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묶어 기르는 개에게도 최소한의 복지 기준이 필요하다

어웨어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 과제’ 발표

등록 : 2021.09.10 06:10:20   수정 : 2021.09.09 14:13:2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현행 동물보호법이 동물의 복지를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료와 물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도 질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없고, 평생 짧은 목줄에 묶여 살아가는 마당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 미국, 호주 등 해외 선진국들은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건을 제공하지 않는 ‘동물방임’을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금지하고, 영구적으로 동물을 묶은 상태로 사육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동물보호법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독일·스위스·영국·미국·호주·싱가포르·타이완의 관련 법령을 비교 분석했다.

정상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목줄에 영구적으로 묶어 사육하는 행위도
현행법상 질병·상해 유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제제하기 어렵다.
(자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해외선 질병·상해 여부와 관계 없이 동물 보호관리 의무 강제

어웨어는 “국내 동물 소유자의 동물 사육·관리 의무는 권고 규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이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질병에 걸리면 치료하는 등의 소유자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마저도 적용대상을 ‘반려동물’로 한정해, 개농장의 개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등의 심각한 학대행위는 처벌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동물의 전반적인 복지수준을 높이는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어웨어가 독일·스위스·영국·미국·호주·싱가포르·타이완의 동물보호 관련 법령을 분석한 결과, 7개국 모두 상해나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 관리 의무를 위반할 때 처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건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동물방임(neglect)’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형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스위스·미국·호주 등은 동물을 영구적으로 묶은 상태로 사육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묶어 둘 경우에도 시간, 기온, 금지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가령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나 워싱턴DC는 0도 이하, 32도 이상의 기온에서 동물을 야외에 방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동물복지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동물의 운동 가능성, 사회적 요구, 묶어 두거나 먹이·물을 주는 방법, 사육시설의 조명과 온도 등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동물복지-개 사육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25,000유로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동물방임 처벌 필요..묶어서 기르는 경우 최소한 복지 기준 의무화해야

어웨어는 보고서를 통해 동물 소유자의 적정한 사육·관리 이행 의무에 보다 큰 강제성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과 음식의 공급, 질병과 부상에 대한 수의학적 관리, 혹한·혹서로부터의 보호 등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를 동물방임으로 정의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를 묶어서 사육할 때에도 최소한의 복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어웨어는 “영구적으로 개를 짦은 줄에 묶어서 사육하는 관행은 동물복지 저하,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없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묶어서 사육할 시 줄의 길이, 가동범위, 물과 사료로의 접근,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 제공 등의 최소한의 복지 기준을 정해 준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반려동물 축종별로 양육 관리 지침을 구체화하고, 개의 경우 ‘반려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보호법상 의무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시민들도 동물 관리의무 강화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가 지난달 공개한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동물의 기본적인 관리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 과제’ 보고서 전문은 어웨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