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동물학대범에 대한 형량은 왜 일관성이 없을까

등록 : 2021.10.04 10:51:56   수정 : 2021.10.04 10:52:00 데일리벳 관리자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동물학대범에 대한 형량은 왜 일관성이 없을까 : 한주현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동물학대범에 대한 일관성 없는 처벌 실태

2019년 11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양이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동물학대범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동물단체들은 동물학대범에 대한 최초의 실형 선고 판결이라며 환호했다. 환호의 이면에는, 그간 많은 동물학대범들이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아왔다는 암울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A씨는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포획한 후, 우리에 가두어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찌르고, 주전자로 끓인 물을 들이붓고, 고양이 몸에 기름을 부은 후 불을 붙이는 등으로 학대하였다. 키보드로 글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잔인한 학대행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A씨는 자신이 키우던 개 우리에 고양이를 던져서 종국에는 그 고양이가 개에게 물어뜯겨 죽도록 하였다. 나아가, A씨는 전 학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유튜브 등에 게시하였다(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7. 5. 2. 선고 2017고단127 판결).

그렇다면 A씨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학대행위 잔혹성과 반사회성은 ‘자두’ 사건 못지않거나 그 이상인데, 과연 ‘자두’ 사건의 피고인처럼 실형을 선고받았을까? 그렇지 않다. A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가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과 A씨의 연령, 환경 등이 이러한 낮은 형량에 기여하였다고 한다.

다른 사건을 하나 더 살펴보자. 2016년 B씨는 길을 지나가다 테라스 위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그 고양이의 다리를 잡은 다음 테라스 난간에 힘껏 내리치는 방법으로 고양이를 죽였다. 게다가 일주일 뒤쯤에는 마트에서 절도 행위를 벌이기도 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7. 8. 10. 선고 2017고단1211 판결).

동물학대와 절도를 동시에 벌인 B씨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황당하게도 B씨는 벌금 600만원만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B씨는 유사한 고양이 살해 행위로 2번이나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적이 있었음에도,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고 경제적으로 곤궁하다는 이유로 이처럼 낮은 형량만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일관성 없는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 행태는 최근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물 살해 영상을 공유하며 즐겼던 단체 채팅방(소위 ‘동물N번방’) 운영자가 벌금 300만원의 처벌을 받은 것이다. 동물N번방의 존재가 사회에 미쳤던 파장을 생각해보면 턱없이 낮은 처벌이 아닐 수 없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부재

한 마리의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람은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수십 마리의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한 영상을 공유하며 즐길 수 있게 판을 깔아 둔 운영자는 300만원의 벌금만을 선고받았다니, 처벌의 일관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처럼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에 일관성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법관은 법정형 내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형량을 결정하는데,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법관에 따라 형량이 너무 차이나게 되면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범죄유형별로 양형기준을 정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동물학대범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올해 경찰청은 양형위원회에 ‘동물대상범죄에 대한 독자적인 양형기준 신설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하기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년에도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여전히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동물단체 활동가들은 우스갯소리처럼 ‘동물학대사건의 담당 검사나 판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는 현재로서는, 검사 또는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구형 및 판결의 수위가 그만큼 차이 난다는 현실을 조소하는 것이다.

동물학대범죄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더 끔찍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범죄가 아니다. 생명 경시 사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범죄이고, 나아가 그 폭력성과 반사회성이 언제든지 인간에게로 향할 수도 있는 범죄이다. 이러한 동물학대범죄의 양형기준을 신설함으로써,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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