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진료기록을 달라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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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을 달라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재천 변호사

보호자가 동물병원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진료기록 발급 요구권은 보호자의 정당한 권리일까.

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반려견이 수술 이후 상태가 악화돼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어 두 차례 응급수술까지 받았지만 사망한 일이 있었다.

보호자가 1차 수술을 한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청했다. 병원측에서는 “수의사법상 진료기록 발급 의무가 없다”며 거절했다.

“일반 병원과 달리 왜 동물병원은 진료기록을 주지 않나요? 그러면 어떻게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나요.” 보호자는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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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 의료사고 사례 또한 함께 크게 증가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를 요구하는 글이 게시되어 제법 많은 이들이 동의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진료를 둘러 싼 법적 분쟁이 늘어나면서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에 대한 주장이 거세지고 있고 현재 21대 국회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의료법 제21조 제1항).”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비교법 조항으로 의료법을 제시한다.

주장의 핵심은 알 권리다. 보호자로서 반려동물의 진료 내용과 경과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 평등의 원칙을 들기도 한다.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을 때 서로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

하나는 시대적 흐름이다. 갈수록 설명의무에 대한 권리가 강화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돈을 지불하고 진료를 받았으면 진료 명세서를 받듯 진료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받는 것은 계약법의 당연한 원리라는 것.

 

반대 논리는 무엇일까.

일단 법형식주의다. 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으니까, 발급 의무화를 규정한 법이 없으니까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내용 측면에서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염려를 든다. 현재 동물용의약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의사의 처방없이 아무나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진료기록 내용을 토대로 약물을 오남용하는 보호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회는 전제를 든다.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기 전에 수의료체계를 정비하는 등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의료체계, 의료전달체계에 비해 수의료 체계는 아직 산만하기에 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료내용에 대한 무분별한 평가와 이에 대한 수의사의 불안감으로 인하여 진료와 그 내용의 기록이 자칫 방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기록의 공개를 수의사에 대한 공개적 평가 수단으로 악용되어 수의사가 갖는 전문성·독자성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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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민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법의식 혹은 권리의식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추세는 분명하다.

이런 시민의 권리의식과 시대적 흐름, 진료 현장에서의 목소리 간의 조화를 꾸리는 것이 입법과 제도의 과제이다.

다만 협회는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고. 법과 제도의 불비가 현장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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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로펌] 진료기록을 달라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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