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후기 공모전|최우수] 말들과 함께한 한 달의 실습

2022 실습후기 공모전 ‘최우수상’ - 충남대 수의대 김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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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 2학년 겨울방학의 동물병원 실습 이후로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실습을 하지 못했는데, 코로나 분위기가 풀려 실습 공고들이 점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어떤 실습을 해보면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말 관련 실습에 졸업하기 전에 꼭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주대학교에서 하기 계절학기마다 개설하는 과목인 말임상실습에서는 이론 강의와 실습을 같이 진행한다. 말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했던 나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2021년 수강신청에 도전했으나, 워낙 경쟁률이 높은 인기과목이었기 때문인지 실패하고 말았다. 2022년이 두 번째 도전이었고, 이번에는 운 좋게도 수강신청에 성공해 2주간 실습에 참여할 수 있었다.

2021년 다른 말 관련 실습도 찾아보면서, 일본의 샤다이 호스 클리닉에서 코로나 이전에 한국 학생들의 실습을 여러 번 받아주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코로나로 인해 닫혔던 일본의 입국 완화 소식이 들려왔다.

IVSA의 도움을 받아 실습을 신청, 다음 해(2022년) 여름방학에 2주간 실습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일본 내 대부분의 말을 생산하는 홋카이도인만큼 많은 케이스들을 볼 수 있기에 기대가 되었고, 숙식도 무료로 지원해주어 더욱 좋았다.

가장 난관은 비자 발급이었다. 신청한 지 오래됐음에도 비자가 나오지 않아 일본에 갈 수 있을지가 확실치 않았다. 제주대 실습 중이었던 출국 일주일 전이 되어서야 비자가 발급돼 일본 실습이 마침내 확정됐다.

▶제주대학교 말임상실습

제주대학교 하기 계절학기 교류수학을 신청한 후, 부여된 학번으로 제주대학교 수강신청 시스템에서 선착순으로 ‘말임상실습’ 과목의 수강신청에 성공하면 실습에 참여할 수 있다.

▶ 샤다이 호스 클리닉

해외에서의 다양한 실습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IVSA 개인 EP 프로그램을 통해 실습을 신청했다.

IVSA South Korea 블로그의 과거 실습 후기들을 참고해 희망하는 실습 기관을 정하고, 문의 사항이 있다면 IVSA South Korea 카카오톡 채널(https://pf.kakao.com/_Vhpqxb)을 통해 상담할 수 있다.

IVSA South Korea 홈페이지에서 신청 방법, 제출 서류를 확인하고, 서류를 실습 시작 최소 6개월 전까지 ivsa.korea.eo@gmail.com로 제출하면 한국과 해당 국가의 Exchange Officer 분들이 실습 기관과 연결해주어, 실습 일정을 조율하고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

 

▶ 제주대학교 말임상실습 : 7/4(월) ~ 7/15(금)

오전에는 기본적인 해부학부터 보정, 신체검사, 마취 및 운동기, 소화기, 호흡기 등의 질병 등에 대한 이론을 배웠다. 강의를 진행하신 서종필 교수님의 강의력이 워낙 좋고 재미있어 수업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왔고 이후의 샤다이 호스 클리닉에서의 실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오후에는 말의 핸들링, 약물투여, 국소마취, X-ray, 초음파, 내시경 등의 다양한 실습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에는 모든 학생들이 각자 마취, 수술팀의 역할을 맡아 거세 수술까지 실시했다.

특히 장제사분께서 와 주셔서 장제에 대해 배우고 실습해본 것, 그리고 날카롭게 자란 말의 이빨을 갈아주는 정치(整齒)를 해본 것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처럼 실습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이 적어도 한 번씩은 모든 실습을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 이 실습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의 실습뿐만 아니라, 주변의 목장, 승마, 경마장 및 마사회 경매 등에서의 체험을 통해 말 산업에 대한 이해 또한 넓힐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제주대학교 말임상실습에서 2주간 보고 배운 경험에 대해 더 적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지만, 이후의 일본의 샤다이 호스 클리닉의 실습은 다른 학생들이 더욱 경험하기 힘든 실습이므로 이를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싶어 이만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 샤다이 호스 클리닉: 7/17(일) ~ 7/30 (토)

제주대학교에서의 실습이 끝난 후, 하루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일본에서의 실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짧게 숨을 돌린 후, 다음 날 일본으로 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항편이 없어졌기에 한 번 환승을 해야 했고, 항공권도 비쌌다. 결국, 아침 8시 반에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목적지인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무를 보시는 이시다 씨가 마중하러 와 주셨다. 병원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였다. 병원으로 향하면서 넓게 펼쳐진 평야에 말들이 방목되어 있는 풍경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이 대부분 샤다이 그룹의 노던 팜의 목장 부지라는 것을 듣고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 놀라웠다.

서종필 교수님도 예전에 이 곳에서 연수를 받으셨다고 한다. 교수님의 안부도 전해드리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다 보니 곧 노던 팜 내에 있는 병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기숙사와 식당 시설의 이용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하루의 일정이 끝났고, 본격적인 실습은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1주차: 7/18(월) ~ 7/24(일)

하루의 일과는 오전 7시 입원한 말들의 진료 및 왕진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근처에 있는 같은 샤다이 그룹의 시라오이 팜으로 왕진을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변의 목장이나 승마 클럽 등에도 종종 왕진을 나갔다.

왕진에서는 수술을 진행했던 말들의 상태 및 걸음걸이를 확인하고, 바나민이라고 부르는 flunixin meglumine이나 항생제 주사 등을 필요에 따라 투여해주었다.

9시부터는 예약되어 있는 진료와 수술을 진행한다. 말들은 대부분 운동기 문제로 내원했다. 첫날에도 두 번의 관절경 수술(각각 우측 carpal, 우측 stifle)을 진행하였다.

운동기 문제로 내원했을 시, 먼저 파행 검사를 통해 이상이 있는 부위를 확인한 후, X-ray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더 자세히 확인하게 된다.

말의 걸음걸이를 확인하는 파행검사

한 말은 식도에 음식물이 막혀 내원했는데, 주사기와 연결된 튜브를 코로 넣어준 후, 내시경으로 상태를 확인하면서 물을 계속해서 뿜어주어 음식물을 점점 뒤로 밀어냈다.

나는 주사기에 물을 채우는 역할을 맡았는데, 음식물이 워낙 단단하고 잘 밀려나지 않아서 그런지 거의 한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주사기에 물을 채우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야 음식물이 겨우 위로 내려가 치료가 끝이 났다.

예약된 진료를 모두 끝낸 후에는 응급 상황이 없다면 오후 7시쯤에 일을 마치게 된다.

첫째 날에는 응급 케이스가 없어서 일이 일찍 끝났다. 이날 이후로는 응급 환자가 찾아온 날이 더 많았기 때문에 밤 10시~11시에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두 번째 날에도 말들은 대부분 관절 문제로 내원하였고, 오전에 왼쪽 stifle 관절경 수술 및 다리의 calcinosis 적출을 진행하였다. 혈종으로 내원한 말의 치료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정이 이렇게 순조롭게 끝나는 듯했으나…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산통으로 병원으로 실려 오고 있는 말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원장이신 카토 선생님께서는 내게 “실습 기간 동안 산통을 볼 수 있다니 운이 좋다”면서 “오늘은 밤이 길어질 것”이라고 하셨다.

제주대 실습에서도 산통 수술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수술 과정이 고되고 힘들어 보였던 것을 떠올리며 저녁을 먹은 후, 말이 도착하자 긴장한 채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관절경 수술 후 calcinosis 적출

나중에 듣기로는 응급으로 실려온 환축은 현역 시절 일본과 해외의 G1 경주에서 각각 1승씩을 거두고 지금은 종마로 활약하고 있는 뛰어난 말이었다.

산통으로 인한 고통이 심한 탓인지 이때까지 봐왔던 내원마들과는 달리 기본적인 신체검사에도 심하게 저항했다.

신체검사 및 마취를 위한 카테터 장착을 마치면, 말을 마취실로 이동시켜 마취제를 주사한다. 말이 쓰러지면 빠르게 ET tube를 삽입한 후, 크레인으로 말을 옮겨 ventrodorsal recumbency 자세로 수술대 위에 올린다. 이후 호흡마취기 및 모니터링 장비와 연결, 요카테터 장착, 수술장비 준비 그리고 술부를 꼼꼼히 소독하고 draping을 하면 수술 준비가 완료된다.

가스를 배출한 후의 상태.
사진은 수술을 집도한 카토 선생님.

복부를 절개한 후, 장을 모두 꺼내어 산통을 유발하는 부위를 찾는데, 이 케이스는 신장과 비장 사이의 공간으로 결장이 entrapment 되어 산통이 일어난 경우였다. 가스가 가득 찬 결장의 가스를 빼주고, 꼬인 장을 풀어준 후 결장을 살짝 절개해 주어 변이 쏟아져 나오게 해준다. 이 과정에서의 비주얼, 그리고 냄새가 엄청났다.

장 내용물을 빼준 뒤에는 결장의 절개 부위를 통해 장 안쪽을 세척해주고, 절개 부위를 봉합해준다. 복벽을 닫기 전, 먼저 결장과 복벽을 함께 봉합해 고정해주었는데, 이는 유착의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셨다.

수술이 끝난 말은 마취실로 옮겨 마취가 회복될 때까지 말의 옆에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에 나는 테크니션 분들이 수술대, 수술 장비 및 수술실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말이 마취에서 깨어나면, 미리 말의 머리 고삐와 꼬리에 묶어놓은 밧줄을 잡아당겨 말이 스스로 일어나도록, 그리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다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후, 이 말은 숫말이므로 옆의 말을 보고 흥분하지 않도록 벽으로 가려놓은 격리 마방에 입원시켰다.

수술을 시작하고 나서 말이 마취에서 회복하기까지 거의 3~4시간이 걸렸는데, 오랜 시간 동안 집중을 놓지 않고 수술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이날은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었다.

수술 전 내시경으로 촬영한 후두편마비 사진.
수술이 끝나고 선물(?)로 받았다.

수요일에는 후두편마비로 찾아온 말의 수술을 진행했다. Tie-back이라고도 부르는 prosthetic laryngoplasty 수술을 통해 마비된 쪽의 arytenoid cartilage를 뒤로 당겨서 좁아진 공기 통로를 넓혀 주어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후두편마비는 제주대 실습에서 강의 시간 때 배웠었는데, 이론으로만 접했던 질병을 실제로 실습에서 접해보니 더욱 머릿속에 잘 남았던 것 같다.

후두편마비 수술과 운동기 질환으로 내원한 말들의 X-ray 및 초음파 검사를 모두 끝내고 나니, 오늘의 일정은 평소보다 빨리 끝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휴식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어제 산통 수술을 했던 말에서 산통이 재발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렇게 전날처럼 산통 수술을 진행하고, 수술실 정리와 청소를 한 후, 밤 10시쯤에야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말이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전에 넣었던 구더기를 빼내기 전인 발굽(왼쪽).
상처 부위에서 빼낸 구더기들은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오른쪽).

목요일에는 maggot therapy라는 특이한 치료법을 볼 수 있었다. Maggot therapy가 무엇인지 몰라 물어보니, 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를 상처 부위에 넣어주는 치료법으로,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구더기를 상처 부위에 집어넣는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이상해졌는데, 의료용으로 깨끗하게 자란 구더기를 사용하고, 실제로 사람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안심했다.

이 말의 경우, 다른 치료방법으로도 병이 잘 낫지 않아 구더기를 이용한 치료를 시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에는 이전에 넣었던 구더기를 빼내고, 새 구더기를 넣어주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말은 정말로 상태가 심각한지 기력이 너무 없어 보였고, 상처 부위를 건드릴 때 매우 고통스러워해서 안타까웠다. 이후에도 몇 번 왕진을 가서 이 말의 상태를 보았는데,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이날 저녁에는 또 응급으로 산통이 발생한 말이 내원하여, 결국 화-수-목 3일 연속으로 산통 수술을 볼 수 있었다.

카토 선생님께서 나에게 “운이 정말 좋다. 말들이 김 군에게 자기 뱃속을 보여주고 싶어 계속 찾아오는 것 같다”며 농담을 하셨다. 덕분에 산통 수술을 정말로 실컷 볼 수 있었다.

후두개포착 수술 과정과 절개한 조직의 모습

금요일은 두 번의 관절경 수술과 후두개포착의 수술을 진행하였다. 수술 전에, 카토 선생님께서 책을 가져와 후두개포착 관련 부분을 펼쳐주시며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주셨고, 덕분에 수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후두개포착의 수술은 말을 세운 채로 진정시키고, 국소마취를 시킨 상태에서 내시경과 hook를 이용해 후두개를 덮고 있는 epiglottic entrapment를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이날도 오후에 산통으로 말이 찾아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검사를 해보니 상태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수술은 하지 않고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후에 이 말은 산통 수술을 진행하지 않았으니 아마 잘 지나간 듯하다. 하마터면 4일 연속으로 산통 수술을 할 뻔했기에 안심하며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토요일은 오전에 왼쪽 carpal의 관절경 수술을 진행하였다. 관절경 수술을 진행한 말들은 대부분 OCD로 인해 내원한 말들이었고,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 내의 이상 뼛조각들을 관절경을 이용해 제거해주었다.

오후에는 병원의 장제사인 Matt 씨가 진료를 돕기 위해 찾아오셨다. Matt씨는 척 보기에도 엄청난 팔근육의 소유자였고, 처음 뵈었기에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악수를 나누었는데 엄청난 악력을 느꼈다. 역시 장제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 본 말은 clubfoot이라는 발굽의 이상으로 내원한 어린 말이었는데, Matt 씨가 발굽을 정리해주고, 새로운 편자를 장착해주었다.

노던 호스 파크 공원에서는 승마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일요일에는 예정된 진료가 적어서 하루 쉴 수 있었다. 휴일이라고 해도 반경 수 km에는 목장 시설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선생님들이 근처의 샤다이 그룹의 테마파크인 노던 호스 파크를 가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고, 차로 데려다주셨다. 정원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었고, 마굿간과 방목지에서 말과 귀여운 조랑말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침 승마 대회도 개최하고 있었기에 구경할 수 있었다.

노던 호스 파크를 둘러보고 난 후, 이시다 씨가 근처의 큰 도시인 치토세 시내로 병원 물품을 사러 나가는 김에 나도 같이 데려다주셨다. 일주일 만에 밖으로 나와 마트와 편의점에서 쇼핑하면서 문명의 이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2주차: 7/25(월) ~ 7/30(토)

월요일에는 우측 fetlock의 관절경 수술을 진행하였고, carpal의 문제로 내원한 말들, 파행으로 인해 내원한 말들을 진료하고 나서 예정된 진료가 끝났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하루였다.

화요일에는 오전부터 산통으로 말이 실려 와서 수술을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이전에 hemiepiphysiodesis 수술을 진행한 말에 박아넣은 screw를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과, 왼쪽 눈에 생긴 squamous cell carcinoma를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였다.

수술한 말의 screw를 제거하고(왼쪽),
SCC를 제거하기 전 국소마취를 시행하는 스즈키 선생님(오른쪽)

저녁쯤 또 한 마리의 말이 산통으로 실려 왔고, 결국 이날은 하루에 산통 수술을 두 번이나 진행하였다.

이후에는, 응급한 산통 수술로 인해 미루어진 원래 예정되어 있던 수술을 진행하였다. 관절 내의 fibrosis로 인해 내원한 말이었고, 관절경으로 fibrosis된 부분들을 제거해주었다.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한참을 떼어내야 했고, 사진과 같이 많은 양의 조직을 떼어내었다. 이날은 워낙 수술을 많이 진행한 만큼, 실습 기간 중 일이 가장 늦게 끝난 날이었다.

관절경 수술로 떼어낸 fibrosis 조직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수요일에는 오전에 왼쪽 carpal의 관절경 수술을 진행하였고, 또 저번 주에 tie-back 수술을 진행했던 말에서 문제가 생겨 airway를 넓혀 주기 위해 왼쪽 성대를 제거하는 수술(vocal cordectomy)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오전에 복강 내의 심한 농양으로 인해 안락사를 진행했던 망아지의 사체가 부검을 위해 근처의 낙농학원대학의 수의대로 옮겨져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이시자와 선생님과 함께 그곳으로 이동하였다. 근처라고 하지만 홋카이도는 워낙 넓으므로 이동하는데 거의 1시간은 걸렸다.

말의 가격이 비싸므로 마주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 해놓는데, 말이 안락사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검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병리학 실험실의 학생들이 직접 부검을 진행했다. 모두 익숙한 듯 척척 해부를 진행하고 꼼꼼하게 병변을 기록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말뿐만 아니라 소, 돼지 등도 많이 해부한다고 하는데, 학교에 이런 실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러웠다.

부검 결과, 장뿐만 아니라 장간막, 간, 기도까지 전신에 농양 덩어리가 생겨 있어 이것들을 촬영하고, 농으로부터 검체를 채취해 병원으로 돌아갔다.

목요일 아침에는 망아지의 개복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어제 부검에서 본 것처럼 복강 내에 거대한 농양들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치료가 어려웠기에 복벽을 봉합해준 후, 안락사를 진행했다. 수의사, 테크니션, 사육사 모두가 향을 피우며 명복을 빌어주었다. 안락사된 사체는 부검을 위해 어제 갔었던 수의대로 옮겨졌다.

복강 내에서 관찰된 거대한 농양.
치료가 어려워 안락사를 진행했고, 향을 피워 명복을 빌었다.

이후에는 varus로 인해 내원한 망아지를 치료하기 위해 hemiepiphysiodesis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전날 카토 선생님께서 논문과 책을 가져다주신 덕분에 잘 이해할 수 있었다.

Varus를 치료하기 위해 망아지의 성장판의 lateral 쪽에 screw를 삽입해, 골격의 이상을 교정하는 뼈의 성장을 유도해줄 수 있다.

성장판에 screw를 삽입하는 수술

오후에는 모리모토 선생님과 함께 낙농학원대학으로 이동해 부검에 참관하였다. 병변의 상태는 어제 케이스와 비슷했는데, 망아지들이 이렇게 계속 폐사하는 원인은 아마 Rhodococcus equi.인 것 같고, 토양성으로 전염되므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다.

금요일에는 우측 carpal의 관절경 수술과 castration 수술을 진행하였다. 실습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모두들 먼 곳에서 온 실습생을 친절하게 잘 챙겨주셨기에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이 아쉬웠다.

실습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은 밤중에 산통이 발생한 말이 아침부터 실려 왔다. 이 말은 상태가 너무 나빠 이때까지 본 산통마 중 가장 심하게 날뛰었고, 신체검사 중에 주저앉아버리기도 하였다.

겨우 마취를 시키고 복강을 열어보니 산통은 colon torsion에 의한 것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마취에서 회복한 후에 밖으로 잘 걸어나갔다. 이렇게 해서 산통 수술을 2주간 총 6번이나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의 진료가 모두 끝나고, 이시자와 선생님이 나에게 먼 곳에서 왔는데 밥 한 끼라도 사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저녁으로 치토세 시내에서 자신이 가장 추천하는 라멘 가게에 데려가 주셨다. 자신 있게 추천하신 가게인 만큼 확실히 맛있었고, 다음에 홋카이도에 온다면 다시 들르고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 작업으로, 밤 12시에 이시자와 선생님과 함께 입원 마방에서 입원마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액과 붕대를 교체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이시자와 선생님께서 많이 배워가라고 청진기를 가져와 심음, 폐음, 창자음을 청진하는 방법도 가르쳐주셨다.

모르는 것이 있어 선생님들께 질문하면 항상 친절하게 설명해주셨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실습생을 따뜻하게 잘 대해주셨기에 샤다이 호스 클리닉의 모든 분들께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다.

첫 주는 시간이 흐르는 게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졌는데, 두 번째 주는 일에 적응이 되었는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 마지막으로 들러 인사를 드렸고, 일요일이라 병원에 없는 분들도 많아 편지를 써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이시다 씨께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배웅해 주셨고, 이것으로 일본에서의 2주간의 실습이 끝이 났다.

*   *   *   *

2주간 실습을 하면서, 일이 많을 때는 거의 하루 종일 병원 내에 있어야 했다. 수의사 선생님들께 일이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말을 치료하고 난 후의 보람도 그만큼 크고, 무엇보다 홋카이도 내에서 큰 수술을 할 수 있는 말전문병원은 샤다이 호스 클리닉을 포함해 2곳밖에 없으므로 자신들이 없다면 말을 고쳐줄 사람이 없으니 힘내서 일한다”고 하셨다. 모두들 말에 대한 사랑과 열정, 책임감이 정말 대단했다.

이번 실습기간 동안 말의 수술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말 임상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늘었고, 또한 수의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다.

말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샤다이 호스 클리닉에서의 실습을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도 한 번쯤 이러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수의사 선생님들은 모두 영어를 하실 줄 알아 의사소통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실습에 참여하고 싶다면 나의 경우처럼 일본어를 어느 정도 배우고 가는 것이 실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으므로 좋을 것 같다.

[실습후기 공모전|최우수] 말들과 함께한 한 달의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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