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하위 출산율 한국, 반려동물은 늘어나고 있나

동물병원 신환, 동물등록견 출생연도, 동물판매업 실적으로 보는 Puppy & Kitten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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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출산율이다. 전세계 최하위 출산율의 그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드리우고 있다. 떨어진 출산율은 곧 닥칠 인구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동물병원을 포함한 반려동물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려고 해도 ‘반려동물을 얼마나 기르느냐’가 출발점이 될 것이다.

‘1인가구 증가·노령화 사회·출산율 저하가 반려동물 인구 확대로, 연관 산업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기대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반려동물 마릿수에도 절벽이나 정체기가 오진 않을까.

만약 절벽이 다가온다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동물병원에게 큰일이다. 이미 병원당 내원두수가 감소하면서 객단가는 올라가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줄어들면 악순환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Puppy’나 ‘Kitten’으로 불리는 1세 미만 어린 반려동물은 늘어나고 있을까, 아니면 줄어들고 있을까.

반려동물에는 주민등록제가 없으니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여러가지 지표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지표마다 한계가 있고, 가리키는 방향도 달랐기 때문이다. 아래 취재결과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자료 : 이프렌즈 스마트)

지표1. 동물병원 신환 중 1세 미만 환축 비율 : 감소세

신환 중 1세 미만 환축, 2017-2021년 -41% 감소

전체 내원 감소 중 신환 감소세 두드러져

6월 열린 벳아너스 경영 워크숍에서 흥미로운 지표가 눈에 들어왔다. 서상혁 대표가 이프렌즈 스마트 자료를 인용해 ‘2017년 대비 2021년 동물병원의 경영지표 변화’를 전한 부분이었다.

병원의 평균 내원두수가 감소하면서 진료건당 매출(객단가)은 증가하는 악순환을 지목했는데, 내원두수 감소의 양상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해당 자료에서 동물병원별 평균 내원두수는 4년간 14% 감소했다. 전체 내원 중 신규 환축(신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3% 하락했다.

특히 신환 중 1세 미만의 어린 환축에서는 낙폭이 무려 -41%로 커졌다(2017년 신환 중 1세 미만 비중과 2021년 같은 지표의 비교).

애초에 내원두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1세 미만 환축의 비중은 더 감소했으니, 병원별로 내원하는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의 숫자는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프렌즈 관계자는 “병원별 내원두수가 줄어드는 경향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퍼피(1세 미만 강아지)의 병원별 내원도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새로 반려동물이 되는 어린 개·고양이의 유입이 줄지 않았더라도 1세 미만 신환의 비중은 감소할 수도 있다. 1세 미만 신환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경향이 줄었거나, 신환 중에 1년령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경우다.

하지만 전자로 추정할 수 있는 외부적 요인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오히려 2017년 반려동물 자가진료가 법적으로 금지되며 백신접종 등을 위해 어린 개체들이 더 많이 내원해야 할 환경이 조성됐다고도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도 위 데이터에서 전체 내원 중 신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한만큼 1세 미만 환자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지표2. 동물판매업 연간 판매실적 : 증가세

2019년 대비 2021년 판매실적 20% 증가

데이터 신뢰도 문제는 한계..전체 입양 중 펫샵 비중 낮아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는 관할 지자체에 매년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동물판매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동물보호법령에 실적 보고 의무가 신설된 것은 2018년이다.

동물판매업의 보고사항에는 축종별 판매두수도 있다. 이를 취합하면 전국에서 한 해 판매되는 개·고양이의 마릿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국 동물판매업의 개·고양이 판매 실적을 취합한 결과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0만 6천여마리던 판매두수는 2021년 12만 6천여마리로 약 20% 증가했다. 펫샵에서 판매되는 개·고양이는 모두 어린 개체일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결과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2020년 244개 지자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통계를 분석하면서 ‘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도 “각 지자체가 제출한 자료를 단순 취합한 것으로 실제 동물판매업 실적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이 같은 실적보고는 쇠고기이력제처럼 실제 동물을 하나하나 추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소의 진술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와 달리 보고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부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생산업·동물판매업 등의 영업실적 보고 근거가 더 강화됐다”며 “세부 운영방침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반려동물 입양경로 중 동물판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농식품부가 2021년 실시한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동물 입양경로 중 ‘펫샵에서 구입했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개인 브리더 분양, 온라인 구입을 합쳐도 30%에 머물렀다(펫샵 구입비중은 같은 조사에서 2018년 31.3%, 2019년 23.2%, 2020년 24.2%로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비율을 단순 적용하면 2021년 한 해 42만여마리가 새로이 반려동물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판매12만6천여두, 지인입양 등 그외 29만5천여두).

(자료 : 농림축산검역본부)

참고로 반려견의 수입도 다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들어오는 개의 수입검역 중 80% 이상은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에 들어온 개 10,772마리 중 91%가 중국에서 왔다.

수입검역 규모가 2위인 미국은 검역 1건당 평균 1.2마리가 들어온다. 여행목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 1위인 중국은 검역 1건당 7.4마리가 들어온다. 수입검역 한 번에 최대 9마리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행보다는 번식·판매 등 사업적인 목적의 수입에 가깝다는 것이 관계자의 해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개는 연평균 3,800마리였지만 2020년 9,813마리, 2021년 6,925마리로 늘었다.

지표3. 동물등록된 반려견의 출생연도 분석 : 감소세

2017년생 등록견 24만5천마리로 가장 많아..이후 감소세 전환

동물등록제는 반려견의 주민등록제라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주민등록만큼 모두 등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300만여마리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제공하는 동물등록 현황 공공데이터를 반려견의 출생연도별로 분석했다. 2022년 7월 26일까지 등록된 반려견이 대상이다.

그 결과 출생연도별로 계속 증가하던 등록견은 2017년생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데이터 상으로는 어린 반려견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출생연도별로 2017년생 등록견이 245,808마리로 가장 많았다. 이후 2020년(212,911마리)까지 13%가량 감소했다.

물론 나이가 있는 반려견일수록 등록제에 합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셈이니, 실적이 높아지기 유리한 구조다. 법상으로는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반드시 등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늦게 등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2017년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인 점은 특이할 만하다. 특히 2019년과 2021년에는 농식품부가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면서 등록실적 자체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21년생 등록견은 217,656마리로 소폭 반등했는데, 올해 이후로 어떤 경향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동물등록제는 반려견에만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은 한계다. 어린 반려묘(kitten)의 사육동향은 어린 반려견(puppy)과는 다를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일본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 비해 고양이 비중이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지표4. 백신 : 고양이는 증가세

백신의 판매 추이로는 어린 반려동물 양육의 동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국동물약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개 4종·5종 종합백신, 광견병 백신, 켄넬코프 백신의 최근 7년간 매출 추이에서 뚜렷한 경향성을 찾기 어렵다. 오르락내리락 한다.

반면 고양이 종합백신의 매출액은 최근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생산 3종 종합백신 매출액은 2015년 1억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2021년 5억 5천만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백신을 1세미만의 어린 환축에게만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한계다.

마찬가지로 심장사상충예방약 시장도 수 년 전에 비해 크게 성장했지만, 이를 어린 반려동물의 증가세에 직결하기는 어렵다.

동물약품 업계 관계자는 “(심장사상충예방약 시장 성장은) 개·고양이 개체수가 그만큼 늘어서라기 보다는 개체별 투약횟수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며 “보호자 조사나 시기별 매출을 살펴보면, (연중) 사용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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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등록된 반려견의 출생연도, 동물판매업 영업실적, 동물병원 전자차트상 신환 중 1세 미만의 비중 등의 지표를 볼 때 어린 반려동물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지 줄어들고 있는지 추세를 확실히 가늠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적어도 반려동물의 성장세가 일각에서 이야기하듯 장밋빛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취재 과정에서 “펫샵에서 개를 구입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인 것처럼 낙인 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유기동물 입양은 좋은 일이지만, 기르고 싶은 강아지나 어린 고양이를 데려오는 일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반려동물 양육이 늘어나야 수의사의 파이도 커진다는 점은 명확하다.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수의사들이 종사하는 단일 분야는 반려동물 임상이다. 반려동물 마릿수는 수의업이 꽃필 수 있는 화단의 크기인 셈이다.

가뜩이나 미국 등 해외에 비해 인구당 배출되는 수의사 숫자도 큰데, 그 들에 비해 반려동물을 덜 키우는 채로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든다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이 점차 늘어날 지는 수의업은 물론 사료, 용품을 포함한 반려동물 산업 전반의 기초 자료인만큼 향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전세계 최하위 출산율 한국, 반려동물은 늘어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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