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단체 필수교육 인정 공약에 지부장들 거센 반발 `다시는 거론 말라`

필수시간 볼모로 필요 없는 교육 듣는 농장동물 수의사들..‘필수교육권한 없으면 회 운영 큰 차질’ 지부 반대

등록 : 2020.05.26 12:02:32   수정 : 2020.05.26 12:02:3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필수교육 시간 때문에 필요 없는 연수교육을 듣는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이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소, 돼지, 가금 등 축종별 대수 산하단체가 주최하는 연수교육에 ‘필수교육’ 권한을 주자는 것인데, 필수교육권한을 매개로 회비 납부독려나 총회 성원구성에 나서는 지부수의사회의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주형 회장이 후보시절 제안한 단기공약에 농장동물 임상수의사 연수교육 문제도 포함됐다.
이를 산하단체 공약과 묶어 ‘중앙회 분담금 납부’와 ‘필수교육권한+당연직 대의원 부여’를 연계하는 안을 제시했다.


필수교육 인정되는 지부 연수교육은 반려동물 위주..2018년 기준 78% 집중

·돼지·가금 등 농장동물 수의사는 소외

현행 수의사법은 동물진료업에 종사하는 임상수의사에게 연간 10시간 이상의 연수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수교육은 회원별 소속 지부에서만 받을 수 있는 ‘필수교육’과 타 지부·산하단체 등에서도 이수 가능한 ‘선택교육’으로 나뉜다. 매년 5시간 이상을 필수교육으로 채워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부가 연수교육의 초점을 반려동물 임상에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연수교육 대상자 중에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가장 많기 때문인데 소, 돼지, 가금, 말, 수생동물 등 타 축종 임상수의사는 소외받는 셈이다.

축종별 산하단체에서도 연수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선택교육’으로만 인정된다. 이들 축종의 임상수의사로서는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수교육을 단지 필수교육 시간을 채우기 위해 돈을 내가며 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대한수의사회 보고된 2018년 전국 지부수의사회 연수교육 실적에 따르면, 군진지부를 제외한 17개 지부가 2018년 개최한 연수교육은 총45회다.

이중 반려동물 임상 강연이 개설된 연수교육이 35회로 약 78%를 차지했다. 서울수의컨퍼런스, 경기수의컨퍼런스, 영남수의컨퍼런스 등 대규모 행사도 포함됐다.

반면 소·돼지·가금 관련 개설된 강좌는 8회에 불과했다. 말이나 실험동물 분야는 강좌는 없어 말임상수의사회나 실험동물수의사회 교육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대신 반려동물 임상이 아닌 연수교육 강좌는 지역별 수의직 공무원을 초청한 가축방역시책 소개나 수의법규, 윤리, 마약류 관련 교육 등 임상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주제들이 많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허주형 회장은 후보시절 ‘특수직능단체(소임상수의사회, 양돈수의사회, 가금수의사회)의 연수교육을 필수교육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들 단체들도 호응했다. 소임상수의사회, 양돈수의사회, 가금수의사회는 지난 선거운동기간 중에 ‘연수교육 필수교육시간을 직능단체 보수교육으로도 인정해달라’는 공약을 공동으로 건의했다.

대신 대수회비(중앙회비+지부회비)를 납부한 회원에 한해 이 같은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지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건을 달았다.

산하단체 연수교육의 필수교육 인정 문제는
12일 이사회에서 지부수의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축종별 산하단체가 중앙회 분담금 내면, 대수회비 납부회원에 필수교육 인정’ 공약

테이블 올리자마자 지부장들 거센 반발 ‘다시는 거론 말라’..중앙회는 공약 폐기보다 보완에 무게

대한수의사회는 12일 성남 서머셋호텔에서 열린 2020년 제2차 이사회에서 연수교육 문제를 포함한 ‘산하단체 권한 및 의무강화 안건’을 논의했다.

산하단체가 중앙회에 일정 금액의 연간 분담금을 내면 필수교육 권한과 중앙회 대의원 3명을 당연직으로 배정하는 안이다.

이는 필수교육 문제를 ‘산하단체 분담금 납부 및 대의원 할당제 도입’이라는 허주형 회장의 또다른 공약과 연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의견 교환을 위한 기타토의안건이었지만 필수교육 권한을 가진 지부수의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박근하(강원), 엄상권(경남), 전무형(충남), 박준서(대구), 이승진(울산), 최영민(서울) 등 다수의 지부장들이 이사회 석상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필수교육 권한이 없으면 회비납부 유도나 총회 구성 등 지부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입을 모았다.

임상회원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교육을 매개로 회비납부를 독려하고 연수교육과 함께 개최하는 총회의 성원을 구성하는데, 산하단체 교육으로도 필수교육 시간을 채울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운영방식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들 지부장의 일부는 ‘(산하단체 필수교육 문제를) 다시는 언급하지 말라’며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앙회 이사진의 과반이 지부장들로 구성된만큼, 지부장이 반대하는 사안은 통과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중앙회는 “(농장동물 임상수의사처럼) 본인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연수교육을 받으러 가는 회원들을 배려하자는 차원”이라며 총회 성원이나 회 참여 문제 등을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하단체 분담금도 연간 1천만원 수준을 검토했지만 소임상수의사회나 가금수의사회 등 상대적으로 회원수나 재정규모가 작은 단체에게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주형 회장은 “꼭 연수교육이 아니더라도 산하단체와 중앙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해당 공약을 폐기하기보다 보완하여 재논의하는데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