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윤리강령 30년만에 뜯어고친다‥국제 수준 발맞춰 전면 개정

연구용역 거쳐 수의사정책윤리강령강화특위서 개정안 마련..20일 이사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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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이 전면 개정을 앞두고 있다. 임상수의사의 상도덕 위주에 그쳤던 강령을 미국·유럽·영국수의사회 등이 제시한 국제 수준으로 개편한다.

대한수의사회 제26대 집행부 수의사정책윤리강령강화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상)는 윤리강령 개정안을 마련해 10일 중앙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대한수의사회 2019년 정기총회에서 수의사 신조를 선언하는 대의원들

30년된 현행 수의사 윤리강령

미국·유럽과 비교하면 부실

현행 수의사 윤리강령은 1992년 제정됐다. 1997년과 1999년 두 차례 소폭 개정됐지만 전체적인 틀은 유지됐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윤리강령이다 보니 지엽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대리진료 시 축주에게 주치수의사에 대한 의심을 주는 언동을 하지 말라거나, 축주의 사정으로 2인 이상의 수의사가 초청되면 먼저 도착한 사람이 진료를 하라는 등 대동물 진료환경을 상정한 수의사 간 상도덕에 가까운 문구들이다.

대한수의사회 수의정책연구소 의뢰로 2018년 서울대 천명선 교수팀이 수행한 ‘수의사회 기본정책수립 방안 및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 연구’에 따르면,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은 미국·유럽·영국 등의 윤리강령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 해외 윤리강령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 31종 중 10종을 포함하는데 그쳤다.

수의진료의 기본 구성인 수의사-보호자-환자관계(VCPR)는 물론 고객 정보 보호, 지속적 학습과 전문성 확보, 독립성·자율성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 윤리강령들과 다소 동떨어진 셈이다.

 

27개 항목으로 전면개정

동물·보호자·전문직업성·동료·공공에 대한 의무 규정

특위는 2020년부터 6차례의 전체회의와 실무검토 5회를 거쳐 수의사 윤리강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천명선 교수팀이 제시한 윤리강령 개선안을 골자로 국내 현실을 고려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윤리강령 개정안은 서문을 시작으로 ▲동물 ▲보호자 ▲전문직업성 증진 ▲동료 ▲사회 전체(공공)에 대한 의무를 제시한다.

서문은 수의사 윤리강령이 수의사의 윤리적 책임을 명시하고,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신뢰와 존엄성을 뒷받침한다고 선언한다. 윤리강령을 주기적으로 연구하고 세부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는 근거도 명시했다.

동물에 대한 의무’는 수의사가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하고 지향할 것을 주문한다. 수의사는 적절하고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면서 통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보호자에 대한 의무’에서는 수의사-보호자-환자 관계(VCPR)을 진료의 성립조건으로 제시한다. 수의사는 보호자 의견을 존중하며, 진료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전문직업성 증진의 의무’는 수의사가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독립적이며 자율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신뢰와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도 지목한다.

동료에 대한 의무’는 존중과 상호 감독을 함께 담았다. 수의사 동료를 존중하고 부당하게 비방하지 않되, 전문가의 품위를 훼손하거나 수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상호 감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공공)에 대한 의무’는 수의사의 전문적인 행동과 결정에 사회·환경 등 공공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것을 주문한다. 개인적인 견해를 수의사 전체의 의견으로 오인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천명선 교수는 “수의사 윤리강령은 수의사가 지켜야 할 윤리 의무를 넘어 수의사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에 어떻게 봉사하는지 선언하는 도구”라며 “윤리강령 개정은 시대에 맞는 수의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기존 윤리강령이 수의사들 간의 에티켓 수준이었다면, 개정안은 수의사의 업무가 가진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해외 수의사회와 국내 현행 윤리강령 및 개정안 비교
(자료 : 천명선 교수팀, 수의사정책윤리강령강화특위)

개정안은 서문을 포함해 총 2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천명선 교수팀이 제시한 개선안(32항목)을 압축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천명선안에 포함했던 안락사 관련 언급이나 이해상충 고지, 전문성 증명 수단의 제한, 타병원으로의 진료 의뢰 등의 내용은 특위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특위는 “사회적 요구, 국제적 기준뿐만 아니라 국내 현실과 실현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세부 윤리강령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오는 20일 열릴 2022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논의된다. 이후 이사진 검토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초 이사회에서 개정될 전망이다.

천명선 교수는 “윤리강령이 개정된다고 수의사집단이 순식간에 윤리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정안 서문이 제시한 것처럼 앞으로 세부적인 윤리 지침을 세우고, 수의사 그룹 전체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수의사 윤리강령 개정안 전문.

*   *   *   *

“수의사 윤리강령” 개정(안)

서문

1. 수의사 윤리강령은 수의사의 윤리적 책임을 명시하며,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신뢰와 존엄성을 뒷받침한다. 윤리강령을 위반한 행위는 수의사로서의 신뢰와 존엄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관련 규정에 따른 처분을 받게 된다.

2. 수의사는 윤리강령을 준수하여야 하며, 수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하고, 우리 사회의 공중보건은 물론, 건강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전문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3.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 윤리강령이 우리 사회에서 수의사에게 요구되는 보편타당한 윤리적 책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연구하고 세부 지침을 마련한다.

 

동물에 대한 의무

1.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하고 지향하여야 한다.

2. 수의사는 동물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3. 수의사는 동물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4. 수의사는 응급상황인 동물의 생명을 구하거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수의학적 처치를 하여야 한다.

 

보호자에 대한 의무

1. 수의사는 보호자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2. 진료는 “수의사-보호자-환자 관계”의 성립 하에서 이루어지며, 수의사는 보호자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여야 한다.

3.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진료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보호자의 이해와 동의를 얻어야 한다.

4. 수의사는 보호자와 환자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여야 한다.

 

전문직업성 증진의 의무

1. 수의사는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2. 수의사는 윤리적이고 전문가적 태도로 수의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3. 수의사는 꾸준히 수의학적 전문성을 증진해야 하며, 윤리적 의사결정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이수하여야 한다.

4. 수의사는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보호하고 복지를 향상시켜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5. 수의사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신뢰와 사회적 존엄성을 유지할 책임이 있고,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6. 수의사는 진료기록을 명확히 작성하고 보관하여야 한다.

 

동료에 대한 의무

1. 수의사는 동료를 존중하여야 하며 부당하게 비방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수의사는 수의사 동료가 전문가의 품위를 훼손하거나 수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상호 감독하고 격려해야 한다.

3. 수의사는 더 나은 수의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동료 및 관련 전문가와 협력하고 소통하여야 한다.

 

사회 전체(공공)에 대한 의무

1. 수의사는 관련 법규를 준수하여야 한다.

2. 수의사는 의약품의 처방과 취급에 관하여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3. 수의사는 본인의 전문적인 행동과 결정이 사회와 환경 등 공공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

4. 수의사는 대중에게 정확한 수의학적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며, 개인적인 견해를 수의사 전체의 의견으로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수의사는 광고나 홍보 시 전문가적인 태도로 임하여야 한다.

6. 수의사는 지역사회 공중보건에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 지식과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7. 수의사는 직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서 자신의 부당한 편견으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수의사 윤리강령 30년만에 뜯어고친다‥국제 수준 발맞춰 전면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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