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인터넷 카페에 악의적 이용후기를 올렸을 때 그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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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에 악의적 이용후기를 올렸을 때 그 책임은?> 변호사 최재천

동물병원의 진료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진료 등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는 이용 후기를 인터넷에 게재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서비스 관련 정보를 고객들끼리 교환하여 동물병원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과연 그 법적 책임은 어떻게 될까.

사실 댓글이나 이용후기가 주는 고통과 불편함에 대해서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이라면 누구나 아프게 공감할 것이다. 아직까지 동물병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는 ‘산후조리원 서비스’에 대한 2012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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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서비스를 이용한 어느 산모가 회원수 2만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 산후조리원 원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이용후기를 올렸다.

‘산후조리원 측의 막장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겪은 사실 모두 후기에 올리겠다고 했더니 해볼 테면 해보라며 오히려 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합니다’, ‘대표이사가 고객을 돈으로 보는 것 같다’, ‘산후조리원은 정말 치 떨리게 무서운 곳이다’라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참다못한 산후조리원 원장이 글쓴이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제70조 제1항)’으로 고소했고, 검찰은 재판에 회부했다.

1심과 2심은 “게시물이 정보제공 차원을 넘어 산후조리원 원장의 태도와 언행을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며 벌금 50만원의 유죄로 판결했다.

글쓴이가 불복해,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론은 하급심과는 달랐다. 글쓴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공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때 공공의 이익은 특정 사회집단(산모 혹은 반려인구)의 관심사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둘째, 소비자는 용역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와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가 있다.

셋째, 실제로 용역을 이용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을 경우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넷째,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됐다 하더라도, 제기한 불만에 대응하는 산후조리원 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었고, 게시물에 나타난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며, 산후조리원에 관한 정보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글쓴이의 주요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섯째, 부수적으로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글쓴이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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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내리자면 이렇다.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이용후기의 내용이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더라도 사실에 기반한 이상 명예훼손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이용후기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이나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지도 않고, 블랙컨슈머와 같이 부당한 목적으로 악의적인 이용후기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건 판례는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당연히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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