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나된 동물보호단체·수의사단체,동물보호법 개정을 이끌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이제 첫걸음 내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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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17건의 동물보호법 중 15건에 대한 병합심사를 통해 마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대안’이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재적의원 299명, 재석의원 188명 중 찬성 182명, 반대 0명, 기권6명으로 통과된 이번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강아지공장’ 사건. 이를 계기로 이슈화 된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다. 또한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징역’으로 강화됐으며,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 대해 과태료를 현행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300만 원 이하’로 상향조정했다. 

나름의 성과가 있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법에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동물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개식용 찬성론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제외된 점을 비롯해 ‘사육·관리 기준 강화’, ‘반려동물 이력제’, ‘동물학대 행위 목격자의 피학대 동물의 긴급격리조치’, ‘동물학대 행위자의 동물 소유권 제한’, ‘반려동물 배송 및 판매 제한’ 조항이 제외된 점이 특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동물보호법 개정은 이제 첫 발을 내딛었고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19대 국회와 달리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줄을 이었다. 국회 개원 100일 만에 10건의 동물보호법이 발의되더니, 현재까지 총 17건의 동물보호법이 발의됐다. 18대, 19대 국회의 경우 100일 동안 단 한건의 동물보호법도 발의되지 않았었다. 높아진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권에서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동물보호법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동물보호법이 외면 받았다.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에서 단 한건의 동물보호법이 상정조차 되지 않아 논의 받을 기회도 얻지 못한 것이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 하나만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은 물론 다른 내용까지 담겨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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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법안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한 목소리’가 그것이다.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단협(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동물유관단체 대표자 협의회)’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서 한정애 의원과 함께 ‘동물보호법 개정 준비 모임’을 개최하며 법안을 함께 다듬고 발의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했다. 동단협에는 그간 동물보호단체와의 관계가 가깝지만은 않았던 수의사단체들도 대거 참여해서 힘을 모았다.

동단협은 지난해 7월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이 완료된 3월 2일까지 매주 모여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 & 간담회’를 꾸준히 개최했으며, 동물보호컨퍼런스&동물보호법 개정 건의식, 동물보호법 개정 지지 네티즌 대토론회, 동물보호법 통과 촉구 시민 문화제, 동물보호법 개정 점검 간담회 등을 열어 법안 개정에 힘을 쏟았다. 대구, 광주, 대전, 부산 등 지방의 동물보호단체들도 매 행사 때마다 서울로 달려왔다.

동물자유연대, 케어, 카라 등의 동물보호단체들도 동물보호법 개정 지지 대토론회·동물보호법 통과 촉구 시민 문화제에 동참하고, 토론회 개최, 토론회 패널 참여, 컨퍼런스 개최, 서명운동 진행, 국회 입법 활동 전개 등을 통해 법안 개정에 힘을 다했다. 

여야 국회의원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 이헌승, 황주홍, 이정미 국회의원)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 동물보호복지 토론회 개최, 농식품부 장관 면담, 농해수위 의원 설득 등을 통해 법안 개정에 힘을 실었다. 

방송·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접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또한 빛났다. 

동물보호단체, 수의사단체, 국회, 그리고 시민들이 하나가 되니 (부족한 점도 있지만)동물보호법 개정이라는 결과물이 도출됐다.

동물보호법 발의부터 통과까지 많은 역할을 담당한 한정애 의원은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동물보호단체, 수의사단체들이 하나로 모여 힘을 합치게 됐다”며 “이런 단합심이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많은 부분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개식용 금지, 동물복지농장 확대, 동물대체시험법 확대, 축산법 가축에서 개 제외 등 동물보호복지를 위해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작은 힘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동물보호복지 관련 법 개정은 이제 시작이다.

[사설] 하나된 동물보호단체·수의사단체,동물보호법 개정을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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