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허주형 `동물병원 전용 제품 유통 바로잡는다`

지난해 처방제 확대 성과..집행부 2년차 병원전용제품·보건사·동물진료항목 표준화 현안 앞둬

등록 : 2021.01.08 13:26:08   수정 : 2021.01.11 15:40:1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한수의사회 첫 직선제 회장으로 선출된 허주형 회장도 취임 2년차를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연수교육이나 중앙회 이사회 등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신년 인터뷰에서 만난 허주형 회장은 동물병원 전용제품 유통관리, 동물보건사, 동물병원 진료비 등 현안 대응방향을 전했습니다.

Q. 대한수의사회장 취임 첫 해의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대한수의사회 회장으로서 개인적인 소회를 우선 말씀드리고 싶다.

회장 취임 전에도 25여년간 회무에 참여했지만, 이제껏 수의정책에 관해서만 신경을 썼지 조직의 운영이나 재정, 사무처 내부의 일은 잘 몰랐다. 회장이 되고 보니 사무처 직원 처우개선이 소홀했다는 점을 느꼈다.

대부분의 회원들도 사무처 직원의 처우를 개선해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저도 공감하는 방향이다. 지난 1년여간 사무처 발전에 공을 들였다.

수의계 현안 추진의 기본단위는 사무처 직원들이다. 하지만 대수의 재정이 튼튼하지 못하다 보니 임금부터 문제였다. 고참 직원의 임금은 동결했는데도 하위직들조차 제대로 올려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근속도 짧다. 직원 9명중 5명이 합류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분들이다.

동물병원 경영등 생업이 있는 회원들 대신 사무처가 회의 실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 자꾸 바뀌면 회무를 추진할 역량을 축적할 수 없다. 그만큼 회원들에게도 손해가 된다.

사무처 직원들에게 인격적인 대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저부터도 직원들에게 반말도 하지 않는데,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짜고짜 욕(감정적인 언사)부터 하는 회원 분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무처 직원들이 정서적 스트레스가 크다.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저감해주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였다.

 

Q. 지난해 회무로 거둔 주요한 성과를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가장 중요한 성과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확대다. 회장 취임 당시부터 정부와 의견차가 있었지만, 건의 및 압박과 논의를 거듭하였고, 처방대상 동물의약품 지정확대를 반대한 단체 혹은 개인과 논리싸움과 조직대결 등 회원들과 같이 호흡하며 결국 성과를 거뒀다. 다시 한 번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유예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모든 동물용 항생제, 4종백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사제가 처방대상으로 지정됐다.

물론 약사예외조항이 있다 보니, 처방제가 확대되어도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은 수의사가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다.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Q.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현안은 무엇인가

의약품 외에도 수의사가 처방하는 제품의 유통 문제다. 처방사료를 비롯한 동물병원 전용 제품이 쇼핑몰을 포함한 인터넷으로 유통되고 있다.

저도 약 28년간 1인 원장 동물병원을 운영했지만, 동물병원 유통제품이 외부로 유출되는 과정은 매번 비슷하다.

초기에는 수의사가 보호자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알린다. 그러다 잘 팔리게 되면 인터넷으로 넘어가 난매가 시작된다. 동물병원이 제품 출시 초기의 광고기구로 전락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부터 로얄캐닌 제품의 유통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일선 회원들의 관심에 비해 기존의 수의사조직의 협조는 좀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문제 개선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내부 단결부터 되지 않으면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동물병원 외 판매를 막는 것은 쉽지 않다.

 

Q. 협조가 부족했다는 것이 후원관계부터 끊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필요한 협력은 진행하더라도 문제 개선을 강력히 요구할 때는 해야 한다.

가령 특정 업체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동물병원 전용제품을 판매하는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비공개로 진행했을 때는 별 성과가 없었다.

특정 업체나 이에 동조하는 수의사분들은 ‘처방식을 자꾸 거론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문제 삼아 영원히 수의사가 처방식을 취급할 수 없다’ 식의 논리를 말씀하신다.

하지만 지금도 인터넷에서 다 팔고 있지 않나. 아예 대놓고 인터넷에 팔겠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이에 동조하는 일부 수의사는 일선 임상수의사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Q. 지난 선거에서 동물병원 전용제품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해주셨는데, 처방제 확대나 공중방역수의사 방역활동장려금 개선 외에는 달성됐다고 볼 만한 것이 없다. 공약 추진 상황을 소개해달라

도시지역 광견병 관납접종 폐지를 1번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 취지는 무조건 폐지하자는 것보다 접종비용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수의사가 광견병을 포함한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동물병원 원장들이 왜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형태로 동원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광견병 관납접종이 지금처럼 무료나 2~3천원 받는데 그치지 않고, 최소한 사람 병의원에서 영유아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건강보험에서 지원되는 정도까지는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두당 1만 4천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가령 인천의 경우에는 광견병 관납접종비로 두당 5천원을 받지만 그중 일부는 시에서 지원한다. 향후 관납접종비를 현실화할 때도 이처럼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이런 문제는 각 지역 수의사회가 뼈저리게 느끼고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제 공약 상당수가 지역에서의 협조가 꼭 필요한 것들이다.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한 현안도 있어 어느 정도 변화가 이뤄지면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처방대상 약품 확대처럼 다른 현안을 제쳐두고서라도 수의사회의 역량을 쏟아 붇어야 하는 일들도 있다.

 

Q. 특수직능단체 필수교육 지정 공약은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는데

수의계의 발전은 각 직능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이다. 그래서 인천수의사회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모든 동물병원을 한국동물병원협회에 가입하게 하여 가입비를 일부 지원하였으며, 지방 공무원조직의 활성화도 적극 지원하였다.

수의사회는 의사협회나 약사회처럼 활동 분야가 임상·개국에만 몰려 있지 않다. 축종도 다양하다. 그만큼 다양한 현안 요구가 직능단체에서 제시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지부를 포함한 대한수의사회의 역할은 직능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있다. 직능의 발전이 수의사회 발전과 직결된다. 여기에 미흡함이 있다면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연수교육 문제에 대한 지부수의사회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눈부시게 자립 발전하고 있는 한국동물병원협회나 한국고양이수의사회는 일단 제외하고서라도 소, 돼지, 가금 분야, 즉 농장동물 산하단체의 교육을 필수교육으로 지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능단체가 클 수 있게 지부와 중앙회가 지원해줘야 한다,

지난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서도 그렇고 농장동물 직능단체의 필수교육 인정에는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거 후보분들 대부분이 산하단체 필수교육을 거론하셨다. 당장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향후 선거 때마다 제시될 문제다.

대한수의사회와 회원들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사진들과 깊이 논의해야 할 문제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던 점은 아쉽다.

Q.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공약은 무엇인가

동물병원 전용제품 유통 문제다. 최근 법무법인을 통해 동물병원 전용제품을 동물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파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다른 곳에 파는 사례는 적극적으로 고발할 계획이다. 다른 곳에는 인터넷도 포함이다. 강력하게 부딪혀 볼 생각이다. 회원들도 적극 동참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이사회에서 의결된대로 동물병원 추천제품을 발굴하기 위하여 ‘대한수의사회 동물병원 전용제품 관리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전용제품이 다른 곳에서 판매하는 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기업에게 대한수의사회의 방침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문제가 반복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동물병원이 아닌 곳에서 판매하려면 ‘동물병원 전용’, ‘수의사 전용’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 수의사 추천 제품이라고 홍보하려면 수의사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과대광고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Q.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 법은 시행됐고, 일선 수의사가 보이콧한 상황이 1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백신제제 처방대상 지정이 일단락된 만큼 전자처방전 의무화 관련 해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구상은?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 법은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말 동물병원 회원들에게 큰 저항을 불러왔다. 이 점에 대해서 전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세밀하게 살펴보지 못한 점에 대해 임상하고 계시는 회원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저는 취임하자마자 전자 처방전의 거부를 선언했고, 이에 대한 해결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일정부분 유예를 받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한수의사회 처방전 및 자가진료철폐특별위원회(위원장 박순석)’로 하여금 대응방안은 검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내에서 사용한 처방대상의약품의 경우 진료기록(전자차트)로 대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대응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의논하겠다.

 

Q. 동물보건사 제도화 수의사법이 올해 시행된다. 최근 TF팀을 직접 구성했는데 향후 추진 방향을 소개해달라.

지난해 11월 동물보건사 제도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우연철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면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각 단체별로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동물보건사의 업무범위에서 주사, 채혈 등 침습적인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다. 침습행위를 제외하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보건사 양성기관에서 난립할 수 있는 동물병원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수의과대학이 아닌 교육기관에서 동물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불법이다. 수의사인 교직원을 활용해 우회 개설하는 것도 문제다. 보건사를 빌미로 한 동물병원 난립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Q.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는 이제 상시적으로 제기되는 것 같다. 수의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고 진료항목 표준화 연구예산도 마련됐는데

올해 진료항목 표준화 연구를 위한 정부 예산 4억원이 마련됐다. 진료비 관련 수의사법 개정에 앞서 동물진료체계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동물 진료비 관련 정책연구에 대한수의사회를 배제한다면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최근 설립된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진료항목 표준화는 임상수의사 간의 ‘합의’가 중요한 문제다. 수의사 각각이 판단해 적용하던 진료의 구성을 학술적으로 합의해나가는 과정이다. 당연히 수의사회가 나서야 한다.

수의사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대한수의사회 입장도 견지하겠다. 사전고지제, 공시제에 대한 정부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곧 발의될 예정이다. 당초 예정됐던 관련 공청회에서 강력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됐다.

저도 동물병원을 오래 했지만 정부는 동물진료를 사적 서비스로 봤다가 공공 서비스로 봤다가 제멋대로다. 광견병 관납 백신접종조차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 정부가 진료비를 운운할 입장이 아니다.

 

Q.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해달라.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동물병원은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계속 안 좋아진다면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초 20억원대였던 대한수의사회 연간 예산이 올해 30억원을 넘길 예정이다. 일반 후원과 회지 광고에서 개선이 있어서 다행이다.

동물병원과 회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수의사 장터 서비스도 조만간 개설할 예정이다.

대한수의사회는 회원들을 위해 존재한다. 회원 권익이 침범됐다면 혼자서 마음을 졸이지 말고 반드시 수의사회에 연락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