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샌디에고 사파리 공원 고릴라 가족에 대해 ― 정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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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이런 동물들의 외모가 어떤지 보기 위해서 동물원을 방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동물들의 행동과 반응들을 느끼고 싶어서 방문하게 되는 것일 듯 하다.

샌디에고 동물원, 사파리 공원 연간 이용권을 이용하여 1년 동안 꾸준히 방문을 해봤다. 여러 동물 중 특별히 정이 가는 동물이 있었으니 이는 사파리 공원에 있는 고릴라 들이었다. 사파리 공원에 있는 고릴라는 Western Lowland Gorilla 이고 가장 덩치가 작은 고릴라 아종이라고 한다. 고릴라들은 Silverback이라는 수컷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한다. 많은 영화를 통해 폭력적, 호전적인 것 같지만 상당히 평화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어린 수컷 고릴라들의 장난 정도나 구경할 수 있었지 본격적인 싸움은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영장류중 가장 큰 등치를 자랑하지만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다.

다양한 행동과 반응으로 인해 다른 동물보다 많은 교감을 얻을 수 있기에 언제나 사람이 많다. 관람하기 좋게 뒤쪽은 스탠드처럼 높이를 높여놓은 곳도 마련되어 있어서 장시간 고릴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곳에 들리게 되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기에 1시간은 금방 흘러가 버린다.

이제 고릴라 가족을을 소개해볼까 한다.

사파리 공원의 Silverback 고릴라는 72년생인 Winston이다. 당근과 브로콜리를 좋아하고, 항상 과묵하고 무게감이 있다. 항상 무리를 지켜보고 있고, 큰소리 한 번 안내도 무리내의 수컷들은 눈빛 한 번에도 주눅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의 눈빛은 이렇듯 온화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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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nston – 1972년생>

암컷은 Vila, Kamilah, Kokamo, Imani, 네마리가 있다. Vila는 Winston의 할머니로 57년생이다. 고릴라들이 좋은 조건일 때 50살 정도까지 산다고 하는데, 환갑이 다 되어가니 Vila는 꽤나 장수하는 편이다. 현재 생존하는 고릴라중에 나이가 세번째라고 한다. 몇가지 퇴행성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건강해서 장수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증손자인 Frank (왼쪽)과 증조 할머니Vila (오른쪽)이 같이 앉아 있다. 배가 좀 나오긴 했지만 거동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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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k – 2008년생, Vila – 1957년생>

Imani는 새로 태어난 아기 고릴라 Joanne의 엄마로 제왕절개로 새끼를 낳고 건강 상태로 인해서 한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그 이후 Joanne을 잘 받아들여서 성공적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고 한다. Joanne는 첫돌이 될때까지는 엄마에게 아주 의존적이라 잠시도 안떨어져 있으려 했지만,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홀로서기에 성공한 듯 하다. 어린 나이라 성장 속도도 빠르고, 습득 속도도 빨라서 방문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귀염둥이 고릴라이다.

돌 무렵에는 엄마의 등만 타고 다니다가, 두 돌이 다 되어가니 이젠 자립심이 강해진 듯 하다. 등에 계속 오르려하니 홀로서기 하라면서 Joanne을 내동댕이치던 Imani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한데. Joanne이 어린 나이 답게 활동량도 많고 동적이라 많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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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anne – 2014년생, Imani – 1995년생 >

고릴라도 모방을 하면서 배우는지 지금은 나홀로 가슴치기도 하는 수준으로 성장을 했다. 고릴라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손바닥으로 가슴을 친다. 소리도 ‘둥둥둥둥둥’ 이 아니고 ‘따라라라락’ 같은 소리가 난다. 꼭 자기 가슴을 치지 않더라도 벽이나 나무등을 치는 행동도 자주 보인다. 그럴때도 ‘딱’ 하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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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anne – 2014년생 >

고릴라 무리에도 역시나 악동이 있다. 그 이름은 Monroe로 2011년생이다. 아직 네 돌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 저기 다른 고릴라들을 괴롭히고 다니고, 특히나 형뻘인 Frank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Monroe (Winston-Kokamo의 아들) 과 Joanne (Winston-Imani의 딸) 은 이복 남매 사이이고, Joanne과 Frank는 이종 사촌 사이가 되는데, 나이가 비슷한지라 Frank와 Monroe는 친형제처럼 지내는 듯 하다. Frank가 Winston 무리로 입양이 되어서 Joanne의 엄마인 Imani가 어릴때부터 키웠다고 하는데, 그래서 Frank, Monroe, Joanne은 친남매처럼 지낸다. 보통은 Frank가 Joanne을 동생처럼 잘 돌보고, Monroe는 Joanne을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

Frank와 Monroe는 좀 과격한 몸싸움도 자주하고, Monroe가 괴롭히고 도망가면 Frank가 추격하는 재미있는 광경도 자주 보여준다. 나이가 3살이 많은 Frank가 분명히 힘이 강한데, 천성이 착해서 그런지 늘 봐주고, Monroe는 또 도발하는 양상을 자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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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roe – 2011년생, Frank – 2008년생 >

그에 비해 Frank와 Joanne의 사이는 훨씬 더 원만한데, 오빠인 Frank가 늘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관계이다. Monroe는 Joanne도 늘 괴롭히는데, 엄마인 Imani가 잘 보고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Joanne이 Monroe 하는 행동을 보고 배워서 슬슬 악동 역할을 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사람들의 행동도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작년 연말에는 박수까지 치면서 분위기를 돋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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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k – 2008년생, Joanne – 2014년행 >

샌디에고 사파리 공원은 샌디에고 북쪽 에스콘디도에 위치하고 있다. 샌디에고 다운타운에서는 40분 정도 운전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고릴라 가족들만 만나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편집자주) 미국에 거주 중인 기고자는 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일반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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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샌디에고 사파리 공원 고릴라 가족에 대해 ― 정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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