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업무 수호` 수의사 의무‥불법처방·사무장병원 고리 끊겠다

불법 철퇴 효과만으론 부족..농장이 수의사 진료·처방 원하게 만들어야

등록 : 2021.04.29 08:02:13   수정 : 2021.04.29 08:31:3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위원장 최종영)가 불법 처방, 사무장 병원으로 얼룩진 진료시장에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최종영 위원장은 28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1 수의양돈포럼에서 “수의고유업무가 침해받지 않도록 수호하고, 올바르지 못한 수의사를 시정토록 노력하는 것이 수의사의 윤리강령”이라며 진료권 쟁취에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최종영 대수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장

수의사가 도매상에 종속되면, 약은 점점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특위의 최대 현안은 수의사처방제 불법 처방과 사무장 병원 근절이다. 동물약품판매업소(동물용의약품도매상)에 종속된 처방전 전문 수의사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항생제 내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도매상이 수의사를 고용하면 인건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약을 많이 팔아야 한다. 처방제 도입 후 항생제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매상이 수의사를 고용하거나 농가 진료비를 대납하는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고용이나 대납에 들어가는 비용을 약값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약을 많이 쓰는 방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불법 처방의 규모와 형태가 보다 심화된다는 점도 우려된다.

당초 은퇴 시기의 수의사가 면허를 대여하는 형태에서, 이제는 한창 현역으로 일하는 젊은 수의사까지 불법 처방 시장에 유입되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금 농장에 불법 처방을 남발한 혐의로 지난 20일 특위가 고발한 김제시 임상수의사도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영 위원장은 “처방제 도입 이후로 신규 수의사들이 사무장병원이나 불법 처방전 전문 수의사로 많이 빠졌다”며 “이 고리를 끊어야 후배 수의사들이 독립적인 진료권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이면 동물용 항생제 전(全)성분이 처방대상으로 지정되는 만큼 이대로면 불법처방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법 처방전 문제를 근절할 골든타임이라는 취지다.

최종영 위원장은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에서 수의사에게 수의업무를 수호할 책임도 부여하고 있다”며 “관행에 머무르지 않고 후배들을 위한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 철퇴 만으론 부족..농장이 수의사 진료·처방 선호할 환경 만들어야

불법 처방 근절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장이 언제든 약을 주문해 쓰는 관행의 편리함 대신 농장별 주치의(동물병원 수의사)에 의해 관리되는 형태를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수의사는 “불법 처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처벌·단속의 효과는 일시적으로 그칠 수 있다”며 “현재 불법에 부역하는 수의사(처방전 전문 수의사)들이 농장 진료 현장으로 옮겨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매상과 사무장 병원, 처방전 전문 수의사로 연결되는 불법 처방의 공급 측면을 막는 것과 함께 농장에서 불법 처방을 요구하는 수요도 줄여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 수의사는 “농장이 수의사에 의한 관리를 선호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불법 처방을 내리는 수의사들과도 충분히 소통하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