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성장하는 처방식 시장 비율

유로모니터 자료 분석 결과, 주요 8개국 중 한국만 성장세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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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료, 간식, 용품 유통 채널에서 동물병원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만 처방식 사료 시장 점유율이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식 시장의 성장세가 동물병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온라인 유통을 제한하지 못하면 열매를 일부 수의사가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인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각 국가의 펫케어 시장을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한다.

유로모니터의 펫케어(Pet Care) 카테고리는 펫푸드(Pet Food)와 반려동물용품(Pet Products)으로 분류된다. 펫푸드는 다시 ▲Cat Food(고양이 사료) ▲Dog Food(개 사료) ▲Other Pet Food(기타 사료)까지 3가지로 나뉘는데, 각각 건식 사료, 습식사료, 간식이 포함된다.

특히, 10개국에서는 처방식(Premium Therapeutic Dog & Cat Food) 시장 규모를 별도로 조사한다. 우리나라는 10개국에 포함되지 않지만, 유로모니터 한국지사에서 주요 처방식 판매 펫푸드 업체의 매출을 바탕으로 처방식 시장 규모를 추정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처방식 사료 시장은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21% 성장해 1800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전체 펫푸드 시장 성장률(반려견 펫푸드 6%, 반려묘 펫푸드 16%)을 웃도는 수치다.

처방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체 펫푸드 시장에서 처방식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매출액 기준)도 6.9%까지 늘어났다.

6.9%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낮지 않은 수치다. 유로모니터가 처방식 시장을 별도로 조사하는 10개국 중 7개 국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펫푸드 시장 중 처방식 시장 비율’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보다 낮지만, 미국, 독일, 영국, 스페인보다 높았다.

특히, 대부분 국가의 점유율이 정체 또는 감소 중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년 점유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처방식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경우 최근 3년간 점유율이 10.9%, 11.0%, 11.0%를 기록했고, 미국은 5.8%, 5.6%, 5.5%로 점차 감소세를 보였지만, 우리나라는 4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2019년 5.8%→2020년 6.4%→2021년 6.7%→2022년 6.9%).

2015년 400억 원대였던 국내 처방식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000억 원을 돌파했고, 현재 2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펫푸드 유통채널에서 동물병원의 점유율은 빠르게 줄고 있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동물병원을 통한 펫푸드 유통비율은 2022년 7%까지 줄어들며, 10년 만에 1/3토막 났다(2013년 22.4%). 오픈서베이(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역시 동물병원의 펫푸드 구매채널 점유율을 단 8.2%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펫푸드 유통 채널 1위는 단연 온라인(이커머스)이다. 유로모니터는 2023년 기준 펫푸드 유통채널 중 온라인 채널 점유율을 69%(개 펫푸드 65%, 고양이 펫푸드 74.4%)로 분석했고, 오픈서베이는 65.4%로 추정했다.

펫푸드 유통채널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은 30%대(개 32%, 고양이 35%), 일본은 20%대(개 28%, 고양이 20%)에 그치고,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발달한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점유율이 낮다(개 63%, 고양이 68%).

온라인 채널을 통한 펫푸드 유통비율이 압도적이고 동물병원 유통비율이 빠르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처방식 시장이 성장하자 “처방식 시장의 성장세는 동물병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 역시 지난해 국내외 반려동물 시장 현황 및 트렌드 발표에서 “전체적인 오프라인 시장은 하락세인데,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제품을 추천하는 영향력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난립하는 온라인 처방식 판매몰을 규제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처방식 시장의 열매를 일부 수의사들이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사료관리법상 ‘처방식’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없는 상황에서 처방식의 온라인 판매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아픈 반려동물에게 추천되는 사료인 만큼 동물병원 방문·진료 후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수의사들이 직접 쇼핑몰을 열고 처방식 사료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게 현실이다. 동물병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수의계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반 사료와 처방식 사료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법적으로 동물용의약품의 온라인 유통·판매가 금지된 것처럼 처방식 사료도 일반 사료와 달리 유통·판매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펫푸드 제도 개선방안(안)’을 마련하면서 처방식 사료 관리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반려동물 대사 능력, 임상학적 상태 등으로 인해 건강한 동물과 다르게 특별히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펫푸드’를 가칭 <특수목적 영양사료>로 분류하는 방안만 담겼을 뿐, 유통·판매에 대한 규정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성장하는 처방식 시장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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