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너무 바쁜 건 가끔인데, 수의사를 더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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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현업에 계신 수의사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날엔 환자가 미친 듯이 몰려왔다가, 어느 날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가해지는’ 그런 신기한 경험을 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여름철 환자가 몰리는 날엔 물 한 잔 먹을 시간도 없이 일만 하다가도, 겨울철 환자가 없는 날엔 텅 빈 차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퇴근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일단 데이터를 미리 하나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카드매출 데이터로 변동계수를 분석해 보면 ‘시즌을 타는’ 업종인 제주도 렌터카 업체들의 월별 카드매출 변동계수는 24.2%에 달하는 반면, 서울시 동물병원들의 월별 카드매출 변동계수는 6.5%에 불과합니다.

(변동계수=표준편차/평균으로, 서로 다른 두 집단의 편차를 비교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보통 변동계수가 10% 이내면 데이터가 평균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분포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월별 매출 데이터로 볼 때 동물병원은 계절을 타지 않는 안정적인 업종입니다.

그런데 왜 모두들 들쭉날쭉한 업무량과 매출수준을 체감하는 걸까요?

 

동물병원은 거시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미시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번에도 EMR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G 동물병원의 실제 기간별 진료 건수에 임의의 상수를 곱해 원래의 정보를 필요한 만큼(비율)만 보존시킨 데이터를 준비했습니다.

G 동물병원의 지난 10년 (2011년~2020년)간 월별 평균 진료건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름철에 진료건수가 몰려 있으며, 겨울철에 가장 한산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한가한 달(2월)의 진료건수는 가장 바쁜 달(8월)의 3/4 수준입니다.

(진료건수가 1,400건 이하로는 절삭된 그래프임에 주의하세요)

그런데 이 차트가 이미 알려진 내용(동물병원은 여름이 성수기, 겨울이 비수기다)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시켜주기는 하지만, 일선 수의사가 체감하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설명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더 쪼개보겠습니다. G 동물병원의 2020년 4~5월 중 일일 진료건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하! 이제 선생님들이 들쭉날쭉하게 힘들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진료건수의 최대값 100건, 최소값 30건으로 일변동계수가 20.3%에 달합니다. 가장 바쁜 날엔 가장 한가한 날의 3.3배나 되는 진료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네요.

 

동물병원 진료건수의 일일 변동성, 그리고 H 원장님의 딜레마

시간에 따른 변동성이 큰 비즈니스는 공통적으로 조직 내 업무 자원 확보와 분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동물병원의 경우, 진료와 경영을 병행해야 하는 원장님 입장에서는 병원이 바쁠 땐 혼잡한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며 나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힘든데 사람을 더 뽑아야 하나’ 싶다가도, 병원이 한가해지면 당장 할 업무가 없어진 직원들을 보며 재정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상황을 좀 바꿔 볼까요. G 동물병원 원장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H 원장님에게 병원을 양도했다고 하겠습니다.

H 원장님은 직원(수의사) 5명만 두기로 했는데요, 병원의 내부인력 이외에는 어떤 요소도 변화하지 않았고, 5명의 직원으로 하루에 75건까지 진료를 보는 게 경험적 최대치라고 보겠습니다.

G 동물병원은 양도양수 이전에는 하루에 100건까지도 진료를 커버했습니다. 때문에 H 원장님도 내심 진료를 더 보고 싶었지만(수의사 직원 1명이 커버하는 진료건수를 늘리고 싶었지만), 진료 부담이 지나치면 직원들이 이탈할 우려도 있기에 무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환자가 몰리는 때에 몇몇 고객은 동물병원 문 앞까지 왔다가도 대기열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H 원장님은 고민에 빠집니다. 진료가 없을 땐 (하루에 75건을 볼 수 있는데) 30건만 보니 인력의 절반 이상이 하루 종일 대기상태인 셈이고, 진료가 몰릴 땐 직원이 모자라서 찾아오는 환자를 놓칩니다.

인력을 더 채용하자니 환자가 없을 때 손실이 너무 심한 것 같고,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 환자가 몰릴 때 잠재 고객을 포기해야 합니다. 어떡하죠?

 

진료건수, 객단가, 인건비, 그리고 비용-최적

이 문제는 회계/재고관리 개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조업에서도 동물병원과 유사한 문제를 겪게 되는데요. 생산라인의 산출량이 일정할 때, 제품 수요가 시간에 따라 크게 변동할 경우를 보겠습니다.

산출량이 시장 수요보다 크면 남는 재고로부터 재고비용(Inventory cost)이 발생하고 시장 수요가 산출량보다 크면 백오더(backorder, 납기가 충족되지 않은 주문)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생산관리자는 회계데이터상 재고비용과 백오더율 등을 고려해 수요변동에 대응할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러프하지만, 재고관리 개념을 동물병원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현재 G 동물병원의 진료 수요가 계속 유지되며, 원내 스탭은 수의사만 있고 H 원장님이 직원을 5명으로 유지한다면,

진료건수에 비해 수의사가 많은 부분에 대해 재고비용(노란 색 부분)이 발생하고,

수의사에 비해 진료건수가 많은 부분에 대해 백오더(붉은 색 부분)가 발생합니다.

 

직원 인건비가 일률 450만원이라고 하면 재고 진료 1건당 재고비용은 1만원입니다.

(계산상 편의를 위해 모든 직원이 휴일 없이 한 달에 30일 일한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면 직원 한 명이 최대 일15건, 월 450건의 진료를 커버할 수 있으므로 450만원/450건/월=1만원)

백오더로부터는 진료를 수행했더라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산출합니다. 진료 1건당 객단가(20만원으로 가정) * 병원의 진료수익률(15%로 가정) = 3만원입니다.

따라서 직원이 5명인 현재 재고 진료 310건(재고비용 310만원)이고, 백오더 진료는 76건 (백오더 228만원)입니다.

 

직원을 더 채용하거나 줄이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직원 수가 변화하면 재고비용과 백오더 비용도 함께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을 한 명 더 뽑아서 6명이 되면 재고 685만원, 백오더 3만원입니다.

직원을 한 명 줄여서 4명이 되면 재고 85만원, 백오더 903만원입니다.

이때 재고비용과 백오더의 합이 최소가 되는 지점에서 수익이 최적화됩니다.

G 동물병원의 경우 현재(5명일 때) 최적점을 형성합니다(재고비용 + 백오더 = 462만원).

또한 현재 기준으로 직원의 채용시 비용의 증분(재고비용+백오더 226만원 증가)보다 이탈 시 비용의 증분(재고비용 +백오더 526만원 증가)이 더 큽니다. 따라서 H 원장님은 직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현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맺으며

G 동물병원과 H 원장님의 딜레마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며 문제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몇 가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적용했습니다.

현실의 진료 수요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동물병원에 수의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직원마다 업무역량도 다르고, 책정된 인건비도 다릅니다. 무엇보다, 진료는 공장에서 만드는 생산품이 아니죠.

그렇지만, 진료건수나 객단가 같은 기본적인 지표들을 잘 관리한다면 언제 직원을 채용할 것인가? 채용에 따라 어느 정도의 지표 향상을 기대할 것인가? 등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경영학적 원리를 접목해 근거(데이터)에 기반한 현황 진단과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이엠디티 데이터랩(iamdt d.LAB)은 벳아너스 얼라이언스의 EMR 데이터와 각종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경영과 반려동물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문의 hyde@iamdt.co.kr).

[기고] 너무 바쁜 건 가끔인데, 수의사를 더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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