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4월 26일과 30일 고병원성 AI와 구제역의 전국 방역대를 연이어 해제하고 위기경보단계를 하향했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고병원성 AI와 구제역이 찾아왔지만, 큰 피해 없이 수습했다.
고병원성 AI 발생건수는 전년대비 5.7%에 머물렀다. 양돈농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A형 구제역도 별다른 확산 없이 종식됐다.
방역정책국 신설로 달라진 결단력과 속도..확산 차단 원동력
이같은 성공적인 방역의 원동력으로는 우선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이 꼽힌다. CVO(Chief Veterinary Officer)인 방역정책국장을 중심으로, 예년 같았으면 ‘과하지 않나’라며 자기검열했을 방역조치를 빠르게 쏟아냈다.
AI는 첫 발생만에 바로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확진 전이라도 H5 항원이 검출되면 바로 살처분에 돌입하고, 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예방적살처분 범위를 3km까지 늘렸다. 발생농가와 연관성이 높은 계열화사업자 전체를 이동제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정부의 시그널도 시종일관 명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강력한 초동방역에 방점을 찍었다. 날아오는 철새를 막을 순 없지만, 농가에서 농가로의 수평전파는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천, 화성, 천안, 양주, 아산 등지에서 지역별로 처음 발생한 산란계 농장을 마지막으로 추가 발생 없이 AI가 종식됐다.
준비작업도 빛을 발했다. ‘오리농장 휴지기제’는 철새, 오리, 산란계로 이어지는 AI 피해확산 공식을 차단하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A형 구제역 백신 500만두분을 비축해둔 덕분에 사상 최초로 발생한 양돈농가 A형 구제역도 별다른 확산 없이 틀어막을 수 있었다.
겨울은 다시 온다..전방위 교육, 제도 개선 `유비무환`
지난해 8월 신설된 후 처음으로 맞이한 AI·구제역을 성공적으로 통제하면서, 방역정책국도 연착륙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총리도 4월 2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농식품부의 방역대응 성과를 칭찬했다.
하지만 어제의 성과에 머무를 수는 없다. 특별방역기간인 5월까지는 잔존바이러스로 인한 재발 가능성이 상존한다. 어차피 겨울과 철새는 다시 찾아온다. 오순민 방역정책국장이 1일 한국우병학회에서 “칭찬은 어제까지”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AI·구제역 방역개선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병원성 AI 피해를 줄이려면 가금농가의 조기신고를 유도하고 신고지연은 강력히 처벌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구제역은 A형 발생위험까지 고려해 상시백신주를 재편하고, 농가의 철저한 백신접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농가와 방역관계자들의 교육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충원되고 있는 신규 가축방역관들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올여름을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겨울의 철저한 방역 기조를 다음 겨울에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가 강력한 방역정책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이 없는 다음 겨울은 정부의 강력한 방역정책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시험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