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과대학에 수의법의학 과정 개설하고 전문인력 양성해야˝

동물자유연대, 동물학대 대응에 있어 수의법의학의 필요성 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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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법의학(법수의학)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검역본부가 수의법의학적 진단체계 기반 구축 연구를 수행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동물단체가 ‘수의법의학의 필요성’에 대한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사인 규명 필요한 동물학대 사건 증가하는데 아직 수의법의학 체계 없어”

수의법의학(Veterinary Forensic Medicine, 법수의학)은 수의학적 지식을 법의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학문으로, 동물과 관련된 범죄 수사나 사법재판상에 필요한 각종 증거물에 대해 수의학적 감정을 시행하는 응용수의학의 한 분과로 여겨진다.

법의학이 의학적 진단 및 부검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인과관계와 진실을 밝히는 것처럼, 수의법의학은 동물의 학대 및 사망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동물학대 대응에 있어 수의법의학의 필요성> 이슈리포트를 발간한 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여부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과학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해도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과 기관, 기본적인 수의법의학 체계가 부재하다”며 현 상황을 아쉬워했다.

동물사망 사건에서 영상과 사진 등 학대를 입증할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 부검을 통한 사인규명이 필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학술적·방역 목적 외에 동물학대나 기타 법적분쟁 상황에서 부검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검역본부 질병진단과, 동물위생시험소, 수의과대학 병리실험실 등에 의뢰하여 부검을 진행할 수 있으나, 상해·질병·감염 여부 등을 확인할 뿐 사인을 규명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역본부, 올해 말까지 수의법의학적 진단체계 관련 연구 수행 중

미국, 영국 등은 수의법의학적 체계 갖춰져…미국 수의대 일부 ‘수의법의학’ 강좌 개설

유명 법의학자도 “국내에 수의법의학자 필요해”

실제 2019년 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검역본부가 수행 중인 ‘반려동물에 대한 수의법의학적 진단체계 기반구축 연구’ 연차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포유류 질병 진단과 수의법의학적 진단은 차이가 있다.

포유류 질병 진단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해 병의 원인(원인체)을 밝히는 것과 달리, 수의법의학적 진단은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범죄와 관계있는 사체에 대한 사인을 검사하여 범죄사실을 입증하고 사법상에 필요한 의학적 사항을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수의병리학뿐만 아니라, 유전학, 곤충학, 인류학, 골학, 독성학 등 다양한 학문과 기술이 수의법의학적으로 범죄혐의 입증에 활용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물의 학대 여부와 사인 등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전문 수의법의학자와 수의법의학 전문 기관이 없지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수의병리학자를 중심으로 수의법의학 체계가 갖춰지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은 동물학대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동물학대 사건 관련 수의법의학 기초를 마련했다고 한다.

미국 내 수의과대학 중 13%가 수의법의학 강좌를 개설했으며, 학부생뿐만 아니라 임상수의사 대상의 과정도 증가하고 있다. AAHA(미국동물병원협회), IVFSA(세계수의법의학회) 등 협회에서도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플로리다 수의과대학은 지난 2014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수의법의학 대학원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혈흔 분석 워크숍 ▲촬영 재건 워크숍 ▲동물범죄 현장 ▲법의학 사진 등 다양한 워크숍·단기 과정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최초의 종합수의법의학연구소인 AVFCS(ASPCA 수의법의학센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ASPCA forensic 조사관

영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동물학대와 인간대상범죄와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동물학대 수사에서 수의법의학의 중요성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영국에서는 수의법의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BVFLA(British Veterinary Forensic & Law Association)와 BSVP(British Society of Veterinary Pathology)등을 중심으로 수의법의 전문성 발달, 표준 프로토콜의 개발, 교육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며, 수의법의학의 발달을 위해 FVC(Forensic Veterinary Clinician), FVP(Forensic Veterinary Pathologist) 간, 나아가 법의학 전문가, 법 집행기관과의 교류가 주요 과제로 이야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 활약 중인 유성호 서울대 교수도 지난해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당연히 수의과대학에도 수의법의학을 담당하는 분이 한 분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며 “앞으로는 (수의법의학자가) 국내 수의학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ASPCA의 수의법의학자가 개싸움현장 구조견을 검사하는 모습, 2013 @동물자유연대

“수의과대학 내 관련 프로그램 개설하고, 전문인력 확충해야”

동물자유연대는 수의과대학에 수의법의학 관련 프로그램 개설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당장 전문기관을 설립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부터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수의법의학은 수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수의학 외에도 여러 학문과 과학적 기법이 필요하므로 수의사도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며, 범죄사실을 규명하고 유무죄의 판단에 따라 처벌이 이루어지므로 고도의 전문성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ASPCA의 AVFSC와 같은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전문인력도 필요하다”며 “현시점에서는 수의대 내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 전문인력을 점진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의과대학에 수의법의학 과정 개설하고 전문인력 양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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