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동물들을 위해 모인 미래 수의사들
보호동물의학 세미나 성료..동물보호정책부터 보호소·길고양이 관리, 입양 확대 전략까지

보호동물의학(shelter medicine, 동물보호소의학)을 단독으로 다룬 첫 학술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서울특별시 동물보호과와 (사)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전국수의과대학봉사동아리연합회(수봉연)와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가 공동 주관한 ‘보호동물의학 세미나(Shelter Medicine Seminar)’가 5월 18일(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개최됐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윤민 주무관과 (사)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 조윤주 대표, (주)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놀로 행동클리닉 설채현 원장이 연자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팀장은 “미래의 수의사인 수의학도 여러분이 우리나라 동물복지의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며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생명 존중 도시 서울로..다양한 동물복지 정책 소개
세미나의 문을 연 윤민 주무관은 ‘생명 존중 도시 서울 기본계획(2025~2029)’을 소개했다. 수의사인 윤민 주무관은 오랜 기간 서울시의 동물보호정책 기획을 담당해왔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3기 동물복지종합계획은 ▲동물학대자 사육 금지 제도 도입 ▲동물 유기 행위 장소의 범위 확대(공공장소·병원·호텔 등에 맡긴 후 찾아가지 않는 경우) ▲은퇴견 지원센터 설립 ▲입양 전 교육의 단계적 의무화 등을 담았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내장형 동물등록과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서울시립 동물복지지원센터 확충 ▲유기동물 입양 전문 안테나센터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1인가구의 반려동물 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강남, 여의도 등 직장인 밀집지역에 ‘펫스테이(1일 위탁교육)’를 운영할 계획이다.
윤 주무관은 “졸업 당시 공무원을 꿈꾸진 않았지만, 지금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공직 분야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다면 접종해야”
조윤주 대표는 보호동물을 지키는 감염병 관리 전략,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와 복지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개 디스템퍼, 개 파보바이러스,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등은 보호소에서 동물들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감염병으로 꼽힌다. 조 대표는 입소 즉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보호동물은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입소한 동물과 더불어 신생 동물도 접종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보호소에서는 백신을 접종하는 연령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유기물 제거, 청소, 소독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면서 소독 시에는 적절한 소독제 선택과 접촉 시간, 희석 비율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보호센터의 평가 기준인 발판 소독제의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며, 보호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도 촉구했다.
시설 설계와 관련해서는 “좁고 불안정한 환경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므로, 침상·장난감·공간 분리 등을 통해 복지를 고려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호소의 개체 밀도 관리도 강조했다. 보호소의 관리 역량에 맞춰 입소·입양 기준을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기록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현행 관련 정책부터 보호소 내 고양이 생존율 향상 전략, 고양이 친화적인 보호소 구축, TNR까지 폭넓게 다뤘다.
을숙도 사례를 들어 길고양이 서식 현황 및 콜로니 지도 개념을 소개하는 한편 임신묘, 수유묘, 자묘 등 고양이 상황에 따른 맞춤형 보호의 중요성을 지목했다. 베를린 티어하임을 사례로 고양이 친화적 보호소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TNR에서는 포획·수술·방사뿐만 아니라 고양이 통증 평가, TNR 수술 후 회복 관리, 진료부 기록관리 등 세부적인 실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고양이 케어테이커와의 협업을 통해 포획과 TNR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되었다”며, 고양이와의 유대감과 공동체 기반 협력이 개체수 조절의 핵심임을 역설했다.

유기동물 공고와 입양 홍보는 다르다 ‘마케팅 관점으로 접근해야’
보호동물 입양 플랫폼 (주)포인핸드를 이끄는 이환희 수의사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포인핸드 경의숲점을 오픈하여 오프라인으로도 유기동물 입양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환희 대표는 포인핸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동물보호센터의 현실과 미래 방향성을 공유했다.
이환희 대표는 위탁이나 직영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보호소의 운영구조에 주목했다. 위탁 운영되는 보호소는 열악하고, 지자체 직영 보호센터도 인근 시민 민원 등으로 인해 확대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한 동물등록 의무화의 맹점도 지적했다. 반려동물을 기르게 되는 가장 큰 경로는 개인간 가정분양인데 여기에는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돈만 내면 파양을 받아주는 서비스가 늘어난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앞으로의 보호동물 이슈는 유기가 아니라 파양에 있다”고 전망했다.
이환희 대표는 보호동물의 입양 활성화를 위해 포인핸드에서 도입한 성공적인 입양 홍보 방식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유기동물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공고와 입양홍보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마케팅의 관점에서 입양을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은 보호소 봉사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보호소에서 만나는 동물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문제행동의 원인이 대부분 유전적 요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행동 자체를 고치기 보다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자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측 가능성이 없고, 맥락을 모르는 개들에게 인간과 함께 사는 것은 곤욕일 수 있다”면서 학생들이 개의 시각에서 행동을 이해하고 기존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개의 문제 행동 원인을 의학적 요인, 사회화 과정, 스트레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하며, ‘개에게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행동 치료 방법을 공유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장한나(제주대 본1)학생은 “보호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며 “세미나를 통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제주대 봉사동아리 유자에서도 보호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수봉연 박수현 회장(전남대 본4)은 “보호동물의학 세미나를 기획하고,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주신 조윤주 선생님과 흔쾌히 강연을 수락해주신 이환희 선생님, 설채현 선생님께 감사하다”며 “함께 행사를 준비한 수봉연과 수대협 구성원과 참가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수봉연은 오는 7월 전북 군산에서 1박 2일의 전국연합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조은비 기자 amoreunbi@naver.com
최윤서 기자 wendy224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