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UC Davis의 세계적인 수의학교육을 엿보다 : 정재윤 학생

등록 : 2016.01.22 14:39:07   수정 : 2016.01.22 14:58:1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UC Davis 수의과대학은 세계 최고의 수의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난해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uacquarelli Symonds(QS)가 실시한 전세계 수의과대학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 US News가 평가한 미국 내 수의대 평가에서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수의대 인증작업, 수의학교육의 핵심역량 설정 등이 진행되며 교육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UC Davis 수의과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재윤(Eric Chong)군을 만나 UC Davis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언급된 블록형 커리큘럼, 토론식 수업, 보호자 커뮤니케이션 실습, 중성화수술 등 기초 수술 집도 실습, 진로별 세분화된 대학 후반부 교육과정 등은 향후 국내 수의대 교육개선의 청사진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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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UC Davis 수의과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재윤 학생

Q. 중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들었다. UC Davis 수의과대학에는 어떻게 입학하게 됐나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중3때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녔다. 일리노이주립대 학사과정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특별한 전공을 정하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결심이 선 후에 수의과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미국은 대학 학사졸업 후 4년 과정의 수의과대학에 진학하는 4+4시스템이다-편집자주)

그래서 동물과학(Animal Science)를 주전공으로 수의대 입학에 요구되는 선행과목들을 이수했다. 2013년 학사를 졸업하면서 운 좋게도 UC Davis에 합격했다.

Q. 세계 1위 수의대인만큼 규모도 클 것 같다

강의 및 실습공간, 교수공간, 연구소, 부속동물병원(VMTH) 등 10여개의 건물을 사용한다.

학년별 입학정원은 138명 정도지만 매년 평균적으로 2~3명씩은 교육과정을 통과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봐주지만 다시 다니는 두 번째 기회에도 실패하면 퇴학 당한다.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1학년에 적응을 못한 경우를 빼면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봤다.

성비에서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여자 대 남자의 비율이 거의 9:1이다. 교수진도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소동물 임상을 꿈꾼다. 130여명의 학년 정원 중 100명 이상이 소동물 임상수의사를 미래 직업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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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Davis 수의과대학 중 일부 전경

Q. 국내 수의학교육은 해부∙생리, 병리∙미생물학, 임상을 차례대로 배우는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Davis의 교육은 어떤 방식인가?

Davis는 ‘블록(Block) 방식’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신장(Renal) 블록, 심호흡기계(Cardiorespiratory) 블록, 산과(Reproductive) 블록 등 주요 시스템 별로 나누어 배우는 것이다.

주제에 따라 교육기간은 다양하다. 가령 피부과 블록은 2주지만 산과 블록은 8주였다.

블록 안에서는 주제를 여러 방향에서 접근한다. 산과를 예를 들면 생식기계의 해부, 조직, 생리부터 내분비학, 병리학 등 관련된 내용 전반을 다루는 식이다.

때문에 한 블록에 많은 교수진과 레지던트들이 관여한다. 2주짜리 블록만 해도 교수 6~7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10명 이상의 레지던트들이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 기간이 긴 중요 블록이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교수진의 절반 가량이 호주나 유럽 등지 출신이라 지역별 특징도 비교분석 할 수 있고, 여러 교과서의 저자들이 많은 것도 강점이다.

Q. 그럼 입학하자마자 바로 블록형 강의를 실시하는 것인가

바로 신장이나 심혈관계 등 각론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수의대 1학년의 첫 정식수업 ‘VET401’ 블록에서는 8주에 걸쳐 수의학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기초와 실습요령들을 배운다. 수의대 진학을 위해 학사과정에서 요구했던 생물학, 생화학 등의 기억을 되짚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개를 안전하게 눕히거나 보정하는 방법, 머즐(Muzzle)을 씌우는 방법 등 향후 교육에 필요한 동물 다루는 방법들도 실습한다.

이후 혈액학 블록이 이어진다. 도말검사나 CBC, 혈청화학검사와 관련된 이론과 해석 등을 다룬다. 이어서 영양학∙독성학 블록이 계속된다. 다른 각론을 배울 수 있는 기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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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수업 현장

Q.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이론 강의와 기본 실습 외에도 DSL, CBL, TBL 등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DSL(directive self learning)은 그룹이나 개인별로 주어지는 자기주도 학습이다. 수업 후 그룹별로 과제를 하거나 교수진이 제공하는 온라인 모듈을 통해 집에서 문제를 풀어보기도 한다.

CBL(case-based learning)에서는 동물병원의 실제 진료케이스를 다룬다. 9명 정도의 그룹에게 케이스를 던져주면 자체 토론을 통해 감별진단 목록을 작성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한다. 이후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왜 그러한 결과를 냈는지 묻고 추가로 토론하며 평가한다.

TBL(team-based learning)도 CBL과 비슷하다. 다만 수업시간 외에 따로 그룹이 만나 토론하는 CBL과 달리 TBL은 수업시간에 진행된다.

Q. 그럼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날마다 스케쥴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아침 8시부터 4시간 정도 이론수업을 한 후 점심을 먹고 실습수업이 진행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오후 4~5시면 종료된다. 물론 자율학습이나 과제, 시험준비 등은 따로다.

시험은 2주에 한 번, 거의 매주 보는 것 같다. 시험이 있다고 해서 과제나 실습을 빼주지도 않는다. 악화일로의 학업량에 학생들의 불만도 높아만 간다(웃음).

이는 3학년까지의 이야기고 로테이션으로 진행되는 4학년은 또 다르다. 오전 회진 전에 환자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7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진료사정에 따라 끝나는 시간은 밤늦게까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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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대상 대동물용 건초구분 실습이 진행되고 있는 MPT(Multi Purpose Teaching) 실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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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MPT 실습실

Q. 최근 취재 중에 수의과대학에서 보호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르쳐야 한다는 지적을 들었다. Davis에서는 이러한 부분도 가르치나

그렇다. 커뮤니케이션 수업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계속 진행된다. 4학년 로테이션에 참가하면 직접 보호자를 상담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과목이다. Pass or Fail로 평가하긴 하지만 성적에도 들어가는 정식 과목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수업에서는 강사가 자신의 진료경험이나 보호자 상담 시 지켜야 할 프로토콜 등을 소개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LAB을 통해 보호자와의 상담을 직접 실습해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우는 보호자, 화난 보호자, 착한 보호자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안락사 필요성을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학생들끼리 역할을 나눠 상담하거나 환축의 히스토리를 알아내는 실습을 하지만 이후에는 전문 배우가 투입된다. 어떤 동물종의 진료케이스 시나리오를 실습할 것인지 선택하면 동물의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가 주어지고, 이후 보호자 역할을 하는 배우를 상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습은 수의사나 교수 1~2명과 학생 5~6명이 한 조를 이뤄 15분 가량씩 상담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담 실습 후에는 교수님과 동기들로부터 좋았던 점이나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도 받는다.

또한 커뮤니케이션LAB의 실습은 비디오로 녹화된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돌려보면서 개선점 등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4학년 로테이션에서도 실제 진료 시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 후 피드백하기도 한다.

Q. 본과 3학년부터는 학생이 선택한 진로에 따라 교육과정이 달라진다고 들었다

3학년은 크게 소동물과 비(非)소동물 과정으로 나뉜다. 非소동물과정은 산업동물, 야생동물, 말, EXOTIC 등 다양한 과정으로 세분화된다. 소동물과 대동물을 함께 배우는 혼합과정(Mixed course)도 있다. 학생의 희망진로에 따라 커리큘럼이 굉장히 복잡하다.

본인이 듣고 있는 3학년 소동물 과정은 크게 커뮤니케이션 수업, 수술, 비교수의학 과정(Comparative stream, 소동물 과정생은 非소동물 관련 강의를 듣고, 非소동물과정은 소동물 관련 강의를 듣는 수업), 소동물 전용수업으로 구성된다.

1,2학년의 수업이 각 블록마다 전반적인 수의학지식을 다뤘다면, 3학년 수업은 소화기내과나 안과, 치과 등 세부진료과목별로 1~2주의 블록으로 진행된다.

특정 증상에 어떤 감별진단 목록을 구성할 것인지, 약은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가격적인 측면은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지, 환자에게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등 실질적인 임상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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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윤 학생(왼쪽)이 중성화수술을 실습하는 모습.
수술실습은 유기동물보호소의 협조를 받아 교수의 지도 하에 진행된다.

Q. 국내 수의과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수술이나 진료를 실제로 담당하는 경험을 많이 해볼 수가 없다. Davis의 수술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중성화수술 같은 기초 수술은 국가시험에서도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각자 집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학생 3명이 한 조를 이뤄 수술실습을 진행한다. 집도, 보조, 마취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면서 개 수컷, 고양이 암컷, 개 암컷 중성화수술을 한 번씩 집도해볼 수 있다. 1개조당 9회에 걸쳐 진행되는 실습 모두 교수가 참관하여 인덕션부터 수술, 마무리 등 각 과정을 평가한다. Pass or Fail로 진행되는 정식 수업이다.

실습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수술실습 스케쥴은 학교에서 짜준다.

Q. 4학년 로테이션은 어떻게 진행되나

3학년이 조금 짧은 대신 4학년은 정해진 방학 없이 1년 3개월 가량 진행된다. 4학년 과정이 진행되는 중에 수의사 국가시험을 치르게 된다.

로테이션의 3분의 2는 UC Davis 부속동물병원을 도는 의무 과정이다. 각 진료과목 별로 대부분 2주 정도 참여한다. 영양학은 1주로 짧고, 내과는 6주로 긴 편이다.

학생은 부속동물병원에서 직접 보호자 상담에 참여하고 환자를 관리한다. 각 진료과목 담당교수가 학부생의 활동을 보고 평가시트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회진 시 질문에 대한 대답 등도 주요 평가요소다.

나머지는 선택과정(Elective course)이다. 다른 축종의 진료에 참가하거나 관심 있는 진료과목을 추가로 돌아도 되고, 외부 익스턴쉽를 진행해도 된다. 외부기관 실습 인정 여부는 학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에 남아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고 싶어 전문의과정 지원에 도움이 되는 일정으로 코스를 구성했다. 졸업 후 일반 임상수의사(General Practice)로 활동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익스턴쉽으로 밴필드 등 외부 동물병원을 많이 찾는다. 졸업 후 취직을 위한 인맥쌓기에 나서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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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Davis 부속동물병원

Q. 지금까지 임상교육 위주로 질문을 드렸는데, 다른 지원프로그램도 있나

1년에 1~2명만 뽑긴 하지만 DVM-PhD 코스가 있다. 2학년까지 동일한 수업을 듣고 2년 동안 연구기간을 가진 후 다시 3, 4학년을 보내는 것이다. 6년 과정으로 논문이 통과되면 DVM뿐만 아니라 PhD 학위도 주어진다.

본인이 참여했던 ‘스타프로젝트’도 인기다. 본과 1, 2학년생 중 일부를 선발, 멘토 교수와 함께 여름방학 10주간 연구 및 발표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결과가 좋으면 논문을 투고할 수도 있고 별도의 연구비 지원도 있어 경쟁이 심하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해외봉사와 연계된 프로그램이나, 의대생과 함께 광견병 진료를 실습하는 원헬스 개념 프로그램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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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프로젝트’ 포스터 발표회

Q. 듣기만 하면 국내 수의대생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교육환경이다. 학비는 얼마나 드나

Davis의 학비는 외국 학생(International), 다른 주 학생(Out of State), 캘리포니아 주민(In state)으로 구분된다.

학년별로 다르지만 다른 주 학생의 1년 학비는 4만5천~5만불 정도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2만 6천불 내외다. 외국 학생은 10만불에 육박한다고 들었다. 이는 미국 수의과대학 중에서도 싼 편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미국의 비싼 대학 학비는 수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대나 공대 등 타 전공학생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학자금 대출이 보편적이다. 학비가 만만치 않고 이자도 붙다 보니 대출금액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일하는 동안 내내 갚아야 할 수준이다. 교수님들도 열심히 갚고 계신다더라(웃음).

Q.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임상의 수의사 포화문제가 큰 이슈 중 하나다. 미국의 졸업 후 개원 전망은 어떤가 궁금하다

졸업생 대부분은 VCA나 밴필드 등 체인이나 일선 병원의 페이닥터로 취직한다. 돈 많은 집 자식이면 개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쉽지 않다. 이미 학비로 큰 빚을 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학년 커뮤니케이션 과정 중 ‘수의사의 진실’이라는 수업도 있다. 쉽게 말해 ‘너네 돈 얼마나 벌 거 같니?’ 물으며 환상을 깨주는 내용이다. GP(General Practitioner)여도 밴필드의 경우 초봉 8~9만불 수준이다. 하지만 의사 GP에 비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Q. 마지막으로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면

개인적인 소망 중 하나는 조국인 한국에 무엇인가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PhD-레지던트 과정을 지망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 자신이 훌륭한 수의역량을 갖추고 후배수의사를 양성하면서 향후 한국의 수의계에도 임상 지식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은 정재윤 학생에게 제공받았습니다. 인터뷰를 주선한 이규영 수의사에게 감사를 전합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