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시다 타쿠오 JBVP 회장 `한국 수의계 각 단체끼리 손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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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수의임상포럼(KBVP, Korean Board of Veterinary Practitioner)의 창립총회가 있었습니다. KBVP는 일본의 JBVP를 벤치마킹하여 탄생한 협회입니다.

JBVP는 1998년 창립됐으며, 일본 전 지역에 걸친 ‘소동물 임상 강의’ 시리즈 진행,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가 함께하는 평생 교육프로그램 개최, 1년에 1회 연례 세미나(JBVP 포럼)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매년 9월, 도쿄에서 개최되는 JBVP 포럼은 일본 최대 규모의 소동물임상 컨퍼런스로 자리잡았으며, 지난해 개최된 제 16회 JBVP 포럼에는 한국 수의사 20명을 비롯해 수의사 2,642명, 수의대학생 706명, 수의테크니션 1,391명, 시민 595명, 취재인력 50명 및 협찬업체에서 1,3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대성황을 이룬 바 있습니다.

이러한 JBVP를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수의사가 있습니다.

바로 이시다 타쿠오(Ishida Takuo) JBVP 회장이 그 주인공 인데요, 이시다 타쿠오 회장은 KAHA(한국동물병원협회), SVMA(서울시수의사회), BAMC(부산동물메디컬센터) 등의 주최로 우리나라에서 여러 번 강의를 진행하면서, 한국 수의계에서도 유명한 분입니다.

특히, 지난해 5월 개최된 KAHA 콩그레스에 직접 방문할 정도로 KAHA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허주형 KAHA 회장 역시 지난해 9월 JBVP에 직접 참석하는 등 양 단체가 매년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JAHA(일본동물병원협회) 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이시다 타쿠오 회장은 최근 JSFM(일본고양이수의사회, Japanese Society of Feline Medicine) 회장을 새롭게 맡았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이시다 타쿠오 JBVP 회장을 만나 JBVP와 JSFM, 그리고 KBVP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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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개최된 KAHA 콩그레스에 참가한 이시다 타쿠오 회장(왼쪽에서 3번째).
왼쪽부터 이기옥 대한수의사회 부회장, 전무형 대전충남수의사회장, 이시다 타쿠오 회장, 존슨 치앙 세계수의사회 부회장,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 허주형 KAHA 회장,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

Q. 한국 수의계에서 매우 유명하다. 그만큼 한국도 자주 방문하는 것 같은데, 한국 및 한국 수의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거의 매달 온다. 아마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일본인 수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우선 한국 수의사들은 수의과대학 입학점수가 일본보다 높아서 그런지 매우 똑똑한 것 같다. 아직까지 두 나라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수의사끼리의 관계는 좋은 것 같다.

2005년부터 한국 수의계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에는 한국의 반려동물 임상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이어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해 1월부터 KAHA와 함께 시리즈 강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서울시수의사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강의했다. 그렇게 KAHA와 서울시수의사회에서 번갈아 강의하며 한국 수의사들과 인연을 이어갔다.

당시의 한국 수의사들과 지금의 한국 수의사들은 매우 다르다.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좋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본 뒤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열심히 산다고만 생각했는데, 젠틀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드라마 이후 최지우를 매우 좋아하게 됐다(웃음).

Q. 최근 한국 수의임상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의사들의 실력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데, 한국 동물병원의 수준과 수의사들의 실력을 어떻게 보나.

예전에는 일본에 비해 수준이 상당히 뒤쳐져 있었다. 일본은 100년 전부터 소동물 임상이 시작됐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수의임상 수준은 매우 미흡했다. 그 때는 호흡마취도 거의 없었다. 전부 주사마취를 이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호흡마취가 상당히 일반화 된 것 같다. 정말 빠르게 발전했다. 거의 일본과 동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라잡은 것 같다.

이제 남은 약간의 차이는 수의사들의 실력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은 ‘사회가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다.

반려동물 임상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국의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일본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이처럼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KAHA가 그만큼 좋은 역할을 많이 한 덕분이다. 과거에 비해 확실히 사나운 개가 줄어들고 착한 개들이 늘어났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일반 시민을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반려동물 문화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임상 수준도 발전하여 일본과의 격차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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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개최된 제16회 JBVP 포럼에서 인사말 중인 이시다 타쿠오 회장

Q. JBVP 회장이다. 한국 수의계에 JBVP를 소개한다면?

JBVP는 1998년 창립됐다. 원래 일본의 각 지역을 돌며 소동물 임상 강의를 시리즈로 진행했었다. 매일 밤 수의사들과 함께 공부한 것이다. 그렇게 강의를 진행하다가 1998년 도쿄에서 JBVP 창립총회를 열었다.

코어 멤버(이사)들이 약 100명 정도 있지만, 일반 회원들은 회비를 내지 않는다. 우리는 회비를 통해 돈 벌 생각이 없다.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우리 포럼에 참가할 수 있다. 그렇게 별도의 연회비 없이 연례 포럼에 참가하고, 강의를 듣고, 이메일로 보내주는 자료를 받아보는 사람이 8천 명 이상이다.

1년에 한 번씩(매년 9월)은 도쿄에서 연례 세미나(JBVP 포럼)를 진행하는데, 일본에서 제일 큰 소동물 임상 학회다. 지난해의 경우 3일 동안 6,500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수의사들은 매우 바쁘게 산다. 쉬고 싶어도 멀리 휴가를 떠나지도 못한다. 그래서 휴가와 함께 학회를 즐기길 바라며, 최고급 호텔에서 학회를 개최하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JBVP 포럼 외에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학회도 있는데, JBVP보다 규모는 조금 작다. 그 이유는 서부 쪽에 사는 수의사 수가 적기 때문인 것 같다. 학회 규모는 작지만 음식은 오사카 쪽이 더 맛있다(웃음).

Q. KBVP가 발족하면서 한국 수의계 내부에 갈등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KBVP처럼 새로운 협회가 생기면 협회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격하기 마련이다. 그런 갈등은 언제나 있다. 20년 전 JBVP 창립 때도 그런 갈등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걸 싫어한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에는 매우 친절하고 친밀하게 해야 한다.

우리 수의사들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과 싸우는 사람이지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다. 안전한 사회, 질 높은 사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는 다 똑같다.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KBVP가 다른 업체와 학회를 압박하지 않는 걸 알게 되면 언젠가 그런 갈등은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무작정 KBVP를 비판하고 싸울 것이 아니라, 각 협회와 학회가 스스로의 질을 향상시켜 함께 협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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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JBVP포럼에서의 모습.
왼쪽부터 허주형 KAHA회장, 이시다 타쿠오 JBVP회장, 고희곤 KAHA학술이사

Q. 일본에서 지난해 JSFM(일본고양이수의사회)이 발족했다고 들었다. 초대 회장을 맡았는데.

일본의 고양이 임상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100년 전부터 고양이 치료가 있었다는 문헌이 매우 많다.

“수의사라면 개와 고양이를 진료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고양이를 위한 별도의 수의사 조직이 있는가”하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고양이만의 수의사 조직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가 잘 활동하고 있으며, 고양이친화병원(CFC, Cat Friendly Clinic)인증을 하고 있다. 이것의 목적은 진료받는 고양이들을 편안하게 하여 덜 스트레스 받도록 고양이들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같은 ISFM의 활동으로 고양이 임상이 발달하고 있고, 고양이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제는 고양이만을 위한 수의사 조직이 생겨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ISFM의 일본 버전인 JSFM을 지난해 발족했다.

비록 JSFM의 역사는 짧지만, 일본의 고양이 임상 역사가 오래된 만큼 아시아 고양이 수의사들 사이에서 JSFM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Q. KBVP가 이제 막 발족했다. 마지막으로 KBVP에 조언을 한다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의사들의 적은 질병이지 사람이 아니다. 수의사끼리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다.

KAHA가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큰 공적을 세웠다. KBVP와 KAHA가 함께 협력하여 일을 나누어 할 수 있길 바란다.

나도 한국 수의사들끼리 손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 생각에는 모든 수의사는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간혹 나쁜 수의사들이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다. 수의사는 돈을 원해서 택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돈을 원했다면 수의사가 아닌 IT나 금융 분야로 진출했을 것이다.

그만큼 수의사들은 동물을 사랑하고, 치료하고, 그를 통해 사람을 이롭게 하는 직업이다. 결국 모든 수의사는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이 점을 잊지 않고 서로 협력하길 바란다.

[인터뷰]이시다 타쿠오 JBVP 회장 `한국 수의계 각 단체끼리 손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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