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충북대, 수의대 학제 예1+본5로 개편
27년만에 수의대 학제 변화, 25학번부터 곧장 적용..본과 마지막 학년 실습교육 확대에 방점

지난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예2+본4로 고정됐던 수의대의 수업연한 규정이 삭제된 가운데, 전북대와 충북대가 수의과대학 학제를 예과 1년과 본과 5년(1+5학제)으로 개편했다. 1998년 수의과대학 6년제 전환 후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고정됐던 학제가 27년만에 변경됐다.
두 대학 모두 마지막 학년에서의 실습교육 시간 확보가 주요 목표다. 꽉 차 있던 본과교육에 1년의 시간을 더 부여하면서 재배치에 숨통을 틔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의학교육과 큰 연관이 없는 예과 교육내용을 축소개편한다. 충북대는 유럽수의학교육인증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으로도 활용한다.
전북대학교는 2월 24일, 충북대학교는 3월 1일자로 개정한 최신 학칙에 수의과대학 학제 개편이 반영됐다. 올해 입학한 2025학번부터 곧장 1+5 학제가 적용됐다.
두 대학은 내년 2025학번의 본과 진입을 앞두고 본과 5년의 교육과정을 보다 세밀히 다듬을 방침이다.
수의학과 연관성 적은 예과 과목 삭제..예1은 교양 위주로
마지막 학년 실습교육 시간 확보..분야별 심화실습 도입
임상과목 통합실습, organ system based lecture 시도 눈길
1+5학제에서는 예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예과 과목의 축소개편이 불가피하다.
전북대 수의대는 일반 화학·물리학·생물학 등 수의학과 관련성이 적은 과목은 과감히 삭제했다. 기존 예2에 배치됐던 수의학개론, 수의학용어 등을 예1로 내렸다.
예2에 있던 농산업 경제 경영학, 동물복지와 수의사, 국제수의법규 등의 과목은 삭제하거나 본과 후반부의 선택과목으로 재편했다.
기존 예과 2년의 73학점(전공36+교양37)은 1년 40학점(전공10+교양30)으로 변경됐다. 예과는 전공보단 교양에 주력하는 형태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본과 과목을 하향 재배치한다. 마지막 학년인 본5의 실습교육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도 본4에 병원실습과목이 있었지만, 본4 1·2학기에 걸쳐 임상과목과 여러 전공선택과목이 있다 보니 로테이션이나 외부실습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개편 1+5학제에서는 본4까지 내과·외과·영상의학과 등 임상 전공필수 과목 교육을 마친다.
본5 1학기에도 수의법규 등 일부 전공필수·선택과목이 있지만 병원실습 과목에 10학점을 부여해 무게를 실었다.
본5 2학기는 아예 이론교육 없이 심화실습으로만 진행된다. 심화실습 1·2로 나누어 반려동물 임상과 농장동물임상·기초·예방수의학 실습 등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분야의 실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엄재구 전북대 수의대 부학장은 예과에서 듣는 교양과목이 수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어 왔다면서 “(1+5학제 개편으로) 마지막 학년에서 보다 알찬 실습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소동물 임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실습기회를 확보해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학제 개편과 함께 새롭게 만들어진 과목들도 눈길을 끈다.
기존 본3 임상과목 실습은 과목별 실습으로 진행됐지만, 개편 1+5학제에서는 본4의 ‘수의임상통합실습’으로 합쳐졌다. 이론 과목에서도 통합형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organ system based lecture’ 과목이 본4에 배치됐다.
이 밖에도 수의법의학, 수의피부질병학, 외래성 동물의학 등 수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신 역량을 반영했다.
충북대 수의대, 1+5학제 개편을 EAEVE 인증 동력으로
전북대 수의대는 지난 수 년간 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해왔다. 충북대 수의대도 유럽수의학교육인증(EAEVE)을 목표로 2021년 ‘수의과대학 4차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유럽수의학교육인증 획득에 필요한 교과과정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나기정 충북대 수의대 학장은 “그간 최종 학년이 실습위주로 구성될 수 있도록 본과 과목을 조금씩 하향 재배치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면서도 “2+4학제에 막혀 있으면 본과 과목을 예과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학제개편을 바탕으로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대도 마지막 학년의 실습교육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본4에서 로테이션 실습을 하긴 하지만 이론과목 수업도 병행하다 보니 실습이 쉽지 않다. 매주 이론수업이 있다시피 하다 보니 외부기관에 실습생을 보내기도 어렵다. 그만큼 다양한 실습기회를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나 학장은 “(1+5학제 개편으로) 실습교육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소동물 임상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면서 다양한 수의학 분야로의 실습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충북대도 본5는 실습교육에 집중한다. 임상과목 이론교육은 본4까지 마친다.
나 학장은 2025학번이 본1에 진입하는 내년이 되기 전에 본과 5개 학년의 교육과정을 좀더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수의학교육인증에 필요하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은 교육을 반영하는 문제도 포함된다.

‘학점·학업량 줄여야’ 공감대
본과가 4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며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학업량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두 대학 모두 학점과 학업량을 줄이는데 목표가 있다고 답했다.
전북대와 충북대 모두 기존 본과 1개 학년이 이수하던 평균 학점을 40학점대에서 38학점으로 줄인다. 엄재구 전북대 수의대 부학장은 “(학제 개편 전후에) 동일한 학점의 실습과목도 실제 운영시간을 줄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나기정 충북대 수의대 학장은 “개편 교육과정의 학점은 기존보다 줄었다”면서 “교수가 직접 가르치는 학습은 줄이고,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하고 이를 피드백해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점 억제도 필요하지만, 교육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학점이 낮은 전공과목이라 해도 매주 시험보고 F학점을 여럿 부여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학업량은 학점과 상관없이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재구 부학장은 “큰 틀의 변화는 이뤄졌지만 디테일이 더 중요하다. 실질적인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큰 의미를 얻기 어렵다”면서 향후 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1+5학제가 처음 도입되는만큼 우려도 있지만 타 수의과대학에서도 학제 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amoreunbi@naver.com
윤소혜 기자 sa0717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