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입양,이대로 좋은가―서울대 수의대 김준수·민주원·이준범·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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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예과 15학번 김준수, 민주원, 이준범, 최아름 학생이 ‘예비 수의사를 위한 자기계발’ 수업에서 ‘반려견 입양실태’를 주제로 조사하고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4명의 학생은 이 내용을 ‘반려견 입양실태, 이대로 좋은가’는 제목의 특별 신문으로 제작했습니다. 이 내용을 데일리벳에도 올려드립니다.

서울대 수의대 김준수, 민주원, 이준범, 최아름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준수, 민주원, 최아름, 이준범 학생).

 

반려견 입양실태, 이대로 좋은가? – 서울대 수의대 수의예과 김준수·민주원·이준범·최아름

현재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1조 5천억 원 정도이며 5년 뒤에는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료, 용품, 미용, 병원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나 관련 시스템과 제도는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보완이 시급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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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온라인 시장 활성화… 관련법은 어디로?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으로 다양한 반려동물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쉽게 분양글을 올려 ‘판매’하려는 업자들이 많아져 “중고나*”와 같은 중고 물품 시장에서도 심심하지 않게 동물들을 분양하는 글을 볼 수 있다.

동물보호법 조항 중 동물 판매업 법률은 “동물등록법에 따라 동물 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관할 시장에게 등록을 하여야 하며 동물보호법 제33조 및 미등록 동물판매업자에 대해서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전혀 통제 되지 않는 실정이며, 반려견 가정 분양 사이트 또한 무수히 많다. 가정에서 키우며 번식해 돈을 받고 분양한다면 본식업자로 본다. 따라서 무등록일 경우 불법이어서 고발이 가능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고발을 하는 사람 수 또한 적다. 이러한 온라인 분양 사이트를 이용할 시 발생하는 사기 건수 또한 무수히 많지만, 여전히 온라인 시장은 활발하다.

가정 분양이 동물 택배로 이어지기까지…

온라인 시장을 통해 반려견을 입양할 때, 동물 운송에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가장 문제 되고 있는 부분은 ‘버스 택배’이다. 버스택배란 허가받지 않은 마취제나 도수가 높은 술을 사용하여 반려동물이 의식을 잃게끔 한 다음에 이송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업계의 은어이다. 업체들이 이런 비인도적인 이송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물들이 이동 중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택배로 배송된 상자에서 압사 당한 반려동물을 발견한 소비자들도 있다. 버스택배에 대해서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지만 일본과 같은 경우에는 법 제 44조 제 2항과 3항에 따르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반려동물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개나 고양이 정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햄스터나 파충류 등은 거리낌 없이 택배로 물건처럼 배송되는 것이 현실이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모든 종류의 동물이 택배로 운송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고 한다.

잘못된 입양문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재고 필요

사람들은 귀여운 강아지를 원한다. 이 때문에 강아지들은 적정 나이가 되지 않았을 때 많이 분양되어 가고, 이로 인해 개들은 사회화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다. 사회화과정을 제대로 못 거쳤을 경우, 분리불안 증세가 생기기 쉽다. 주인과 떨어져 있는 것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분리불안 증세에는 짖는 행위, 털을 심하게 빠는 행위, 집안을 어지르는 행위 등이 이에 속한다. 강아지들의 이러한 행위가 사람들이 개를 계속해서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유기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만큼, 너무 어릴 때 강아지를 분양하는 우리나라의 분양 문화에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외 반려견 입양 및 분양 제도,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대부분의 반려동물을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거나, 전문 브리더에게서 동물을 구입하기 때문에 펫숍을 통한 반려동물 구입비율은 6%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 브리더란 미국 연방 동물복지법에서 인정한 상업적 용도로 개나 고양이를 번식시키기 위해 미 농무부로부터 허가증을 받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동물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경우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지 않지만,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두 명의 추천인에게서 증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또한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운송 시, 동물복지법에 의하여 운반상자, 음수, 휴식, 환기, 온도 및 관리에 관한 요건을 포함한 동물의 윤리적 취급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특히, ‘28시간법’이란 동물을 28시간 연속적으로 운송 수단이나 선박에 가둬두지 못하도록, 동물을 가둬 둔 장치에서 내리게 하고 이들에게 음식과 물, 최소 5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우리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이다.

프랑스는 반려동물에 관한 모든 법률규정안은 농림수산부 산하 식품영양부처(DGAL)에서 관할하는데 반려동물 거래법령 및 제도에 관한 법안은 독자적으로 나뉘어 있지 않고 다른 여타의 가축법 및 식용동물법과 함께 규정되어 있다. 가축법 및 식용동물법이라하면 동물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지만, 프랑스의 동물에 관한 법들은 동물들을 하나의 독립적인 생명체로 간주해 그들에게 인권 차원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해준다.

프랑스에서는 반려동물의 신원 확인 및 등록에 관해 엄격한데, 반려도물 출생 시 주인은 농림부에서 승인한 출생 신고서를 작성해 등록하고 공공장소 출입 시 제시해야 하며, 사망 시에도 사망 원인과 날짜가 이 서류에 기재된다.

일본은 동물 입양 및 분양법에 관해서는 소유자, 동물 취급업자 그리고 판매자 등에 대해서 매우 잘 정리가 되어있다. 특히 그들에 대해서 공무원들 정부 관리들이 직접적으로 권고를 하고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기에 반려동물과 관련된 법률들이 잘 지켜지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개나 고양이의 사육이 허락된 주택이 따로 존재한다.

일본 펫숍의 경우는 대형화 되어있고, 우수한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3~6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동물들을 판매한다.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을 하는 경우 우리나라와 다른 특이한 점은, 분양 강습회를 들어야하며 가족 모두가 사육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써야한다는 점이다.

가장 제대로 된 절차를 갖춘 곳은 동물보호센터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일정한 절차를 밟은 후 입양 가능한 구조이다.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입양신청서 작성 : 입양신청서 게시판에서 마음에 닿는 강아지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한다.

2) 전화상담 : 담당자가 입양신청서를 검토하고 1차로 선정된 신청자에게 1주일 안으로 전화를 하여 2차 전화 상담을 한다.

3) 반려동물 복지센터 방문 : 전화 상담으로 반려동물 복지센터 방문이 확정되면 방문할 날짜와 시간을 협의한다.

4) 면담 :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3차 면담을 통해 입양이 결정되면 입양동물을 데려갈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5) 입양가정 방문 : 입양가정에 방문해 입양동물을 인계하는 것으로 입양이 완료된다.

입양 신청서 핵심 조항 또한 입양 후의 책임감과 사후 발생할 비용의 문제에 대한 문항이 많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입양경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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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등록제, 실효성 높이려면…?

2013년부터 동물등록제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 소유자 인적사항과 함께 반려견의 정보를 등록하는 제도다.

현행 동물등록제는 3개월 이상 된 반려견 소유주가 지자체장이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내장형·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인식표 중 하나를 선택해 등록하도록 돼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고 있다가 적발되면 최고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르던 동물을 버리면 30만원을 과태료로 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반려동물등록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1년에는 3,400여마리, 2012년 4,300여마리, 제도가 시행된 2013년에는 4,100여마리, 2014년에는 3,600여마리로 매년 3,0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울산에서는 이 제도와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된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 울산시가 추정하는 울산지역의 반려동물 수는 2만5,800마리이지만, 현재 등록된 동물의 수는 총 1만9,400마리로 약 75%다. 나머지 25%의 동물들이 주로 버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유기동물은 대부분은 가정 안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보다는 밖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이 많은데 등록대상이 반려 목적으로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더욱이 등록 시 수수료를 주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등 정부 지원이 없어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마이크로칩의 데이터 중복으로 인한 혼한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도 새겨볼 만하다. 특히 등록제 필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나 개념도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마이크로칩의 불량 등 이유로 주입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더욱이, 칩을 삽입해도 마이크로칩을 인식하는 리더기를 각 병원과 보호소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 확인 또한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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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등록제가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대만은 반려동물등록제의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위의 표를 통해 유기동물의 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위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할 실정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반려동물이 시간이 지날수록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다.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수준 제고는 물론이고, 동물의 윤리적 이용 유도 및 반려동물 존중의 성숙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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