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화 원격의료 위법 판결‥수의사법에도 원내진료 원칙 필요

의료법에는 의료기관 내 의료업 의무 규정

등록 : 2020.11.10 11:37:50   수정 : 2020.11.10 11:37:5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환자의 요청에 따라 전화로 진료하다 기소된 의료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도 인정됐다.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의료법 규정(제33조)을 적용한 것인데, 수의사법에도 동물병원(의료기관) 내 진료원칙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5일 환자 요청으로 전화로 진료하여 기소된 의료인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형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응급환자나 환자 및 보호자의 요청, 국가나 지자체의 요청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항).

대법원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여 국민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의료법 제34조가 허용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사가 다른 의사를 지원하는 형태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의료인 A씨는 환자 요청에 따라 전화로 진료한 행위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조항 중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조항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밖에서 환자를 만나는 왕진에 적용되는 것으로, 전화 등으로 아예 만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환자와 의사가 대면하지 않는 형태의 진료가 현재의 기술수준에서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으로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해 환자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의료기관 내에 설치된 시설이나 장비를 활용할 수 없어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법은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수 ‘반려동물 병원 내 진료가 원칙’ 가이드라인..원내진료 수의사법 개정 필요

이와 비슷한 판단이 동물병원에도 적용될까.

동물의 경우 사람 환자보다 더 원격의료에 적합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사람 환자와 달리 동물 환자는 외형적인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비특이적인 증상만으로는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밀검사를 위한 내원(대면진료)가 더욱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의사법에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과 같이 동물병원(의료기관) 내 진료원칙을 제시한 조항이 없다.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면허자일지라도 동물병원(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진료업의 장소에 대한 조건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9월 ‘동물병원 방문진료(왕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고 “수의사법은 동물진료에 수의사라는 인적요건 뿐 아니라 적절한 시설을 구비한 동물병원이라는 물적요건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동물의 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을 반영해 지난 국회에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응급처치, 정부의 요청, 가축진료 등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의사가 소속된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