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대변 위해 비례대표 도전하는 최창열 거창축협 전 조합장

농업에 희망 주고, 지역에서 통합 역할 하기 위해 국회의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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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9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물과 수의계를 대변할 전문성 있는 국회의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창축산농협(이하 거창축협) 조합장으로 활약했던 최창열 수의사(사진)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도전장을 던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를 키우는 게 꿈이었던 최창열 전 조합장은 잘 운영되던 동물병원도 그만두고 22년째 한우 사육을 하고 있습니다. 최 전 조합장은 ‘젊고 많이 배운 사람이, 혼자서 잘 먹고 잘살면 직무유기’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여 조합·협의회 활동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창군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장, 거창축협 조합장, 거창군농업회의소 이사, 전국한우조합장협의회장을 역임했죠.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농업인을 대표해 대한민국 농업에 희망을 주고, 지역의 통합에도 이바지하기 위해 국회의원에 도전한 최창열 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최창열 위원의 농장. 한우 약 220두를 사육 중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 농업인이었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소를 키우는 게 제 꿈이었어요. 제가 9남매(3남 6녀) 중 7번째인데요, 자식이 9명이나 되다 보니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제 바로 위 누님은 공부를 잘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실업계 학교에 갔죠. 그런 걸 보면서 경북대학교 축산학과로 목표로 잡았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4년 장학금에 기숙사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거든요. 무조건 4년 장학금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학력고사 성적이 꽤 잘 나왔습니다. 충분히 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점수였죠. 그런데 제 형님이 “앞으로는 전문직이 좋을 것”이라며 치대를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 축산이었기 때문에 치대에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제 상황을 들은 담임 선생님께서 축산과 관련되어 있는 전문직인 ‘수의대’를 추천해 주셨죠(사실 수의대에 대해 잘 몰랐었습니다(웃음)). 그렇게 서울대 수의대에 지원했습니다.

그때는 직접 학교에 가서 원서를 내고, 합격자 발표도 학교 운동장에 커다란 게시판을 설치해 공개하던 시절이었는데요, 원서를 지원하러 처음으로 고향인 거창을 벗어나 서울에 가봤었습니다.

6년 학부과정에 인턴+레지던트까지 하는 의대생들을 보면서 ‘4년만 공부해서 괜찮을까, 혹시 돌팔이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당시 수의대는 4년제였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수의내과학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에서 가축위생연구사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군대체복무(특례 보충역)까지 마쳤죠.

축산과학원 가축위생연구사로 6년간 일한 뒤 1995년 고향 거창으로 내려와 동물병원을 개업했습니다. 농장동물도 진료하고 반려동물도 진료하는 혼합동물병원을 운영했습니다. 거창군 최초로 반려동물 진료를 위해 엑스레이, 초음파 장비까지 갖췄었죠. 농장동물 진료가 절반, 반려동물 진료가 절반이었습니다.

동물병원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실력 있는 수의사로 소문이 나며 동물병원 운영도 꽤 잘됐습니다.

현재 거창군 인구가 약 6만명, 한우농가가 약 1200개인데요, 그때는 인구도 더 많았고, 농가도 2천개에 달할 정도로 많았죠. 한우 두수도 더 많았습니다. 당시 저를 포함해 동물병원이 8개였는데요, 현재는 14개 있고 반려동물만 진료하는 동물병원도 생겼습니다.

인터뷰 당일 오전에 태어난 새끼 송아지를 살펴보는 최장열 위원

제 꿈이 원래 농업이었기 때문에 고향(거창)으로 내려올 때부터 소를 키울 생각이 있었습니다. 거창으로 오면서 아내와 약속한 게 “40세까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그 뒤에 소를 키우자”였습니다.

그런데 2002년, 제가 38살이었을 때 지인으로부터 친환경 가족농 단지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농업이 체력적으로 힘들잖아요? 그래서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해서 총 4명이 함께 농장을 하게 됐죠. 원래 계획(40세)보다 2년이 앞당겨진 셈입니다.

4명에서 농장을 운영하다가 잘 되어서 3명은 고향 등 다른 곳에 가서 축산업을 계속하고 있고, 저는 원래 시작했던 곳에 남아서 지금까지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 30두 규모로 시작했는데, 22년이 지난 현재는 220두 정도 키우고 있습니다(번식우 80두, 비육우 100두, 나머지 육성우).

사람은 2가지를 동시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농업을 잘하기 위해서 8년간 운영했던 동물병원을 과감하게 접고, 농장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농업을 시작할 때는 제 소만 잘 키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농장을 시작하고 1년 조금 넘었을 때 당시 거창한우협회 지부장님이 “자네처럼 젊고 많이 배운 사람이 혼자서만 잘 먹고 잘살면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얘기하셨는데,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국립대(서울대)를 졸업했잖아요? 국립대는 등록금도 적고, 장학금도 많습니다. 이미 국민들의 세금으로 혜택을 입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하며 보답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2003년에 거창군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거창군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을 할 때 ‘거창만의 한우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명품화추친위원회를 제안해서 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의 사무국장으로 실무를 맡았었습니다.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농가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탄생한 브랜드가 ‘애우’입니다.

거창축협 본점 하나로마트 정육코너. 거창한우 ‘애우’ 브랜드가 눈에 띈다.

거창군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일의 속도가 붙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에 생각하고 기획한 대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때 ‘아, 내가 생각하고 고민한 일을 제대로 하려면 조직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아야겠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역 내에서 가장 큰 조직인 거창축협 조합장에 도전했습니다.

2006년 첫 번째 도전에서는 떨어졌고, 절치부심해서 2014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2023년까지 3연임을 하며 총 9년간 거창축협 조합장으로 일했습니다.

아내와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2번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첫 번째는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임기가 1년이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내려놓을 때를 정해놓고 일을 하다 보니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했고,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거의 다 추진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거창축협 조합장이 됐을 때 거창축협 임직원이 7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50명으로 늘었고, 로컬푸드(LOCAL FOOD) 사업(농가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스스로 가져와 판매)과 학교급식 사업까지 맡아서 운영 중입니다. 2017년부터 거창군 학교급식지원센터 식재료 조달대행 업무를 하고 있고, 2022년부터는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창읍 새동네2길 37번지에 위치한 거창축협 본점. 최창열 위원이 조합장 시절 본점 신축이전을 추진했고, 지난 2021년에 이전을 완료했다. 신축이전 추진 시 반대도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거창축협 본점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코너

당시 똑같은 소인데, 다른 우시장(합천)보다 거창 우시장의 솟값이 마리당 30~40만원씩 낮았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까, 합천의 송아지들이 더 잘 개량되어 있어서 합천 지역 소를 더 선호했던 거죠. 그래서 전국 최초로 농가가 원하면 전 두수에 대한 친자확인 사업을 했습니다. 경상대를 통해서 진행했는데요, 친자확인 사업을 통해 개량을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었고, 친자확인 증명서를 붙여서 우시장에 출하함으로써 신뢰를 높이고, 가격도 합천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거창에서만 1년에 약 1만 마리의 송아지가 생산되니까, 연간 30~40억원의 효과를 본 것이죠.

또한, 한우농가 수익 안정화를 위해 ‘거창애우’ 유통 시 3개월 공동정산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농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연중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명절(설, 추석)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1년 내내 농가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1년 12개월을 3개월 단위로 나눠서(1~3월, 4~6월, 7~9월, 10~12월) 3개월마다 공동정산을 하여 수익이 남을 때 남겨 놓고, 수익이 적을 때 분배해 주는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1~3월에는 설이 있고, 7~9월에는 추석이 있으니, 2번은 수익이 높고, 2번은 수익이 낮은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차이를 평준화하고 브랜드 출하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실시한 사업입니다.

전국 최초로 근출혈보상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소 도축 과정에서 근출혈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사육, 운송, 도축 단계 중 어디서 근출혈이 생겼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근출혈이 확인되면 그 손해는 온전히 농민이 져왔습니다. 그래서 농가, 운송(조합), 도축(도축장) 3곳에서 1/3씩 책임을 갖고 근출혈 발생 시 보상해 주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위한 옥수수 사일리지 베일러 위탁생산사업도 전국 최초로 실시했습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료비를 낮추기 위해 옥수수 사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데요, 축산농가가 직접 옥수수 농사를 하기 어려우므로, 농가에서 땅을 제공하면 축협 직원이 파종, 재배, 수확까지 해주는 위탁사업을 했죠. 이를 통해 사료비를 1/3~1/4가량 줄일 수 있었습니다.

농가에서 또 힘들어하는 게 퇴비처리입니다. 환경오염 문제도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축순환농업이 필요합니다. 퇴비는 농지로 보내 거름으로 사용하고, 볏짚 등 농업생산 부산물은 축산업에서 조사료 등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각 개별농가가 퇴비를 모아서 처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합해서 퇴비를 모아서 처리해 농지로 보내는 사업을 했습니다.

이처럼 농가가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게 조합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조합 내 한우대학 설립, 조합원 환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경상대학교 축산학과와 연계하여 조합원 자녀 학자금 지원사업도 실시했습니다.

조합원분들, 임직원들, 거창군 등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협조해 주셔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농장동물도 동물복지가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도 시행 중이죠. 그런데 이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농가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HACCP 인증,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던 농가들도 점점 인증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거창도 HACCP 인증 농가가 100개 정도 됐었는데, 현재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농가에서는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투자를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농가에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 인증을 받으면 2년간 지원금이 나오는데요, 인증농장을 2년만 하고 그만둘 게 아니다 보니 결국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인증축산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농가가 인증을 위해 투자한 노력에 대한 결실을 거둬야 하죠. 그래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장동물의 복지가 분명 중요하지만, 농가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지 못하면, 인증제도가 농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게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동물복지인증축산물을 홍보하고 직불금 제도를 시행하는 등 국가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은 걸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농민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고 생각합니다. 농민 대부분은 엄청난 부자가 되어 풍족하게 살고 싶어 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자신의 가정을 잘 유지하면서 자녀들 교육을 시킬 수 있으면 만족해합니다. 그런데 자연재해 피해를 입거나, 농수축산물 가격이 폭락해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입니다. 축산업의 경우, 최근 2~3년 사이에 사룟값이 1.5배 이상 인상되어 농민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가의 소득 안정화를 위해 양곡관리법,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 법안들의 제정과 완성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농가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더 담아서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들이 3명 있는데요, 아들은 모두 아빠가 하는 일을 응해줍니다. 아내는 조금 걱정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열심히 희생하며 살아오셨으니까, 이제 뜻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도 된다.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힘내서 열심히 해야죠!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거창 농업, 경남 농업, 나아가 대한민국 농업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정치 이념이 양극화되어 있는데, 진보정당이 힘든 지역(거창)에서 변화를 일으키려면 지역에 기반이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제가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 내에 이념 갈등을 줄이고 지역 주민들을 통합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는 통합의 역할을 하고, 대한민국 농업에도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창열 프로필

<학력>

-거창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수의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원 졸업(수의학석사, 수의내과학 전공)

-국립경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

<경력>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가축위생연구사(1989~1995)

-우리동물병원 경영(경남 거창/1995~2002)

-들꽃농원(한우 사육/2002~현재)

-거창군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2003~2005)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장(2008~2012)

-거창축협 조합장(2014~2023)

-거창군농업회의소 이사(2012~2023)

-농협중앙회 전국한우조합장협의회 회장(2021~2023)

농업인 대변 위해 비례대표 도전하는 최창열 거창축협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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