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복지문제에 수의사 목소리 내야` 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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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복지 분야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모인 결과인데요,

서울시 동물복지정책 자문위원,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활동 등 동물복지와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명보영 수의사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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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명보영 수의사(맨 오른쪽)

Q. 데일리벳 칼럼, 서울시 동물복지정책 자문위원,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활동 등 동물복지와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하신다. 수의대 시절부터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았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일 뿐 지금도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한 것이 많지만, 수의대 시절에는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생들과 별 차이 없이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다.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실험하고 실습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수의 윤리학, 동물복지학 등을 학부 때부터 접했더라면 학생 때부터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시기는 동물보호소 수의사를 시작하고 나서다. 동물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다 보니 대학원 논문도 ‘동물의 희생 없는’ 과제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석사, 박사 학위도 동물의 희생이 없는 유기동물 관련 과제로 취득했다.

Q. 동물보호소 근무기간이 길다. 오래 근무하게 된 계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은 동물병원 수의사지만 동물보호소 수의사로도 7년 정도 근무했다.

처음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한 것은 임상수의사 4년차 즈음이었다. 동물병원 개원 준비를 하던 차에 시간이 나서 전남대 수의대 내에 있던 광주광역시 동물보호소에서 몇 개월 간 진료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잠깐 동안만 있으려 했지만 동물보호소 상황이 좋지 않아 ‘개원은 나중에 해도 되니 동물보호소 상황이 더욱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상근수의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저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란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으로 때우는 일 말고는 해줄 일이 많지 않았다. 그 보호소뿐만 아니라 다른 곳 역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유기동물 관련 전문가는 전무했다. 관련된 체제도 너무 열악했다.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유기동물 보호센터 운영지침’에 대한 농식품부 정책연구과제를 추진했다. 이 내용은 유기동물보호소와 관련해 동물보호법에 반영되기도 했다. 농식품부 고시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로 수년 째 계류하고 있다.

동물보호소 수의사로 일하는 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공부했다. 처음에는 유기동물과 동물보호소가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결국 유기동물과 반려동물 산업 문제의 근본은 ‘개식용 문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 개식용 산업 실태 조사와 금지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도 수행했다. (보고서 보러가기)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을 보호소에서 보내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애정이 있었던 보호소였지만 그렇게 도망치듯 나오게 됐다.

보호소는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들어간 사람은 일하기에 쉽지 않은 곳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해외 자료에서도 동물보호소 근무자의 근속연수는 길지 않으며 정신과 진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는 언급이 있다.

Q. 오늘(인터뷰 당일)이 초복이다. 원장님께서 개식용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하시고 개식용 금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국내의 인식과 상황은 어떠한가

수의사 개인의 의견으로서 개식용 금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수의사 전체의 입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대부분 금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찬반 의견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찬반 비율은 비슷한 듯하다. 수의사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점점 많은 선후배 동료 수의사들이 응원해주시는 것은 다행이지만, 수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에서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은 아쉽다.

칼럼이나 인터뷰 등의 댓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있지만, 전체적인 여론이나 정책적인 부분은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국회는 개 식용문제를 다루기 싫어한다. 오히려 금지 관련 정책보다 합법화에 대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반대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육견협회도 전국 규모의 이익단체로 힘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 국회의원이 지역 육견협회 창립식에 축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동물보호단체뿐만 아니라 전문직군인 수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모아 개 식용문제를 공식적인 논의 대상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그 동안의 칼럼을 통해 개 식용문제는 자가진료 철폐를 위한 수순 등 수의권과 연관성이 많다고 주장하셨다.

개 식용문제는 자가진료, 수의사의 지위와 관련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부분이다. 개는 축산법에 가축으로 포함되어 있고, 가축에서의 자가진료는 현재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공중보건학적으로 위생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수의사가 알릴 수 있다면, 전문인으로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동물보호 분야에서 수의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개 식용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면 자가진료 문제의 해결에도 보다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Q. 흔히 야생동물보호센터와 동물보호소를 비교하곤 한다.

야생동물보호센터는 현재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태이다. 많은 관련자, 특히 현재 국립생태원에 계신 김영준 수의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환경부와 서울대에서도 종보전과 관련해 야생동물보호센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동물보호소 근무 당시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상황이 개선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지만, 유기동물 분야는 그쪽 상황과 많이 다르다.

관심 있는 전문가가 전무하며 정부의 법적인 지원이 미약하고, 지자체마다 동물보호소에 대한 예산규모 및 인식도 다르고, 야생동물보호센터만큼의 관심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유기동물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졌고, 법적으로 체계적인 부분을 마련해준다면 더욱 관심을 주는 곳도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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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보영 수의사(오른쪽에서 세 번째)는 유기동물보호소 의료봉사 및 동물보호정책 변화를 위한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Q. 동물복지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중점적으로,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가장 개선해야 할 점은 관련 부서의 인력 확충과 부서의 승격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복지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 대만, 일본과 비교해보면 동물 전담 인력과 부서의 규모가 턱없이 작다. 농식품부 내 국 단위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특별시와 성남시는 동물보호과가 신설되어 동물복지 정책들이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정부조직에서도 이어져야만 현안 해결뿐 아니라 동물복지 업무의 개선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Q. 원장님께서도 동물보호법의 강화가 너무 느리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며, 수의계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산업동물, 전시동물, 유기동물, 실험동물 등과 관련한 동물보호법이 전체적으로 미흡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 동물카페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도 반려동물 산업의 변화를 동물보호법이 따라가지 못 한 점을 짚고 넘어간 것이다.

작년부터 수의사의 봉사활동이 많이 늘어났다. 언론에 부정적으로 노출되는 수의사들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현 상황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좋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보이는 부분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더욱 내실 있는 활동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동물보호에 대한 수의사들의 관심이 유기동물 문제를 넘어 전반적으로 늘어났으면 한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동물보호에 대한 수의사들의 관심도가 커졌다. 세미나 등 교육을 통해 더 알리고, 많은 수의사들이 함께 고민한다면 정책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결성된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과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단체 등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모인 좋은 모임이다. 동물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을 개선하는데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동물보호법 강화와 동물원법 통과 등 현안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Q. 외국에는 동물보호소 관리와 관련된 전공서적(shelter medicine)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으로는 아직 그런 책을 접할 수 없는데

외국의 shelter medicine 관련 서적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동물보호소 근무시절 작성한 농림부 정책연구과제(보러가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유기동물 보호센터 운영지침’ 제정이 주목적이긴 했지만 동시에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매뉴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작성 과정에서도 shelter medicine 책 내용과 여러 동물보호단체의 매뉴얼을 참조했다.

Q. 대부분의 농장이 공장식 사육 형태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가 제대로 자리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동물복지형 축산농장이 늘어나려면 그러한 농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요가 늘어야 한다.

해외 사례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늘어날수록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동물복지 인증란을 구입한다. 일반란과의 가격차이가 부담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구입할 것이다.

수의사들도 이처럼 소비자로서 행동하거나, 전문가로서 양계 배터리 케이지나 모돈 스톨 등의 산업동물 복지문제를 대중들에게 알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홍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수의사라면 동물의 처우와 환경에 대해 대변하는 것도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주변의 수의대 학생들 중에는 실험동물의 복지, 윤리에 대한 생각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민감한 사항이지만 국내 실험동물 복지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의대 시절뿐만 아니라 국내 대규모 실험 연구소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있을 때도 ‘우리나라는 동물실험을 하기에 아주 좋은 나라’라는 점을 많이 느꼈다.

불필요한 실험과 동물들의 희생이 줄이는 것이 실험동물 복지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관련 산업들의 여러 상황 때문에 쉽지 않다. 현재 ‘화장품 동물 실험 금지’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제도 개선이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실험 분야도 수의사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처럼 체계가 갖춰지는데 많은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지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Q.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은 후배 수의사, 수의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요즘 수의대 학생들은 예전보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순천만 동물영화제 세미나 때 학생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보고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도 모이면 큰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의사가 되기까지 수의윤리학이나 동물복지와 관련된 내용을 배우고 고민하고 졸업한다면, 수의사의 미래뿐 아니라 동물들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동물 관련 전문가일수록 동물의 처우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물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 수의사 일뿐이다. 체계적인 동물복지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리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혜원, 손서영 수의사 등 전문적인 동물복지 분야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나 김진석 건국대 교수님처럼 관련 학식이 높으신 분도 있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각개 전투에 임하는 수의사 분들도 많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동물들의 처우를 개선시키고 수의사들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국내 동물보호단체의 수년에 걸친 노력으로 많은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그들의 활동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수의사들도 전문가로서 적극 동참했으면 한다. 수의사는 동물복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터뷰] `동물복지문제에 수의사 목소리 내야` 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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