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 대체역보다 못한 취급 받는 공중보건의사·공중방역수의사

헌재 ‘훈련기간 미산입 위헌 아냐’ 헌법소원 기각..대공수협 `굉장히 유감`

등록 : 2020.09.28 10:51:54   수정 : 2020.10.05 17:17:1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헌법재판소가 공중보건의사의 4주 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시키지 않은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선고에서 ‘군사교육소집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병역법(제34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공중보건의사와 마찬가지로 3년+4주 동안 복무하는 공중방역수의사들은 이 같은 헌재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예 병역의무를 거부한 대체역(양심적 병역거부자)도 교육기간을 포함해 3년만 복무하는데, 공방수와 공보의는 그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보의·공방수, 실질적 3년+4주 복무..훈련기간은 복무기간서 제외

헌재 ‘공보의 훈련기간 산입시 의료공백 우려..전문연과는 달리 봐야’

공중보건의사와 공중방역수의사는 2018년 ‘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해야 한다’고 함께 촉구했다.

공보의와 공방수 모두 4주 기초군사교육을 받은 후 배치되는데, 이 기간이 의무복무기간(3년)에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3년 4주 동안 복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다른 보충역은 훈련기간도 의무복무기간에 포함되는 만큼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는 당해 각각 성명을 내고 병역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 국회에서 김병기·경대수 의원이 이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국회 국방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좌절됐다.

이에 더해 공중보건의사들은 지난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실질적으로 3년 4주를 복무하게 한 병역법 조항이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전문연구요원과 달리 공보의의 군사교육소집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보건의료업무에 종사하는 공보의는 전문연구요원에 비해 수행업무의 공익적 기여도가 매우 크고 직접적”이라며 “군사교육소집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한다면, 소집해제일인 3월경부터 다른 공보의가 배치되는 4월경까지 약 1개월간 필연적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목했다.

일반적으로 한 지역에 배치되는 공보의가 소수이므로, 공보의의 부재가 일부 지역에서 매년 1개월씩 반복된다면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의료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업무의 특성상 일정기간 자리를 비워도 심각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전문연구요원과는 다르다는 취지다.

헌재는 “같은 보충역이라도 제도 도입취지, 복무형태, 복무내용, 신분 등이 상이하므로 군사교육소집기간 산입 여부와 같은 세부내용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보의는 군의관과 선발과정, 보수, 수행 업무의 내용 등 여러 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군사교육소집기간 산입 여부와 같은 정책적 사항을 전문연구요원과 달리 규정한다고 해서 부당한 차별취급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 반대의견 ‘공보의·전문연 지위 같아’..미산입은 평등권 침해

하지만 일부 헌법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전문연과 공보의가) 병역의무자의 업무전문성을 바탕으로 비군사적 복무에 종사한다는 점에서는 병역의무체계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지위가 같다”며 “군사교육소집기간의 복무기간 산입 여부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충역인 공보의와 현역 장교인 군의관은 병역체계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위상이 다르다”며 “군사교육소집기간이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것이 군의관과의 형평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된다 보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현역병, 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긴 3년의 복무기간 외에도 군사교육소집기간(4주)까지 추가로 복무토록 요구하는 것이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업무공백 문제는 공보의의 재배치나 재조정, 순회진료 방법으로 회소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은 교육기간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돼

병역거부자보다 복무 길고 휴가 짧고..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 ‘분통’

공중방역수의사도 다른 조항(병역법 제34조의7 제3항)에 따라 군사교육소집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 이번 헌재 판결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회장 이종민)는 “헌재 기각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군복무를 하는 개인의 형평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제도 자체의 목적만을 고려해 내려진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헌재 반대의견과 마찬가지로 훈련기간 산입 시 발생하는 공백은 순환근무, 근무지 재배치 또는 재조정 등을 통해 해결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병역 기피자들과 동일한 복무기간(3년)을 가지는 것 또한 비합리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헌재 판결이 전문연구요원과 공보의의 비교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대공수협은 공방수와 병역거부자의 형평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된 대체역법에 따라 ‘대체역’으로 편입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교도소·구치소에서 3년간 합숙 복무한다.

별도의 군사훈련은 받지 않고 기본교육·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해당 교육기간은 복무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됐다(대체역법 제20조).

범법자를 수감하는 시설에서 일하는데도, 교육기간 동안 발생할 업무공백을 문제삼지 않은 셈이다. 업무공백을 이유로 법에서 정한 기간보다 더 복무해야 하는 공보의, 공방수와는 다르다.

심지어 대체역의 휴가일수도 더 많다. 대체역법 시행령은 대체복무요원에게 3년간 48일 이내의 정기휴가를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3년 통틀어 37일에 불과한 공방수의 휴가일수보다도 열흘 이상 많다.

결국 공중방역수의사는 병역거부자보다 실질적으로 한 달 이상 더 복무해야 한다. 대공수협이 복무기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다.

대공수협은 이번 헌재 기각에 공중방역수의사법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이번 판례와 과정에 대해 검토를 거듭해 공방수 훈련기간의 복무기간 산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