월부터 동물보건사가 제도화되면 기존에 동물병원에서 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의테크니션도 동물보건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일정 기간 실습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둔 것이다.

해당 규제의 비용·편익을 분석하면서 당국은 기존 수의테크니션 인력이 실습교육을 받는 동안 일을 못하게 되면서 생기는 임금 상실분과 실습교육비를 비용으로, 동물보건사 자격증 취득에 따른 임금상승분을 편익으로 봤다.

임금 상실분이나 상승분 모두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임금상승분을 계산할 때 2021년 미국 주별 평균 최저시급 대비 수의테크니션의 임금비율을 반영한 것이 눈길을 끈다.

미국 주별 평균 최저시급이 9.3달러인데 반해 수의테크니션 및 테크놀로지스트의 시간당 임금은 23달러로 약 2.5배 수준인데, 국내에서도 동물보건사가 도입되면 그만큼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료 : 수의사법 시행규칙 규제영향분석서)

현재 국내 수의테크니션의 임금 수준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초봉은 대부분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개인별 역량과 병원 사정에 따라 높아지지만, 소수 장기근속자를 제외하면 큰 폭으로 오르지 않고 근속도 대체로 짧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의사회가 동물보건사에 침습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만큼, 현재 테크니션이 담당하는 업무와 보건사의 업무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 보긴 어렵다.

때문에 동물보건사 자격을 취득한다는 것 만으로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정부가 비교 기준으로 삼은 미국 수의테크니션의 시급(23달러)이 일반 보조인력이 아니라 주수의사회가 관리하는 ‘Registered(Licensed) Veterinary Technician(RVT)’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RVT는 수의사회의 관리감독 하에 마취유도나 마약류 관리 등 보다 심화된 보조업무를 수행한다. 체중 측정이나 보정, 전화응대, 청소 등 기본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 보조인력과는 다르다.

침습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형태의 국내 동물보건사는 후자에 가깝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수의사에 따르면 RVT에게는 23달러 내외의 시급이 주어지지만, RVT가 아닌 일반 보조인력의 시급은 14~15달러 내외다.

캘리포니아주 25인 이하 사업체의 2021년 최저시급은 13달러다. 미국 동물병원도 일반 보조인력의 임금시세가 최저임금 근처라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한 임금상승은 보조인력에게는 편익이지만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가뜩이나 인건비 비중이 높은 동물병원에서 진료비 상승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월말까지 입법예고..대한수의사회 회원 의견 수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는 오는 5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Tel. 044-201-2522, FAX. 044-868-0628, bullsvet@korea.kr)나 국민참여입법센터 등을 통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개정안 주요 내용과 의견수렴 절차는 대한수의사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