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약품 사재기에 처방제 실효성 의문? `X맨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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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M방송사에 보도된 수의사 처방제 뉴스 화면 캡쳐

'처방대상 약품 사재기'도 문제지만 현 처방제 제도에 더 큰 구멍있어

농가 참여 적은 지금이 약사예외조항 조정&전자처방전시스템 의무화 적기 

지상파 방송사가 수의사처방제의 맹점을 지적했다.

M방송사는 ‘수의사처방제 실효성 논란’ 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해당 뉴스는 “우리나라 가축용 호르몬제는 사용량이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농가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남용돼 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축산농가의 반발로 OECD국가 중 늦게나마 수의사처방제를 도입했지만 이미 상당수 농장들이 몇 년간 쓸 약품을 대량으로 사재기했다”면서 효과의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농장주가 자신이 키우는 동물에게 약을 놓는 자가진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어 약만 구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오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가들 미리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비축..7월 한달에만 6개월치 매출?

이미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미리 사둔 농가가 많다는 것은 수의∙축산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수의사 A씨는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되기 전에, 일부 축협에서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포함한 가축 약품을 농가에게 엄청 팔았다”면서 “처방제 실시 직전인 7월 한 달 동안에만 6개월치 매출을 올린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도농복합 지자체 소속 공무원 수의사 B씨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대부분의 농가가 미리 사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처방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 B씨는 “처방제 시작 즈음에는 농가의 민원이나 혼선을 우려했지만, 너무 조용한 것을 보면 (미리 사뒀기 때문에)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구매 수요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농가의 비축분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부터가 처방제 정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처방제 통한 오남용 방지의 핵심은 ‘수의사의 진료’

수의사 진료 피하는 구멍 막아야..약사예외조항 철폐, 처방관리시스템 사용 의무화 등

수의사처방제는 수의사가 동물을 직접 진료하여 의약품을 사용해야할 상황인지, 어떤 약을 얼마만큼 사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도록 해 오남용을 예방하는 제도다. 아직 농가들이 비축해 놓은 동물용 의약품을 자가 사용하는 만큼 처방제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 제도로는 농가 약품 비축분이 떨어진 후에도 오남용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수의사의 진료’가 배제된 채 예전처럼 축주가 원하는대로 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처방제표
수의사 처방제의 약사 예외 조항

첫 번째 구멍은 약사예외조항이다.

수의사처방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약사는 주사용 항생제와 생물학적 제제를 제외한 모든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도 판매할 수 있다. M방송사 보도에서 문제 삼은 호르몬제제도 축주에게 처방전 없이 그냥 팔 수 있다.

농장주는 약품을 구하기만 하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약국에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오남용을 방지할 수는 없다.

두 번째 구멍은 처방관리시스템에 있다.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 처방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전자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게 하고, 임상수의사와 동물약품판매자 간의 처방 및 판매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있다.

전자처방전 발급에는 수의사 개인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면허대여를 통한 불법 처방전 발급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중앙에서 처방전 발급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발급(한 번에 대량 처방, 하루에 다수 처방 등)을 적발할 수도 있다.

다만 처방관리시스템 사용이 의무가 아닌 것이 문제다.

종이처방전 발급이 잘못은 아니지만 면허대여나 판매업소 고용되어 진료 없이 발급하는 등 문제 발생의 소지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전자처방전 사용을 장려하고 종이처방전을 발급하더라도 차후에 처방관리시스템에 입력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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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가 SK-PnV-모바일리더 3사에 위탁해 제작한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정부로서는 농가들의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사재기로 본의 아닌 연착륙 기회를 얻은 셈이다.

정부가 이 기회를 살려 수의사처방제의 구멍을 막는 동시에 처방제를 부담스러워하는 소규모농가 지원책도 보완하여,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이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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