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 부산에 수의대가 없어 동물병원이 부족하다고?

실제로는 특별·광역시 중 세 번째로 동물병원 많아..부산대, 국감서도 수의대 신설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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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가 국정감사에서도 수의과대학 신설 의지를 재확인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20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부산대의 수의대 신설을 위한 국회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장동물 수의사 부족, 부산의 동물병원 부족 등을 이유로 제시했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이 인구 대비 동물병원 수가 최하위? 실제로는 특별·광역시 중 3위

기존 수의대와 다를 바 없는 대도시 국립대가 농장동물 임상 문제 해결할 수 있나

이날 국감에서 부산대 수의대 신설 문제를 거론한 것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이다.

조 의원은 “감염증 불안감이 커지는데 거점 국립대 중 부산대에만 유일하게 수의대가 없다”고 지목했다. 이에 차 총장은 “인수공통질병 연구와 가축질병 대처, 의생명과학 융합연구를 위해 농장동물에 특화된 동남권역 수의학 육성이 절실하다”며 수의대 신설 필요성을 호소했다.

앞서 차 총장은 부산대 신임 총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수의과대학 신설을 내세운 바 있다.

거점 국립대 중에 부산대에만 수의과대학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 각 권역별로 1개씩 수의과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는 경상대 수의대(진주)가 있다. 서울대와 건국대가 위치한 수도권을 제외하면 권역에 2개 이상의 수의과대학이 위치한 곳은 없다.

부산일보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부산대학교는 농장동물 수의사 부족, 부산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의 부재, 인구 대비 동물병원수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 등을 설립이 필요한 배경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부산의 인구 대비 동물병원수가 전국 최하위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부산의 인구 10만명당 동물병원 수는 7.68개다. 부산과 마찬가지로 농장동물이 적고 산업화된 서울 및 6대 광역시와 비교하면 서울(9.1), 광주(8.1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역 경제규모를 반영하는 지역내총생산(GRDP)과 비교해도 부산의 동물병원 숫자는 세 번째로 많다.

부산 내에 수의과대학 부속병원은 없지만 2차 진료 의뢰가 가능한 대형 동물병원도 5개가량으로 늘어난 상황.

부산에 수의과대학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동물병원과 진료서비스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의대 신설로 인한 수의사 과잉배출 문제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부산대 측이 지적한 농장동물 수의사의 고령화나 수생동물 수의사 부족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도시에 위치할 부산대 수의대 신설이 그 해결책이라 보긴 어렵다.

다른 지방거점국립대 수의과대학들이 부족한 교원과 교육 예산, 반려동물 임상으로 편중된 학생들의 관심에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지방거점국립대인 부산대만 상황이 다를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농장동물 수의사 기피현상은 수의과대학의 위치보다는 만연한 자가진료로 인한 농장동물 임상분야의 처우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비(非)수도권과 기피 전공의 의사를 늘리기 위해 의대 정원부터 늘리려는 것이나, 농장동물 수의사가 부족하니 수의대 정원부터 늘리자는 시각이 별반 다르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의사회는 수의과대학 신설을 포함한 정원 확대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영국 등 해외와 비교해도 이미 국내 동물 숫자에 비해 과도한 수의사를 배출하고 있는데다, 수의사 배출 정원 대비 수의과대학 숫자가 많아 교원 등 교육기반이 분산돼 수의학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만큼 수의대 신설이나 정원 논의에 앞서 교육의 질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0국감] 부산에 수의대가 없어 동물병원이 부족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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