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동물진료의 출발점을 설정하다

수의학교육 진료수행 항목 61개 설정..수의과대학학생협회도 환영

등록 : 2021.11.22 10:50:35   수정 : 2021.11.22 12:11:5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수의과대학 졸업생이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보호자의 주호소(chief complaint) 및 환자 증상 61개 항목이 설정됐다.

‘숨쉬는 게 이상하다’는 보호자의 호소를 시작으로 반드시 알아내야 할 병력이 무엇인지부터 정밀 검사를 통한 감별진단, 치료법, 예후평가까지 실제 진료하는 순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다. 이를 일컫는 명칭도 ‘진료수행’이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국수의교육학회 이기창 교수팀은 18일 서머셋호텔 분당에서 열린 ‘OIE 권고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진료수행 세무 항목 설정’ 공청회에서 수의기본 진료수행 항목 설정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의과대학 학생단체도 이 같은 연구에 공감하며,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지식에서 임상으로, 수의학 교육 방향 ‘거꾸로’

실제 진료와 수의학 교육 방향 맞춰야

수의과대학에서 배워야 할 진료역량은 ‘진료수행’과 ‘임상실기’로 나뉜다. 이중 임상실기는 지난해 연구로 반드시 배워야 할 54가지 항목이 설정됐다. 올해는 진료수행 항목을 구체화했다.

61개 진료수행 항목은 우선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췄다. 2019년 수의학교육 학습성과로 제시된 주요 증상을 기준으로 하되, 보호자의 주호소 형태로 표현했다. 이기창 전북대 교수는 “보호자의 호소가 진료의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증상을 포괄하는 표현들도 있다. 구토와 역류는 반드시 구별해야 하지만, 보호자는 ‘토해요’라는 형태로 표현한다. 비만이어도, 복수가 차도 ‘배가 나왔다’고 한다.

보호자의 표현에서 실제 어떤 증상인지, 감별진단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자 ‘진료수행’이다.

올해 연구에서는 진료수행 항목만 결정했다. 후속 연구로 살을 붙이면 수의사의 진료 그 자체가 된다. 보호자의 호소에서 출발해 병력청취, 신체검사, 감별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 설명 및 수행, 치료방향 및 예후 설명 등으로 이어진다.

(자료 : 이기창 교수)

이미 의학교육에서는 이 같은 진료수행 항목을 매뉴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의사국가시험에서 환자역할 배우를 진료하며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CPX 시험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실제 진료의 진행순서와 교육 컨텐츠를 동기화하는 것은 현대의학교육의 특징이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는 “졸업생이 환자를 만났을 때의 당혹감을 줄이는 것이 의대에게도 수의대에게도 당면 과제”라며 “보호자의 호소로부터 나아가는 방향이 ‘수의학’이라는 지식을 구성하는 방식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수의학교육이 일단 지식만 전달하고 임상에 필요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은 수의사 개개인의 경험과 직관에 맡겼다면, 이제는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까지 교육병원을 매개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제 진료와 교육의 방향이 일치시키려는 움직임은 근대 수의과대학이 설립되기 전의 도제식 교육과 비슷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숨쉬는 게 이상하다’는 보호자의 호소에서 진료가 출발한다.
수의사는 호흡이상의 다양한 원인을 문제해결 개요로 떠올린다.
이를 감별하기 위해 보호자와 면담하면서 병력을 청취하고 신체검사, 치료계획 설명 등으로 이어간다.
(자료 : 이기창 교수)

수의과대학 학생들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 개선 적용해달라’

수의과대학 학생들도 이 같은 교육개선 방향에 동의했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김세홍 회장은 “임상실기, 진료수행 등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하는 일부 교수진들의 활동만 이어질 뿐, 실제 교육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습예산 부족, 대학병원 환자 부족으로 인한 실습교육기회 부족과 과목간 연계성 미흡 등이 학생들의 졸업역량 부족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김세홍 회장은 “진료수행·임상실기 연구를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현장에 적용해달라”면서 “출신 대학이나 교·강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도 촉구했다. 김세홍 회장은 “수학능력평가가 초·중·고교생에게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지 기준을 제시하는 것처럼, 수의사 실기시험도 교육기준을 현장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대학간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의학교육 인증과 국가시험 응시자격 연계 법제화, 인증기준 정량화 등 인증제도를 통한 지속적인 교육 개선 필요성을 제언했다.

인증-국시 연계, 내년에 본격 추진?

이날 공청회 패널로 나선 강종일 충현동물병원장은 “임상현장은 학교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역량을 요구한다. 그만큼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문 서울대 교수는 “(교육 연구를) 일선 교수들은 물론 학장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 진료과목별 교수협의회를 통해 임상교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과에서 수의사법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주 사무관은 “인증원에서 상당기간 인증 의무화(국시 응시자격 연계)를 추진해왔다. 내년 상반기에 관련 연구결과가 나오면 함께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