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건사 업무범위 일단락 됐지만‥주사·채혈 주장은 여전

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대한수의학회 세션서 동물보건사 제도 활용 전망

등록 : 2021.11.03 05:35:08   수정 : 2021.11.30 12:16:1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회장 김옥진)는 29일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2021 추계학술대회에서 동물보건사를 주제로 세션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교수진은 동물보건사가 상담, 임상병리검사 보조 등을 통해 병원 현장에서 진료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주사·채혈 등 현재는 금지된 진료보조 행위를 향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동물보건사, 병원 현장서 보호자 상담·검사 보조 역할 기대

지역 동물병원 표본 설문조사 눈길..응답 병원 56% ‘검사는 수의사가 한다’

김옥진 원광대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사람 간호영역에서는 상담 간호가 이미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동물보건사도 상담 간호에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장(수의사)이 보호자 교육까지 모두 실시하는데 시간적 한계가 있는 만큼, 중요한 핵심사항은 수의사가 전달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동물보건사가 담당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옥진 교수는 “보호자와 상담이 원활히 이루어지면 VCPR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동물병원의 다양한 서비스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향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는 10월 경기도내 모 시군의 동물병원 34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보건사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동물병원 34개소 중 1인 원장 병원의 비율은 23개소(68%)에 달했다. 1인 원장 병원 대부분은 0~2명의 테크니션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테크니션을 고용하지 않은 병원도 7곳(20%)에 달했다.

테크니션의 검사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19개소(56%)가 ‘검사는 수의사가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혈액검사 장비를 운용하거나, 키트검사를 실시한다고 답한 병원도 적지 않았다.

김향미 교수는 “검사는 수의사가 한다고 응답한 병원 중 상당수가 테크니션을 고용하고 있는데도 수의사가 담당했다”며 “동물보건사(테크니션)의 검사능력이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많았지만(21), 검사 숙련도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이 임상병리검사 수행능력을 교육하면, 현장에서 동물보건사가 병원 진료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수의사의 지도에 따라 검사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검사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절차를 준수하고, 검사기기의 품질관리까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보건사와 검사 업무를 분담하면서 여유를 확보하면, 혈액도말 검사 등 시간적인 문제로 소홀히 하기 쉬운 검사를 실시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다만 동물병원에서는 아직 임상병리검사보다는 기본적인 환자 케어나 보호자 상담을 더 중요한 동물보건사의 역할로 봤다.

동물보건사 교육에서 가장 강화해야 할 부분으로 환자 케어가 가장 많이 꼽혔다(15). 보호자 상담(9)과 원무 및 의약품 관리(5)가 뒤를 이었다.

(왼쪽부터) 김옥진, 황인수, 김향미 교수

동물보건사 주사·채혈 허용해야” 주장 여전

황인수 서정대 반려동물과 교수는 동물보건사 제도 도입 경과를 소개하면서 업무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에 비해 자격관리제도 수준은 높은 반면, 업무 범위는 너무 좁다고 주장했다.

별도의 국가시험이 없거나 수의사회에서 인증하는 영미권 국가와 달리, 국내 동물보건사는 농식품부장관의 인증을 받은 양성기관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통과해야 자격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수의사법은 동물보건사가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동물의 간호,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동물에 대한 관찰, 체온·심박수 등 기초 검진자료 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약물 도포, 경구 투여, 마취·수술 보조 등 수의사의 지도 아래 수행하는 진료의 보조다.

황인수 교수는 “미국, 영국, 호주는 물론 최근 애완동물간호사 제도를 만든 일본에서도 채혈, 마이크로칩 삽입 등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와 비교하면 국내 동물보건사의 업무범위가 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동물보건사의 자격 수준을 면허로 상향하고, 주사·채혈을 포함한 업무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건사의 업무범위를 수의사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는 만큼 농식품부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고, 주사·채혈을 허용해도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할 수 있으니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취지다.

가축방역관을 보조하거나 실험동물 분야의 동물처치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향후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동물보건사의 권익단체 출범도 전망했다. 2015년 수의테크니션의 단체로 창립됐던 동물간호협회는 제대로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내년부터 동물보건사 자격자가 현장에 나오면 권익향상을 위한 협회가 구성될 것이란 얘기다.

황 교수는 “수의사와 동물보건사는 협력 관계에 있다. 영국도 수의간호사 위원회에 수의사, 간호사, 민간위원들이 함께 참여한다”며 “대한수의사회 내에 (가칭) 동물보건사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과 시험, 보수교육 등을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