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임상실습교육 파행 우려` 한정애 동물보호법 개정안 논란

한정애 의원안, 실험동물공급자 공급 동물로만 동물실험..'실습교육 예산 현실화 먼저' 지적

등록 : 2020.07.28 11:02:28   수정 : 2020.07.28 16:27:2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한 수의대 실습교육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실습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실험동물공급업체에서 구입한 동물로만 제한하면 전국 수의과대학의 임상실습교육 대부분이 파행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수협, 회장 서강문)는 23일과 24일 양일간 쏠비치 삼척 리조트에서 열린 한수협 심포지움에서 최근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문제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수의대 실습 예산은 비글 2마리 구입하기도 모자란데..

한정애 의원안은 제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사역동물에 대한 동물실험 제한, 피학대동물에 대한 동물학대행위자의 소유권 제한, 동물실험 관리 강화 등을 담았다.

논란이 된 것은 ‘실험동물공급자가 아닌 자로부터 공급받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실험을 금지’한 개정안 제24조 제3호다.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한 수의과대학의 임상실습교육도 일종의 ‘동물실험’에 해당하는데, 실험동물공급자에게 구매하여 동물을 마련하기에는 실습교육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습교육을 위협하는 동물실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본지 2018년 9월 10일자 ‘수의과대학 임상실습교육을 실험동물법으로 규제한다?’).

한정애 의원은 지난 2018년 교육 목적 실습을 실험동물법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실험동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실험동물법에 포함되면 이번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실험동물공급자에게 공급받은 동물만 사용할 수 있는데, 해당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8년 당시 본지가 전국 수의과대학 임상과목 교수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수 1인에게 주어지는 실습예산은 학기당 평균 177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비글을 구입하는데 100~150만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글 2마리를 마련하기조차 힘든 예산이다.

수의과대학별로 임상실습에 참여하는 1개 학년의 정원은 50~80명이다. 실습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2018년 본지 설문조사에 응답한 9개 수의과대학(익명) 임상과목의 1학기당 실습예산

농장동물 실험·실습은 아예 막히나

농장동물에 대한 실험도 문제다. 수의대에서 실시하는 농장동물 임상실습교육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의 승인을 받는 동물실험 형태다. 하지만 소나 닭 같은 가축은 실험동물공급자에게 구하기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근형 충북대 교수는 “수의대생이 소의 직장검사 실습도 못하게 될 판”이라며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인형 서울대 교수도 “소나 말은 실험동물공급자에게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약품 개발 등을 위해 일선 농장의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도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농장동물에 대해서는 예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이 비글이나 유전자 기능제거 마우스(Knock-Out Mice)를 대학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경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대학별로 의견조회 수신 여부에 차이를 보였다. 충북대 등 일부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한정애 의원안에 대한 의견수렴 요청을 받았지만, 서울대 등 다른 대학은 소식조차 듣지 못한 것이다.

박현정 제주대 교수는 “수의학교육과 관련된 법 개정을 두고 수의대에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협회 차원의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습기회·동물복지 학생들 요구도 충돌..예산 확대 없이는 해결 어렵다

대수 ‘교육실습은 예외로 하고 동물실험윤리위 관리 강화해야’

개정안의 문제와 별개로 수의과대학 실험·실습의 동물복지 관리 필요성은 이날 심포지움에서도 제기됐다.

열악한 예산 내에서 임상실습을 하려다 보니, 이미 높아진 수의대생의 동물복지 의식과 실습기회에 대한 요구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충돌한다는 것이다.

김승준 경북대 교수는 “학생 개개인의 요구를 조율하는데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의사회나 한수협 차원에서 임상실습과 관련한 동물의 이용 문제를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국대, 서울대, 전북대 등 일부 수의과대학은 동물모형(더미)을 도입하고 있지만, 구입비와 유지비가 만만치 않고 실제 동물을 활용한 실습을 대체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동물복지 수준을 만족하면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실습기회를 제공하려면 예산 확대가 필수조건이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아예 실습을 없애면, 역량 없는 수의사가 양성되면서 결국 동물복지에 전반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서강문 한수협 회장은 “실험동물 공급을 제한한 한정애 의원안은 문제가 있다”며 “수의과대학협회 차원에서도 개정 관련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수의사회도 수의과대학이 교육목적으로 전공 분야와 관련된 실습을 하는 경우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수는 “실험동물공급자에게만 실험동물을 공급받도록 제한하면 수의대 실습환경 제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교육목적 실습은) 예외로 하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