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산 지원받아 밤·공휴일에만 운영하는 반려동물 응급의료센터 생겼다

춘천시 반려동물 응급의료센터, 강원대 동물병원에 개소..지자체 예산 동물의료 인프라 지원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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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반려동물 응급의료센터가 강원대 수의대 부속동물병원에 문을 열었다. 춘천시 예산으로 응급의료인력 운영비를 지원하고, 응급실 시설 구축에는 동문들이 기부로 힘을 보탰다.

동물의료 인프라 확충에 지자체 예산을 지원하는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라, 추후 타 지역에도 관련 지원사업이 늘어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원대 수의대는 6일 동물병원 1층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김헌영 총장을 비롯한 강원대 교직원들과 육동한 춘천시장, 허영 국회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 자리해 축하를 전했다.

응급진료 어려웠던 춘천, 지자체 예산지원으로 응급센터 마련

지자체 예산은 진료인력 운영에 집중, 센터 시설은 동문 기부로

수의응급의학 전임교원 확충

춘천에는 응급진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동물병원이 부족했다. 강원대 동물병원도 당초에는 예약진료만으로 운영하면서 별도의 응급진료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지역 반려동물 사육가구는 밤늦게나 공휴일 응급진료를 받기 어려웠다. 인근 원주시나 멀리 수도권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에 춘천시가 지역사회에 반려동물 응급진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지원사업에 나섰다. 중앙정부나 강원도청의 예산 일부를 지원하지 않는 순수한 춘천시 사업으로 시범사업을 시도한 것이다.

응급의료센터 운영자로는 강원대 동물병원이 나섰다. 강원대 동물병원 1층에 별도의 출입구를 갖춘 응급의료센터를 마련했다.

센터에는 진료실과 응급처치실, 중환자 응급대응을 위한 ICU 유닛, 대형견 입원실, 간이 영상촬영실 등을 갖췄다. 기존에 사용하던 CT·MRI 촬영실과 연결하여 동선을 줄였다.

춘천시가 지원한 예산 4억여원은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동물병원 진료인력이 아닌 새 진료수의사 3명과 동물보건사 3명, 행정인력 1명을 신규 채용했다.

응급의료센터 시설 구축은 동문들이 쾌척한 발전기금으로 진행했다.

강원대 측은 응급진료를 전담할 수의응급의학 전임교원 TO를 배정했다. 수의응급의학 신임교수는 현재 선발절차를 진행 중으로, 오는 2학기에 임용될 예정이다.

동물의료 인프라 마련에 예산 지원

7/13부터 연말까지 시범운영

내년에도 지속가능할까 주목

이제껏 반려동물 의료에 국가가 예산을 투입한 사례는 광견병 백신접종이나 길고양이 TNR, 올해 도입된 마당개(실외사육견) 중성화 지원사업 정도다.

특정 용역을 수행하면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그마저도 일반적인 백신접종이나 중성화수술비용에 크게 못 미쳐 ‘착취’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이번 춘천시 반려동물 응급의료센터 지원사업은 동물의료 인프라를 도입하기 위한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건물이나 시설을 짓는 하드웨어가 아닌, 응급진료인력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배동 강원대 수의대 학장은 “지자체 보조사업에 참여해 동물을 위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12월까지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내년 이후로도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춘천시 자체 예산이 마중물이 됐지만, 향후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국비·도비 지원이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려동물 응급의료 인프라가 사회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예산지원 없이 지역의 응급진료에서 발생하는 매출만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역거점 국립대가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면 춘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윤장원 부학장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국립대학의 역할 중 하나”라며 “지자체 지원을 받아 대학이 공공적인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춘천시 반려동물 응급의료센터는 월~토 오후 7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연중 운영된다.

지역 일선병원 경영에 악영향이 없도록 낮에는 운영하지 않고, 의료사각 지대가 발생하는 밤시간대와 공휴일에만 문을 연다.

6일 문을 연 센터는 일주일간 시범가동 후 오는 13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 인구 3분의 1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춘천시가 반려동물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강원대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지역사회의 반려동물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미래수의사를 위한 임상교육과 관련 연구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 예산 지원받아 밤·공휴일에만 운영하는 반려동물 응급의료센터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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