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북대 박철 교수 “수의내과 매력은..보이지 않는 원인 찾는 논리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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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수의대 박철 교수

안녕하세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의내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철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동물들과 접할 기회도 많았죠. 주로 소와 닭 같은 농장동물과 가까이 지냈지만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도 같은 환경에서 접하고 지냈어요. 동물에게 친근한 마음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수의학에도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수의대 학부생 시절에는 사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전공 공부보다는 여행, 어학 공부, 새로운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학부 때 많이 놀아서 그런지 대학원생 때는 좀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미국 수의사를 꿈꿨어요. 미국에 시험을 보러 나가기 전에 국내 대학교에서 내과 인턴십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식도 늘고, 인턴십에서 실제 임상을 접하면서, 이론과 현장에서 임상이 잘 맞아떨어지는 그런 점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석사 과정을 하면서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렇게 박사 과정까지 마치게 됐죠. 세계 최고의 UC DAVIS 수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하면서 미국 수의사가 아닌 교수를 꿈꾸게 됐습니다.

내과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것(임상증상)과 보이지 않는 실제 원인(기저 질환)을 하나씩 찾아갑니다. 그런 논리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원인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러 임상적 단서를 바탕으로 정확한 원인을 찾고, 진단해서 치료해 나가는 과정이 수의내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석·박사 과정을 보내면서 내과 중에서도 심장을 많이 공부했어요.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에 대한 임상 수준이 높지는 않았지만, 현장에는 이미 심장질환이 많았죠. 이와 관련된 여러 케이스를 다루고 경험하면서, 또 미국 수의사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장 진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네, 현재 심장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학회와 저명한 저널에 발표도 많이 하고 있어요. 심장 관련 새로운 지표들을 연구해서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에 발표하고 검증을 받고 있습니다.

반려견에서는 승모판폐쇄부전(MMVD)이 흔한데요, 그와 관련한 신부전 증상이 있을 때 기존의 이뇨제나 ACE차단제를 장기간 투여하면 다양한 한계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SGLT2 억제제로 이뇨제를 대체하거나, 라파마이신 등 고양이 심근병증 치료제를 활용한 결과도 미국 주요 저널에 발표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선천성·후천성 심장병에서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는 환자에게는 혈관 카테터 기반의 시술을 실제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정맥 진단과 약물적 치료 및 중재적 치료를 연구하면서 발전된 형태의 전기생리심장학(Electrocardiology)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내과에서는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하여 진단부터 치료까지 완벽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 중심의 진료에 있습니다. 주치의가 진단부터 치료 과정을 전담합니다. 환자의 상태, 성격, 질병의 진행 단계까지 가장 잘 아는 주치의가 환자에게 가장 안정적인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까지 이어갑니다.

반려동물이 노령화되면서 복합 질환도 증가하고, 복합 정도도 더 심해지고 있어요. 내과에서는 이런 케이스에서 타과와 협진할 때, 환자의 내과적 상태나 경과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과와 협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가 외과적인 시술이 끝나고 내과로 다시 왔을 때, 후속 조치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내과의 주요 역할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협진 시 마취 등 위험도가 높은 상황에 내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안정적으로 서포트하기도 합니다.

환자 정보를 정확히 공유하여 환자가 타과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죠.

이런 통합 진료 시스템은 향후 전문의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수의내과학회의 경우 심장, 신경, 종양 등 세분화된 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전문의가 진단부터 치료, 모니터링까지 종합적으로 치료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수의임상은 자본 집약을 통해 동물병원의 대형화가 이루어지는 추세인데요,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전문화된 인력 양성 시스템과 진료 시스템을 통해 전문의 제도를 이끌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UC DAVIS에서 공부하며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미국수의심장전문의들과 지금까지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어요. 우리 병원에 있는 어렵거나 희귀한 케이스를 현지 전문의들과 공유하면서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법을 모색합니다.

지난 10~20년 간 한국의 반려동물 임상은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어요. 이제는 미국의 전문의들도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의 임상 결과를 흥미로워하고 주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앞으로도 미국수의심장전문의 그룹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우리의 수준을 높이고, 한국의 발전된 임상 역량을 알리려 합니다. 전문의들을 한국에 초청해 워크숍이나 핸즈온 실습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고요.

기존에는 질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내원하여 진단·치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응이 다소 늦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앞으로 저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조기 진단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질병 발생을 예측하고, 조기에 진단하고, 환자맞춤형으로 최적화된 치료법을 찾아,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더 오랜 시간 건강하게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수의내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겁니다.

많은 환자들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여러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시던 부산의 한 할머니 보호자님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과거 전북대 동물병원이 전주 캠퍼스에 있던 시절부터 심장병 치료를 위해 부산에서 오셨습니다. 익산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아예 익산으로 이사를 오셨죠. 지금도 반려견들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주십니다.

이러한 보호자님들을 볼 때마다, 환자를 위한 최고의 진료를 제공하고 보호자님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질환이 그렇겠지만, 특히 심장병은 평생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보호자분들과 오랜 기간 만나며 상담하고 여러 고충을 듣게 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께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고 그분들의 의견을 경청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을 때도 사실대로 정확히 말씀드립니다. 물론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 수의사 개인이 깊이 있는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후는 정확히 말씀을 드리지만, 수의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관리를 잘하면서 예후가 좋았던 사례들을 이야기해드립니다. 이러면 보호자분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수의사와 소통을 하려고 노력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지쳐가는 보호자들께는 최소한의 경제적 지출을 하며 정기적인 체크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해드립니다. 이때 각 대안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 드리고, 보호자께서 선택하실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드립니다.

결국, 환자를 위한 좋은 치료를 하려면 긴밀한 소통을 통해 보호자와의 신뢰를 잘 쌓는 게 수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보호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수의사가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전문지식을 쌓는 것이 전제이죠.

보호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파악하는 습관이 몸에 밴 수의사가 훌륭한 내과 수의사입니다. 그런 세심한 태도를 갖춰야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변화나 질병의 실제 원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대학교에 다니던 젊은 시절에는 복싱을 했었는데 시합도 나가고 동아리도 만들어 아마추어 복싱을 했었습니다. 1년에 1~2회씩 모교의 대학교 복싱동아리 후배들과 가볍게 복싱 훈련을 같이 합니다. 지금은 달리기나 조깅과 같은 운동들을 가볍게 하고 있습니다.

수의사는 자신의 몸이 재산인 전문직입니다. 오랫동안 수의사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는 틈틈이 독서를 하며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내면의 깊이를 다지려 노력합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수의사들은 바쁘게 진료하다 보면 인스턴트 음식처럼 건강하지 못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직접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학생들이나 지인들과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것도 좋아하고요.

우선 교육자로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도움이 되는 임상 교육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도 미국(UC 데이비스, 콜로라도 주립대, NC 주립대, UPenn, 코넬 등)과 유럽(영국 RVC, 네덜란드 와겐닝겐 등)의 여러 임상 전문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가 미국의 임상수준과 비슷하게 상당 수준으로 올라가 있어요. 앞으로 그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연구자로서도, 국내 동물의료 산업을 뒷받침하는 동물용 의약품 분야에서 훌륭한 다국적 기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적인 지원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수의내과학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내과적 질환으로 고통받는 반려동물들은 더욱 증가할 겁니다. 임상 현장에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내과 수의사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내과에서 진단을 위해 논리적인 증거들을 찾아서 추리하는 과정들은 정말 흥미로워요. 진단을 정확하게 했을 때, 만족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을 찾아내 치료하고 점차 건강을 회복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미소를 마주할 때면 수의사로서 엄청난 성취감과 소명 의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의내과학의 매력을 믿고 굳건히 나아가길 바랍니다.

기현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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