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판결 받은 동물학대범죄 대부분이 구타 등 둔력 손상..수의법의학 연계 늘려야
검역본부 연구진, 2003~2025 동물학대범죄 형사판결문 501건 분석
최근 23년간 국내 동물학대범죄를 분석한 결과 구타, 폭행 등 둔력에 의한 외상이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수위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그에 대한 유예에 머물렀고,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은 14%에 그쳤다.
판결문 본문만을 분석했지만 수의학적 증거를 명시한 경우는 1%에 불과해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사법 절차에 수의법의학적 증거 연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 이경현 박사팀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동물학대범죄로 형사처벌을 내린 판결문 501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animals에 지난달 발표했다.
우리나라 동물학대 행위 92%, ‘구타·발길질’ 등 둔력 손상
연구진은 대법원이 공개하고 있는 판결문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통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동물 학대’,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동물학대범죄 관련 내용을 포함한 판결문을 확보했다.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와 피해 동물, 확정판결을 담은 판결문 501건으로 추렸다.
이들이 다룬 범죄사건의 피해 동물은 개가 320건(63.9%)으로 가장 많았다. 고양이(70건, 14.0%), 조류·가축·설치류 등을 포함한 기타 축종(111건, 22.1%)이 뒤를 이었다.
판결문에 서술된 주된 학대 행위는 주먹이나 발, 둔기 등으로 때리는 ‘둔력 손상’이 9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사료·물 등을 제공하지 않아 굶겨 죽이는 등의 방임 사건은 15건(3%), 흉기 등으로 상해를 입히는 ‘예기 손상’은 12건(2.4%)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공개된 판결문만 분석한 결과인 만큼 실제 동물학대 현장에서 둔력 손상이 지배적인 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만성적인 방임이나 광범위한 동물복지 훼손에 비해 명백한 물리적 폭력이 입증·기소에 더 용이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이 판결문에 명시된 동물학대범죄 발생 정황을 분류한 결과 소음, 배변, 불복종 등 가해자가 동물의 행동에 불만을 품은 사례가 42.7%로 가장 빈번했다. 핸들링 곤란(19.2%), 사유지에 침입한 유기동물에 대한 학대(12.2%)가 뒤를 이었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25.9%)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에 크게 치우쳐 있었다. 분석 대상 판결문 501건 중 323건(64.5%)에서는 벌금형이 단독으로 선고됐다. 선고유예를 포함한 벌금형 집행유예도 107건(21.4%)에 달했다.
반면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은 71건(14.1%)에 그쳤다. 연구진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핀란드, 체코의 관련 연구에서도 동물학대범죄에 자유형보다는 재산형이나 집행유예 등 비구금형 제재가 지배적이었다”면서 판결문의 내용 만으로는 이들 양형이 피해동물의 고통에 비례해 적절했는지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판결문 내 ‘수의학적 기록’ 명시는 1.4%뿐
“사법 절차 내 수의법의학 연계 확대돼야”
연구진은 동물학대범죄 처벌에 수의학적 증거가 활용됐는지를 면밀히 살폈다. 하지만 수의사의 임상 기록이나 진단 검사 결과, 부검 보고서, 서면 소견 등이 판결문에 명시된 경우는 단 7건(1.4%)에 그쳤다.
연구진은 “공판 과정에서 논의된 임상적, 수의법의학 증거가 판결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과소평가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동물학대가 의심될 경우 임상적·수의법의학적 증거를 사법 절차에 체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수의법의학의 기여는 최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화성 번식장 동물학대범죄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1심을 담당한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번식장 운영진이 살아 있는 모견의 배를 갈라 자견을 꺼낸 행위를 동물보호법·수의사법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당시 모견이 살아 있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데 검역본부의 질병 진단 결과를 인용했다(본지 2026년 8월 28일자 ‘살아 있는 모견 배 가른 번식장 업주, 1심서 징역형 법정구속’ 참고).
연구진은 “사법 절차에 수의법의학적 증거를 더욱 강력하게 통합한다면 동물학대범죄 피해를 규명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