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건사 `동물의 간호·진료 보조` 세부 업무허용범위 첫 윤곽

‘침습적인’ 투약 허용여부 쟁점될까..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의견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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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부터 시행될 동물보건사 제도의 세부 윤곽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동물보건사의 업무 허용 범위와 한계, 양성 기준 등을 담은 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초안을 만들고 관계기관의 의견을 조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정안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동물보건사의 업무 허용범위는 상담, 관찰, 기초검진, 보정, 투약, 마취 및 수술보조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투약’이 주사 등 침습적인 행위가 포함될 지 여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자료수집, 관찰, 기초검진, 보정, 투약, 마취 및 수술 보조

투약에 주사 포함 여부가 쟁점..대수 ‘침습적인 행위 불가’

수의사법은 동물보건사를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동물의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에 종사하는 자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 초안은 ‘동물의 간호’를 동물 소유자·관리자에 대한 자료수집, 동물의 관찰, 기초 건강검진으로 구체화했다. ‘동물의 진료 보조’는 보정, 투약, 마취 및 수술 보조로 명시했다.

기존에 동물병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의테크니션이 실습교육만 추가로 받은 후 동물보건사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 특례규정에서는, 해당 실습교육의 내용을 ▲동물병원 관리 ▲건강 검진 ▲진단 검사 보조 ▲입원·응급 동물 간호 ▲수술 보조 ▲동물보건 관련 법규 ▲동물병원 실습으로 구성했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보건사에게 비침습적인 보조업무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사·채혈 등 침습적인 행위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정 초안의 세부 업무내용 중 ‘투약’에 주사행위가 포함될 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서울행정법원은 수의테크니션의 불법 동물진료행위로 인한 업무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경구투약과 주사기 등을 이용한 투약을 별개로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주사기 등을 이용한 투약과 같이 수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투약행위만을 수의사법이 정하는 진료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경구를 통한 약물의 투여는 단순히 동물이 약물을 먹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해 수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투약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일선의 한 동물병원장은 “사람에서도 먹는 약은 ‘복약’이라 칭해 주사와 구분하고 있다. 주사행위가 포함되는 ‘투약’은 적절치 않다”며 “사람의 마취전문간호사는 석사 이상의 학력과 자격시험의 패스해야 마취가 의사의 오더를 수행해 마취 보조를 할 수 있다. 기기나 (환자) 호흡을 점검하는 등의 단순 보조를 마취 보조라는 폭넓은 개념으로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사 양성 교수(수의사)는 동물병원 없이도 진료할 수 있다?

수의학과 아닌 대학의 불법 동물병원 개설 문제도 주시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의 실습교육 관련 조항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시행령 개정 초안은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에서 수의사인 지도교수가 학생 실습교육을 하기 위하여 행하는 진료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시행령 제12조에 추가했다.

학생들이 동물의 간호나 진료보조를 실습하려면 그 대상이 될 진료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행령 제12조는 양축농가의 자가진료 등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범위를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다.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예외’로 규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오히려 예외조항이 수의사(동물보건사 양성기관 교수)가 동물병원에 소속되지 않고도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근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 면허자라 할 지라도 동물병원을 통해 진료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물병원에 속하지 않으면 수의사라 해도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

수의과대학에서 실제 환자를 통해 진행되는 임상교육도 모두 수의사 자격을 가진 지도교수가 부속 동물병원의 진료수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동물보건사 실습교육이 동물병원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면 굳이 개정 초안의 예외조항을 추가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이 불법적인 형태로 동물병원을 개설하는 정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양성기관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거나 ‘부설동물병원’이라고 표현하면서 수의사인 교수가 진료수의사로 일하는 형태다. 현행 수의사법이 수의학과가 없는 대학의 동물병원 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만큼, 면허 대여로 의심될 소지가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달 초 ‘동물병원 적정 개설 운영가이드라인 및 불법대응’ 방안을 마련해 수의과대학이 아닌 대학의 동물병원 개설은 불가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수 ‘3대 원칙 전제로 우리회가 관리해야’

이번 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초안은 이 밖에도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의 평가인증 기준과 절차, 자격시험 위탁 기관 등 제도 운영에 필요한 세부 내용을 담았다.

통상 관련 정부부처나 지자체, 관계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견조회를 거쳐 개정안이 확정되면, 공개 입법예고 절차가 이어진다.

개정 수의사법 시행일이 8월 28일로 얼마 남지 않았고, 공개 입법예고에 통상 40일이 소요되는 만큼 개정안 마련까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우선 이달 말까지 각 시도지부 수의사회와 산하단체, 수의과대학으로부터 개정안 관련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다. 이후 입법예고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보건사 제도는 ▲반려동물에 한해 ▲동물병원 공간 내에서 ▲비침습적인 보조업무를 담당한다는 ‘3대 원칙’을 전제로 우리회 관리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며 “회원 의견을 수렴해 동물보건사 제도 적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물보건사 `동물의 간호·진료 보조` 세부 업무허용범위 첫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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