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수족관∙야생동물 수의사 모여 `야생동물임상수의사회` 결성 움직임

KAZA서 수족관 나가며 논의 본격화..희귀의약품 확보, 야생동물 수의사 양성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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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임상수의사들의 단체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전국 동물원, 수족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하는 수의사들과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의학교실이 모이는 가칭 ‘한국야생동물임상수의사회’다.

25일 청주동물원에서 열린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 진료∙종보전분과 세미나에서 이 같은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25일 청주동물원에서 열린 KAZA 진료종보전분과 세미나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단체 없지만..협력은 진행형

대한수의사회는 축종별 임상수의사 단체를 산하단체로 두고 있다. 고양이부터 소, 말, 돼지, 가금, 수생동물, 실험동물에 이어 최근에는 꿀벌수의사회까지 합류했다.

반면 야생동물은 아직까지 별도의 수의사단체가 없다. 한국야생동물의학회가 있지만 교수협의회나 학술단체에 가깝고, 한국야생동물센터협의회는 기관 협의체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동물원∙수족관 수의사들은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KAZA 진료∙종보전분과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열고 협진도 벌인다.

이날 세미나에서 사자의 수술 케이스를 소개한 김정호 수의사(청주동물원)는 전주동물원 동물병원에 급히 내시경을 빌려와 치료한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갑자기 빌리러 갔는데도 당일 빌려줬다’며 멋쩍게 웃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1월에 열렸던 분과 세미나에서는 동물원, 수족관 수의사들이 모여 물범의 내시경 진료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도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서울어린이대공원, 대구달성공원, 광주우치동물원, 청주동물원, 전주동물원, 한화아쿠아플라넷, 국립생태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수의과대학 등 다양한 기관의 야생동물 수의사들이 모였다.

청주동물원은 내년 수술실을 신축하고, 외부 동물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19년 진행된 물범 진료 협진

KAZA서 수족관 나가며 논의 본격화

희귀의약품 확보, 미래세대 양성에 도움 기대

야생동물임상수의사회 결성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KAZA에서 수족관들이 대거 탈퇴하면서다. 수족관 소속 수의사들은 KAZA 진료종보전분과에 정규로 참여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별도의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단체가 만들어진다면 소속 기관과 관계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진료종보전분과장을 맡고 있는 여용구 수의사(서울대공원)는 “동물원∙수족관 수의사는 외롭다.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를 제외하면 사람도 적고 일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수의사단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필드에 있던 수의사가 최근 수의과대학 교수진으로 합류하며, 학계와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환경도 만들어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야생동물의료센터장으로 18년간 재직했던 정동혁 박사가 충북대 수의대에,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오래 일했던 김규태 박사가 경북대 수의대에 임용됐다.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단체가 만들어지고 대한수의사회 산하단체로 공식 합류한다면, 동물원 진료에 필요한 희귀의약품 확보에도 추진력이 기대된다.

코끼리, 기린 등 대형 동물의 마취에 필요한 마약류 의약품인 에톨핀(etorphine) 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데다, 모르핀보다 훨씬 강력한 효능을 보이는 마약류다 보니 무환수입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용구 수의사는 “야생동물 임상수의사의 단체를 만든다면, 야생동물 진료에 필요한 약품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정호 수의사는 “(야생동물 임상수의사 단체가) 미래 세대 야생동물 수의사를 양성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원∙수족관∙야생동물 수의사 모여 `야생동물임상수의사회` 결성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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