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⑧] Human Medicine:김혜성 수의사

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서 근무 중인 김혜성 수의사를 만나다

등록 : 2021.02.10 13:18:02   수정 : 2021.02.10 13:18:07 김다원 기자 kimdawonxx@gmail.com

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여덟 번째 키워드 알파벳 H는 Human Medicine입니다.

수의 관련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에 대해 [제약회사 수의사 특별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Human Medicine’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수의학이 아닌 의학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를 만나봤습니다. 현재 의료기기 회사인 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서 근무 중인 김혜성 수의사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1년도에 건국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녹십자 의학본부, 얀센의 Medical Affairs를 거쳐 현재 존슨앤드존슨메디칼 HEMA(Health Economics and Market Access)에서 근무 중인 김혜성 수의사입니다.

Q. 각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해오셨나요?

졸업 후 6개월 정도 제약회사 공채를 준비한 후 녹십자 의학본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의학본부는 약이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하는 곳입니다. 임상시험의 계획서를 쓰고,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식약처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3년간 일하며 새로운 걸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4년도에 얀센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얀센에서는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는 약에 관한 연구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시판 후 연구에는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y)와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가 있는데 얀센에는 다양한 시판 후 연구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얀센에서 4년 정도 일하다가 미국에 가게 됐는데, Public Health School 진학 준비를 하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서 의료기기 회사인 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 얀센에서와같이 후향적 연구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얀센도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데, 회사 간 연결이 되어서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일단 녹십자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 얀센으로 이직을 하셨고, 그분이 제가 이직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임상 연구팀에 추천해주셔서 얀센을 가게 되었습니다. 메디칼에서 일하게 된 건 얀센에서 저를 채용했던 매니저가 메디칼로 이직을 했고, 미국에서 돌아오는 시기에 함께 일하는 것을 제안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약회사들, 특히 외국계 회사는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어떤 전공자분들과 함께 일하고 계시나요?

제약회사에서 영업 및 마케팅 분야는 전공이 정말 다양합니다. 제가 일하는 학술·연구 분야에서는 약사가 가장 많습니다. 50~60%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이 간호사, 의사, 생명공학 전공자분들도 있고 수의사는 굉장히 소수입니다. 수의사가 다른 전공에 비해 졸업생 숫자가 많지 않기도 하고요. 녹십자에 있을 때 4~5명 정도가 있었고, 얀센에서는 저를 포함해 2명이 있었습니다.

Q. 업무에 있어서 다른 전공자들과 비교했을 때 수의사만의 장점이 있다면?

일단 질환의 발병 기전부터 치료까지, 질병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학부 수업을 통해 이런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전공은 수의학과 의학 외에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연구를 계획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질환과 치료제의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어떻게 진료를 보고 진단을 내려 어떤 치료를 선택하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약이 어떤 단계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 약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죠. 수의사는 학교에서 환자 문진, 기본적인 영상진단,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 모두 배웁니다.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 치료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임상 연구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오 의약품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고, 블록버스터 약 중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백신도 바이오 의약품 중 하나이고요. 미생물학, 전염병학, 면역학, 실험동물의학 등 학부생 때 배운 지식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수술에 사용하는 인공관절, 절삭기, 카테터 등을 다루고 있는데 외과 수업과 실습에서 배웠던 것들이 도움이 됩니다. 수술기구가 정확히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연구계획도 수월하고, 의사와 연구에 대해 논의할 때에도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수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분야 중 회사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선 회사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에 대한 동경이 있기도 했고요, 큰 회사에서 일하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당시에 소동물 인턴 수의사의 근무 조건이나 연봉이 열악했어요. 그래서 처음 시작은 ‘이게 내 길이다’가 아니라 ‘한번 해보자’ 해서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일하면서 담당하는 업무들도 변화해왔고요. 동물의약품 회사가 아닌 (인체용의약품)제약회사를 선택한 것은 시장 규모가 큰 곳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Q. 이 직업을 위해 학부생 때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자’라고 생각해서 양돈농가 컨설팅, 검역본부 조류질병과, 동물병원 실습도 했었고, 방학 동안 공중보건학 실험실에서 연구도 해봤습니다. 학부생 때는 준비보다는 다양한 직업군을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넣을 때 준비했던 것은 토익 및 토익스피킹 시험과 자기소개서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CRA(Clinical Research Assistant)로 제약회사 공채에 지원할 생각이었기에 임상시험 관련 협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 중 CRA를 위한 기초교육을 들었습니다. CRA는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하는 직업인데, 임상시험 계획서를 병원에 교육하고,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이 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제가 녹십자에서 했던 업무 중 일부가 CRA 업무에 해당했습니다.

Q. 직업적인 면에서의 발전을 위해 회사 차원 또는 개인적으로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다양한 세미나에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임상연구 디자인, 의학통계, 관련 규정 등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가 있고요. 예를 들어 제가 담당하는 연구가 면역매개질환이면 면역매개질환 관련 학회에 보내주기도 합니다. 질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연구를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어공부를 계속해야 합니다. 현재 외국계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고 있고, 종종 외국인 동료들과 미팅을 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회사도 글로벌 신약을 위해 미국에서 허가를 받으려 하고 있고, 임상시험도 해외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개발한 약을 판매해야 하기도 하고요. 연구계획을 위한 참고 논문도 영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한 후로는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회사에 다니며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수의과대학원보다는 역학 연구나 의학통계 혹은 보건행정을 공부하기 위해 보건대학원을 많이 진학합니다. 보통은 학사를 졸업하고 입사를 하는데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학력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Q. 회사의 근무환경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연근무제가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업무적인 일정과 개인적인 일정에 맞춰서 조정이 가능합니다. 저희 회사는 한 달에 근무해야 하는 시간 정도만 정해져 있습니다. 더 많이 근무했다면 수당을 신청하고, 일을 빨리 끝냈다면 더 적게 일해도 되는 등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외국계 제약회사가 굉장히 앞서가고 빠르게 변화하는 편입니다. 저희 회사는 모바일 오피스인데요, 사무실에 정해진 자리가 없고 도서관처럼 되어있어서 사물함에 자료를 넣어두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일할 수 있습니다. 미팅이 없다면 재택근무도 자유로이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전부터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왔고, 코로나 이후로는 대부분 재택근무에 회의도 화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직급이나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업무적인 의사소통과 논의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제약업계 자체가 이직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계의 문화를 국내사도 빨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여성 비율이 다른 업계에 비해 높고, 필요 없는 야근이나 회식도 많지 않기에 워라밸이 좋은 편입니다.

Q. 외국계 회사보다 국내사를 먼저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두 회사의 차이점이 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경우에는 영어 때문에 국내사를 먼저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녹십자에서 국내 임상시험을 담당하다가 해외에서 하는 임상시험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니 미국 업체와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고 FDA 미팅에도 들어가야 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하여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경험 이후 영어공부에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실력이 쌓이면서 외국계 회사를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사에는 공채가 존재해서 보통 이때 신입사원들이 많이 지원합니다. 그런데 외국계 회사는 공채가 없고 결원이 생기는 때 채용을 합니다. 그 자리에 맞는 경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국내사와 외국계 회사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연구의 규모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사는 개발부터 시작하는 허가 전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연구비가 많이 들어가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에 비해 외국계 회사는 이미 본사에서 개발되어 허가까지 모두 받은 약의 시판 후 연구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습니다. 또 본사에서 약에 대해 갖고 있는 큰 계획안에서 움직여야 하기에 해볼 수 있는 연구에 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국내사에서는 그 큰 계획을 짜는 업무를 할 기회가 있습니다.

Q. 이 분야의 장, 단점을 꼽자면?

규칙적인 근무 시간이 확실히 장점인 것 같아요. 또한, 회사에서는 다양한 사람이랑 함께 일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담당한 임상시험의 약이 허가를 받는다든가 하는 성과가 나왔을 때 보람이 있기도 하죠.

단점이라고 하면 외로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수의사가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임상 연구를 계획할 때 약의 효과를 CT나 초음파로 촬영해서 확인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촬영하여 확인할지 모두 계획해야 합니다. 수의사들은 이런 영상진단에 대해서도 배워서 알지만 내가 이걸 안다는 걸 다른 전공자분들은 대부분 알지 못해요. 약사들의 경우 같은 약대 출신의 선후배들이 많은데, 그런 걸 볼 때면 수의사 후배들도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보통 회사라고 하면 오래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기 능력을 어떻게 구축해 놓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남으려면 당연히 자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요. 저도 일을 오래 하고 싶어서 보건대학원에 지원했고, 올해부터 보건통계를 공부할 예정입니다. 또한, 노동법이 개선되며 예전처럼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이런 성격은 이 직업에 도움이 된다?

제가 일하는 학술·연구 부서의 경우에는 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해 나라에서 까다롭게 관리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서류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서류들을 단계마다 디테일하게 만들어서 정리하고 보관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아무래도 꼼꼼한 성격이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계획하려면 사전 조사가 많이 필요합니다. 논문을 읽고 자료 조사하는 것들이 재밌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이 일을 하면서 직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현재 건강보험 데이터, 병원 의무기록 데이터 등 이미 모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계획하고 통계학적으로 분석해서 결과를 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이 순응도가 더 좋은지, 가격 대비 효과가 더 좋은지를 비교하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 제한점이 있지만,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꾸준히 발전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의료 빅데이터 연구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Q. 임상시험을 계획하시다가 법에 저촉되어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략 머릿속으로 계획을 했다가 규정을 찾아보며 안된다는 것을 안 적은 많아요. 실제로 계획할 때에는 관련 법규를 정말 많이 찾아봐야 합니다. 약사법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의대생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부생 때는 영어공부 열심히 하시고, 실습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셨으면 합니다. 내가 필요한 논문을 찾고, 논문을 이해 및 요약하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문 결과 해석은 통계 해석이기 때문에 의학 통계 수업을 열심히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턴 기회도 잘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 기회가 오픈될 때가 있는데, 인턴을 하게 되면 바로 외국계 회사로 갈 수 있기도 합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 수의사들한테 연락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임상을 하지 않으면 전공을 살릴 수 없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회사에 일하면서 제가 공부한 것들에 많은 도움을 얻으며 일하고 있고, 수의사인 것이 장점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김다원 기자 kimdawonx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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