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혈액학①] 임상에서 혈액학 패러다임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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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 학술 수의사

배보경 DVM, PhD

혈액학 정의 및 CBC 활용법

혈액학은 혈액과 혈액을 생산하는 조직에 대한 학문이며 면역과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조직, 혈관 시스템까지 포괄합니다.

혈액학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검사가 CBC이겠지만 면역과 혈액응고, 혈관의 기능과 그 이상을 진단하기 위해서 골수검사뿐만 아니라 혈청학, 응고계 검사 등으로 확장해 나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CBC는 질병 진단의 minimum data base(MDB)로서 임상 수의사가 매일 활용하는 진단 검사입니다.

CBC는 Complete Blood (Cell) Count로 출발했지만, 더 이상 단순히 RBC, WBC, PLT의 수를 측정하는 데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학문과 기술의 발달로 파생 항목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 수치 이외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제는 아픈 환자의 진단 목적으로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바쁜 진료 현장에서 우리는 이런 정보나 기술을 알뜰하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일상적으로 하는 이런 고전적인 검사 말고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이나 신학문을 배우고 따라가느라 수의사로서도 또는 그냥 직업인으로서도 너무 고달픈 인생입니다.

갑자기 넋두리가 돼 버린 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이 글의 구상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바쁜 병원 현장에서 늘 하던 대로 해 왔던 CBC 활용 패턴에 한 가지를 더하는 것 또는 한가지를 바꿔보는 것입니다.

10년 또는 20년전의 진료에서는 이용하지 못했던 CBC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면 혈액학이 지향하는 영역(혈액, 골수, 면역계, 응고계, 혈관계)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하나만 더 해보자, 하나만 바꿔보자”

 

패러다임을 바꾸는 혈액학 분석기와 그 데이터의 활용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CBC 분석기에서 제공되는 파생 항목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항목 수만으로도 20개는 훌쩍 넘죠.

오랫동안 잘 사용하는 항목도 있고, 진단적 의미가 크지 않아 참고만 하는 항목도 있고, 심지어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해당 환자의 상황에 비추어 임상적 의미가 큰 항목이든지 아닌 항목이든지 간에, 항목 수가 늘어나면 참고범위를 벗어난 이상 결과를 보이는 항목이 있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다음의 명제에 도달하게 됩니다.

“건강 이상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진단 검사가 CBC다”

정말 중증 환자에서나 소득(명백한 빈혈 또는 명백한 염증 소견 등)을 기대할 수 있었던 CBC 검사가 이제는 애매한 증상의 진단에서는 당연하고 무증상 환자의 마취 전 검사, 건강 검진 등으로 활발히 확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CBC 결과를 유의미하게 해석하고 소화하는 것은 담당수의사의 고유 영역입니다.

진단 검사에서 민감도는 특이도와는 밀접하면서도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민감한 검사는 어떤 질병이나 상태를 특정하지 못하기도 하고, 심지어 거짓말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정보의 특이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숫자 이외의 정보에 관심을 갖자”

CBC라는 용어에서 첫번째 단어 ‘complete’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혈액 도말 검사, 즉 혈액 세포의 정성적 평가입니다.

혈구 수의 변화와 함께 혈구의 이상 형태 평가 및 감염체, 봉입체 등의 확인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두 인지하고 있죠.

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병원이 종합 병원인 동물병원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임상병리 진단에 많은 시간과 전문성을 투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경우 분석기가 제공하는 다른 정보라도 알뜰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소위 red flag라고도 불리는 * 표시는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조절하고, 기타 코멘트 및 해석 도움말 등은 추가 진단 검사의 결정에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혈액도말 검사를 결정해야 할 경우를 포함해서 말이죠.

CBC 분석기가 제공하는 해석 도움말 예시

영화 설국열차에서 송강호씨가 목에 둘렀던 실시간 통역기를 보고서는 제2 외국어 공부에 대한 마음의 짐을 기쁘게 떨쳐낸 기억이 있습니다.

학문과 기술의 시너지로 어느 분야에서나 인공지능을 부르짖는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은 보수적인 전문가 분야인 의학계도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기도 합니다.

현재 혈액학 분석기는 Blood cell의 특징을 규명하는 정교한 기술로 단순한 cell count 이상의 여러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분석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 분석기가 제공하는 그래프(히스토그램, 사이토그램, 점도표 등으로 불림)는 혈액 도말 검사에서 관찰하는 정성적 정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제공된 CBC 수치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수의사의 전문성을 추월하기 전까지 우리는 이런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여 전문성을 고취하고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CBC 분석기는 더 이상 Cell Count 장비가 아니다,

혈액학 분석기다. 그래프를 활용하자”

혈액학 분석기가 제공하는 그래프는 측정 수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활용하면 진정한 의미의 Complete blood count에 손쉽게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채취, 핸들링, 튜브의 선택이 양질의 결과를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줄 수 있도록 검체를 다루는 방법입니다.

이는 신뢰할 만한 혈액학 분석기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분석기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사소한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혈장 분리용 Heparin 튜브의 혈액을 사용하여 CBC 검사를 해도 되냐는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Heparin는 항응고작용을 하지만, 세포의 뭉침으로 cell count에 오류를 일으키며, 세포의 염색을 방해하여 혈구의 형태나 혈구가 포함하고 있는 물질의 평가가 어려워지므로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Citrate 튜브를 굳이 사용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이 튜브의 혈액은 항응고제로 희석이 많이 되어 있어 역시 cell count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EDTA 튜브에 담긴 혈액은 30분 이내에 분석되어야 하며, 검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냉장보관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혈액의 형태 평가가 중요한 혈액 도말 슬라이드는 3시간 이내의 신선한 검체로 제작되어야 합니다.

기본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다음 내용도 한번 훑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달에는 적혈구에 대한 간단한 글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혈액과 EDTA의 비율 부적절: 적절한 양의 혈액을 EDTA 튜브에 채워야 적혈구의 수축을 예방할 수 있다. 소량의 혈액을 채혈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에 맞는 소형의 튜브를 선택하는 게 좋다.

채혈과정 지연: 채혈과정이 지연되거나 채혈이 쉽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겨우 얻은 혈액 검체는 검사에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자가 흥분했거나 보정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또는 환자의 질병(예, 저혈압)으로 인한 상태 때문에 채혈하다 어려워지면 혈액이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응고가 된다. 이로 인한 결과는 당연히 부정확한 혈소판 수 측정을 유발하고 다른 혈구의 분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채혈:  부적절한 채혈은 분석오류를 유발한다. 접근하기 쉬운 큰 정맥에 주사기를 진입하여 과도한 음압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혈액을 채취하는 방법을 취한다.

불충분한 믹싱: 혈구 분석기에서 검사를 하기 직전에 검체의 핸들링은 매우 중요하고, 간과를 할 경우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튜브 내에서 검체를 잘 섞어서 균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균질하지 않은 검체를 이용한 분석은 부정확한 결과를 도출한다. 부드럽게 적어도 8번 정도 반전을 시켜주는 게 좋고, 검체의 튜브를 흔들면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수의사회, 아이덱스 래버러토리스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2년 6월호에 게재된 원고를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주>

[다시 보는 혈액학①] 임상에서 혈액학 패러다임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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