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에 모인 수의사들 ‘수의사의 길은 다양하다’

각 분야서 활약하는 동문 수의사들이 이틀간 연자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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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수의대(학장 현상환)가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2023 성봉수의학술제를 개최했다.

정규 강의를 휴강하고 본과생 모두가 참여한 학술제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수의사들이 연자로 참여했다.

과목별 교수진뿐만 아니라 미국수의안과전문의, 반려동물·농장동물·야생동물 임상수의사, 치과의사나 변호사가 된 수의사 등이 학생들에게 뜻깊은 조언을 전했다.

근거중심의학을 위한 연구 참여

첫 날 강연은 충북대 김학현 교수가 문을 열었다. 올해 성봉수의학술제에서 연구대상을 수상한 김 교수는 ‘임상가는 왜 연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연구뿐만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김 교수는 “진료는 항상 근거에 기반해야 하고, 근본적인 질문과 비판을 통해 답을 찾아가야 한다”며 근거중심의학과 이를 위한 연구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도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근거중심의 의학을 쌓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임상가로서 지금껏 잘 치료하지 못한 환자를 건강하게 하고,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그 기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기전 연구가 선행되어야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기초수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연구현장을 직접 찾아가 경험해볼 것을 권했다.

수의사의 길은 다양하다

충북대 수의대 동문인 김수현 UC DAVIS 교수는 서울대에서 수의안과학 박사과정을 거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수의안과전문의(DACVO)가 됐다.

김 교수는 학부 2학년 시절, 안과 전공을 결심한 계기를 ‘다양성’으로 지목했다. 소동물뿐만 아니라 대동물, 특수동물, 실험동물 등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동물의 눈을 돌보는 것이 안과의 장점이라는 얘기다.

수의안과전문의가 된 후 로컬 임상 대신 학교에 남은 것도 연구와 교육, 실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거북이, 말, 잉어, 문어 등 다양한 동물들을 진료한 경험을 소개한 김 교수는 “내가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대 안창환 교수(수의생리학)는 “임상만 바라보고 수의대를 다닌다면 비임상 관련 정보를 놓치거나 적성에 맞는 일을 간과하기 쉽다”며 학생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가 진로 결정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강성수 교수(수의외과학)는 대학에서 만나는 교수진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졸업 후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까지 소중한 인연들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석원 우사랑동물병원장은 대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해외 축산제품을 들여와 공급하는 업체도 경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번식진료, 발굽진료에 힘을 기울였지만 점차 농가 사양관리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전하는 컨설팅에 초점을 맞췄다.

권 원장은 “수의사의 전문성은 산업동물 전 영역에 걸쳐 인정된다. 차별화된 전문성으로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봉학술제 2일차에도 다채로운 강연

대회 2일차, 한국히프라 김태식 팀장은 가금수의사가 방역, 질병, 사양관리, 유통, 영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한다고 지목했다. 원종계나 육계, 산란계 등 축종에 따라 전문화된 수의사들이 가금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 팀장은 “넓은 활동 무대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 또는 나쁘지 않은 워라밸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가금수의사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제일사료 조우재 수의영양연구소장은 임상수의사로 일하다 반려동물 사료회사, MBA를 거쳐 창업에 이른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사료의 기호성을 시험하기 위해 객관적 수치기반 앱을 개발하던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임승효 책임연구원은 국립공원공단에서 근무하는 야생동물 수의사의 역할을 소개했다.

충북대 동문인 임 연구원은 청주동물원, 전주동물원을 거쳐 현재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지리산 야생동물의료센터에 합류했다. 야생동물의 구조·치료는 물론 반달가슴곰 현장 모니터링, 부상개체 구조, 질병 모니터링 등을 수행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실습 등 경험을 직접 해보면서 고민하는 것이 자신의 흥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검역본부 이경현 수의연구관은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수의법의학 분야의 현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동물학대가 의심된 경우 검역본부가 수의법의학적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판례로 만들어진다. 이경현 연구관은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서는 과학적 입증이 필수”라며 동물의 사인을 밝혀내는 과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케어덴 동물치과&내과병원 김수미 원장은 수의사이자 치과의사다. 충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치과의사가 됐다. 5년여간 치과의사로 일했던 김 원장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가 올해 6월 케어덴 동물치과&내과병원을 개원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의 대세는 전문화”임을 강조하면서 “수의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특화된 공부를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도엽 변호사도 수의사 출신이다. 모교인 충북대에서 수의법규 강의도 맡고 있다. 유도엽 변호사는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부여된 설명의무의 의미와 해석, 판례를 소개하며 관련 유의사항을 조언했다.

이번 성봉수의학술제는 행사 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각양각색의 연자들을 초청했다.

학술제에 참여한 이가빈 학생(본1)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토대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신 연자분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면서 “수의사로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알게 돼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예진 기자 yejinkim@chungbuk.ac.kr

충북대에 모인 수의사들 ‘수의사의 길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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