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Feline Renovascular Health Symposium 2015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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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ne Renovascular Health Symposium 2015를 다녀와서- 이미경 수의사

지난 2015년 10월6일부터 10월8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 보스콜로 호텔에서 열린 ‘Feline Renovascular Health Symposium 2015’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고양이 신부전에 대한 관심이 크고 지인을 통해 세민트라(Semintra)를 고양이 신부전에 적용하고 있던 터라, 이번 심포지엄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큰 상태로 여행길에 올랐다.

유럽의 여러 국가를 다녀봤으나 헝가리라는 나라는 초행길이라 어떤 나라일지 정말 궁금했다. 헝가리 하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과 ‘굴라쉬 스프’ 정도가 전부였다. 역사와 문화에 대해 거의 접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여행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헝가리에 대한 사전 정보를 공부하고 떠날 작정이었으나, 많은 업무에 밀려 짐도 겨우겨우 싼 채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여행이지만 알차게 헝가리를 경험하고 오고 싶었는데, 지금도 사전 지식이 부족한 여행이었던 점은 지금도 많이 아쉽다.

헝가리는 직항이 적은 관계로 갈 때는 체코의 프라하를, 올 때는 이탈리아의 로마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정신없이 병원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모든 일상과 단절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은 정말 꿀맛 같은 휴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일까?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이 바로 학회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학회장에 도착해서 받은 프로그램 안내서를 보고, 비교적 탄탄한 주제들로 구성되어있어 약간 놀랐다. 특히 인의 분야의 의사를 강사로 초빙해 수의분야보다 많은, 혹은 다른 해석을 함께 비교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첫째 날 짐을 풀고 점심시간을 가진 후 바로 오후 강의가 시작되었다. ‘고양이 만성신장질환 CKD의 발병기전과 조기발견에 대한 최신 의견들’이라는 주제를 신호탄으로, 수의와 인의를 넘나들며 비교적 충실하고 선진적인 강의들이 삼일 동안 줄을 이었다.

만성신장질환 CKD는 단순히 신부전으로 고정된 단계가 아니라, 제법 긴 시간 동안 촉발인자와 기여 인자 등이 어우러져 점차 진행하는 질환이라는 점, 그러므로 조기에 CKD의 후보동물을 선별하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위한 임상적 접근을 해야 하며, 고양이의 만성신장질환은 그 발병률이 매우 높으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특히, 세민트라(Semintra)가 단순히 고양이 단백뇨 치료제로서만 아니라 만성신장질환의 카테고리 안에서 좀 더 폭넓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강의도 중요하지만, 낯선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여행의 일정일 것이다. 물론 마지막 날 버스투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난 직접 현장의 사람들을 경험하고 마주하고 싶은 욕심에 아침저녁 시간이 날 때 마다 제법 먼 거리라도 마다 않고 걷고 또 걸었다.

첫째 날은 멋진 도나우 강 연안을 걸었다. 도나우 강은 짙은 안개에 싸여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신비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제법 이른 시간이라 노천카페 사람들이 장사를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과감히 개시손님이 되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강가에서 여유를 누렸다.

둘째 날은 안개가 걷힌 부다페스트 시내를 충분히 돌아보았다. 비로소 거리가 보이고 활기찬 현지사람들이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산책 도중에 개와 함께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한국의 유기동물단체에서 입양된 개 두 마리와도 조우할 수 있었다. 이름이 ‘영수’와 ‘철수’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과거에는 고아수출국으로 유명했는데, 이젠 유기동물 수출로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나 싶어 조금 씁쓸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입양문화를 자주 접하다 보면 자연히 우리나라 내부의 반려동물 문화도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면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셋째 날, 강의일정 후에는 버스 관광투어, 도나우 강 선상 파티 및 어부의 요새(Fisherman’s Bastion) 라는 부다페스트 관광명소에서 Welcome Drink & Dinner 가 있었다. 멋진 밤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과 함께 한 선상파티, 우아한 유럽식 디너를 경험한 저녁파티 모두 오래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추억이다. 지금도 그 시원한 바람,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야경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보았던 도나우 강 연안 야경은 부다페스트의 최대 관광명소로 꼽힌다고 한다.

마지막 날에는 빗속을 걸었다. 추적추적 빗속을 돌아 영웅광장이라는 곳을 다녀오다 우연히 헝가리 수의과대학을 지나치게 되었다. 머뭇거림 없이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대동물, 소동물, 말로 구분된 강의실 등을 볼 수 있었다. 소동물 담당 동물병원에도 들어가 보았다. 20년 전쯤의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20년 동안 한국의 수의임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곳 교수와 작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다음 일정으로 호텔로 돌아와야 했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헝가리 수의과대학을 떠나왔다.

짧으면서도 긴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다. 갈 때는 프하라를 거쳤지만, 올 때는 로마를 경유하여 돌아왔다. 원래는 이코노미석 이었으나 로마에서 출발하는 항공사의 오버부킹으로 비즈니스 석으로 승격되는 행운을 얻었다. 덕분에 또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며 여행을 마감할 수 있었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여행마다 여러 빛깔의 느낌을 자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느덧 여행의 끝자리에 도달했을 때 나는 원치 않았지만, 어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나를 점령해버렸다. 20년 넘게 임상을 하면서 점차 공부하는 수의사보다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수의사에 가까워져 갔다.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고, 언제 수의사라는 껍데기를 벗을 수 있을까 직업적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번에 좋은 강사들, 좋은 주제의 강의를 경험하면서 불현듯 뭔가 다시 열정을 가지고 임상을 대하고 싶다는 용기를 찾게 된 것 같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지 거의 한 달을 넘기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뭔가 새로운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우연한 여행이 이런 삶의 활력소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다. 그리고 작게라도 한 단계 발전하는 동기로 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후기]Feline Renovascular Health Symposium 2015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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